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정권심판’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표자를 뽑아서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대표자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평가가 나쁘다,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의 실정과 국정 난맥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엄한 평가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논란들도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올바른 대표
영화 '파묘'가 해외 133개국 판매소식과 더불어 해외 영화제 초청까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파묘'는 지난달 몽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대만에 이어 이달 중순부터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베트남 등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 영화에 대해 무속을 연구하는 샤머니즘박물관 관장 양종승 박사의 영화 리뷰다. 양 박사는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한국무속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편집자 주) 영화 ‘파묘’가 현대인에게 ‘혼 되살림’ 메시지를 던졌다. 망자가 묻힌 터를 파헤쳐 해방을 부
국회의원 총선 때마다 ‘정책이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번 총선은 더욱 심각한 것같다. 그나마 나오는 공약들을 보면, 개발공약이거나 졸속적인 공약들이 많다. 국가의 미래나 시대적 과제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담고 있는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문제와 관련해서도 ‘지역소멸’이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되지만, 수도권 일극집중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제시되지 않는다.그래서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개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주권자인 국민들 사이에서부터 그런 논
바야흐로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선거의 계절이다. 은평구는 서울에서 장애인구가 제일 많은 3구중 하나이다. 한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으로 치자면 발달장애인의 지역주민 수로 은평구를 따라올 지역이 없다. 그만큼 장애인 선거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회의원 후보들은 장애인을 위한 공약도 많이 내고 지역에 있는 관련 기관장들도 많이 만난다. 만나서 예산과 숙원 사업 지원을 약속하면서 소속 정당 가입서도 내미는 바람에 진땀을 빼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정작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직접 듣는 사람들을 선거운동원으
반가운 사람을 기다리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있을까. 일주일에 한두 번 집으로 방문하는 ‘건강 이웃’ 팀을 노년의 지역주민이 기다린다. 그것도 현관문을 미리 빼꼼 열어둔 채로. 매번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지진 않는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살림) 노인 일자리 사업 ‘건강 이웃’ 활동가들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하는 건 다름 아닌 ‘일상’이다.안부를 묻고, 혈압 혈당 측정을 돕고, 관절가동운동을 이용자의 속도에 맞춰 진행한다. 같은 운동이어도 신체기능 정도에 따라 30분이 걸리기도, 50분이 걸리기도 한다. 무리한 동작을 억지
정치인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 눈높이’같은 말들이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최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과 관련해서 ‘국민 눈높이’라는 표현을 썼다. 말 자체로 보면 당연한 얘기이다. 국민이 뽑아줬으니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언행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실제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입장’과 ‘국민 눈높이’는 말뿐인 것에 그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돈’의 문제이다. 국회의원 차량유류비와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불광근린공원에 올해 무장애숲길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장애숲길은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약자가 어려움 없이 산을 오를 수 있도록 경사를 완만하게 만든 데크형 숲길을 말한다. 교통약자에 대한 도시 공간의 ‘장벽’을 없앤다는 의미에서 ‘배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 Free Design)’이나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장애’가 이용자 속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이나 매체가 ‘장애물’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장벽을 제거하는 것에 초점
2004년부터 시작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는 기금을 마련해 지역신문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신문은 저널리즘의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환경에 필요한 구조를 개선하고, 소외계층 구독을 위해 지원을 받습니다. 이는 지역신문의 ‘공익적 활동’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입니다.얼마 전 지발위는 2024년 우선지원대상 70개 신문사를 선정했습니다. 지역일간지 29개와 지역주간지 41개사가 올 한해 정부지원을 받게 됩니다. 매년 “우선지원선정사”가 발표되면 선정을 두고 희비가 엇갈립니다. 왜냐하면, 전국의 모든 지역신문이 열악하기 때문에
“예산을 알아야 국정을 운영하고 국가의 미래를 판독할수 있다” 경제학자 슘페터의 말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34.4%가 일반정부 지출입니다. 2천조가 넘는 국내총소득의 1/3이 넘습니다. 여기에 공기업이나 간접적인 공공부문 활동을 고려한다면 더 클 것입니다. 더구나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민간경제와 달리 공공부문 재정 지출은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됩니다. 의회의 예산통제 기능이 약한 한국현실에서는 정부예산안을 편성하는 기재부의 권한이 막강해집니다. 대의정치보다는 선출되지 않는 관료제가 한국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부를 축적하는 일은 보호받고 있다. 특별히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는 한, 개인의 이익추구는 사회 경제 시스템을 돌아가게 만들고 수많은 경제 체계의 도입과 실패, 적응과정에서 신자유주의로, 나아가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적응과 조정을 해왔다.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투입 - 생산 – 소비 – 배출 또는 폐기’ 의 선형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공급자를 중심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격의 조정이나, 경제 순환체계는 시장에 맡기면 해결이 된다는 것을 맹신하였다. 그러나, 세계금융위기, 빈부격차
청계천 평화시장 길목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이 있다. 노동운동과 인권의 상징적인 인물 전태일 열사를 내가 처음 접한 것은 1995년 11월 개봉한 그를 다룬 영화였다. 전태일 평전이 대학가 정문 앞에서 여전히 압수되는 불온한 시대에도 영화는 개봉했다. 며칠 전 이곳에서 교사들의 인권 연수가 진행되었다. 여전히 학생들에게 체벌은 필요하고 멀쩡한 학생인권조례도 일부 폐지되고 장애인 학생들 인권은 특수학교나 가라며 국가와 언론들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시대에, 그곳에서 교사들에게 인권 연수를 진행하였다. 서울의 노동인
지역을 다니다 보면 지역간 편차를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똑같은 비수도권 지역인데 유독 산업폐기물매립장 소각장, 의료폐기물소각장이 많이 들어온 지역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이다. 경북의 경우에는 의료폐기물소각장 3곳에서 경북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량의 7배 이상을 소각하고 있다. 수도권 등 외부의 의료폐기물이 경북으로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민간업체들은 의료폐기물소각장 신·증설을 경북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의료폐기물소각장 뿐만 아니라 산업폐기물 매립장·소각장도 경북에는 많은 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
향후 4년간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 살림을 챙길 국회의원을 뽑는 2024년 4.10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 곳곳에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정치인의 대형 현수막이 주요 교차로에 내걸려 시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바야흐로 선거 시즌이다.이일우 서울시의회 전 전문위원이 발간한 (에이원북스)을 최근 읽었다. 2022년 7월 서울시의회 출범 시기에 맞춰 발간된, 풀뿌리 민주주의 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당시 현직 입장에서 쓴 책이다. 이일우 저자(현재 전 전문위원)는 그동안 "인력과 예산 규
지난 1월 9일, 은평신협문화센터에서 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은평의 새 지역 일꾼으로 일하고 싶은 포부를 밝히고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저출생 위기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렸다.현재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심각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절체절명의 위기다. 2022년 합계 출산율은 0.78로 역대 최저를 찍었는데 2023년에는 0.72로 내려갔고 이제 곧 0.7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그야말로 인구가 하루하루 줄어드는 인구 절벽 시대에
2024년을 맞는 마음이 편치 않다. 국내외의 사정을 보면 희망이나 기대보다는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의 사정을 보면, 도대체 평화가 언제나 올 수 있을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도 좋지 않다. 남북 간의 긴장은 격화되고 있고, 중국 등과의 관계도 꼬여 있다. 경제도 어렵다. 단순히 경제성장률이 낮다고 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경제성장률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체감하는 ‘먹고사는 경제’이다. 그런데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먹고살기는 어려워졌다
지난 1일 서울재활병원 뇌병변 청소년 캠프를 따라갔다. 2015년부터 병원을 다니는 청소년들의 독립과 진로를 위해 부모님의 동행없이 장애인 청소년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는 캠프다. 이 캠프 주요 행사는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송암스페이스 천문대에서 하루를 머물며 한겨울 깊은 밤에 모두 모여 함께 큰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는 것이었다. 늘 본인들의 꿈과 미래, 진로를 이야기 하기보다 얼른 잘 걸어야 했고, 빨리 장애를 벗어나 정상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아닌 압박을 떨치고 누구보다 안전하게 누구보다 즐겁게 자신들의 꿈을 만들기를 바라는
국회에서는 아직도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에 따라 선거구 획정도 미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지역에서는 여러 후보자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출판기념회 같은 행사도 벌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뽑힐 국회의원들의 책무는 막중하다. 흔히 지금 대한민국은 복합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고 한다. 경제도 좋지 않고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도 위중하며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저출산이 상징하는 낮은 행복도와 다수 국민들의 팍팍한 삶은 좋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기후 위기는 식
25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왔다. 부산에서 유명한 사립 초등학교였다. 부유한 자재들만 제비뽑기로 간다는 초등학교였으나 그나마 유일하게 뇌병변 장애를 가진 나에게 입학 기회를 준 학교이기도 했다. 6년 동안 같은 반이 아니었는데도 유일하게 대학 졸업식에 나에게 꽃다발도 건네준 친구였다. 90년대 후반 동창 찾기 서비스로 모임을 가지다가 모두 흩어졌는데 그 친구가 다시 친구들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은 모두 합해봐야 총 3반으로 180명을 넘지 않았다. 나는 기억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었지만 학교 복도에서
19년 전 이맘때 즈음이었겠죠? 우리 동네에도 좋은 지역신문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 하나로 은평시민신문 창간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녔을 선배들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중앙의 권력이 바뀌면 우리 사는 모습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했던 마음이 한편으론 공허한 희망이었음을 느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앙정치의 변화가 곧 지역정치의 변화로 지역주민의 삶으로 바뀌는 게 아니구나 느낀 선배들은 우리지역은 우리가 나서서 뭐라도 해야 바뀌겠구나 생각했답니다.그 마음이 은평시민신문의 창간배경이고 정신입니다. 우리 문제를
얼마 전 사무실 아파트 우편함에 은평구청 장애인복지과로부터 온 과태료처분 통지서가 있었다. 바로 사무실 아파트 내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 신고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차 안 장애인전용주차표지가 떨어져 있어서 생활신고앱으로 고발한 것이었다. 시간을 보니 늦은 심야 시간이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충분해서 나 때문에 주차 못한 사람도 없었을 텐데 굳이 자격을 확인하고 사진까지 찍는 품을 들여 신고를 실천한 것이었다. 주차 표지를 새로 발급받을려고 구산동주민센터를 갔을 때는 마침 점심시간 직전이었는데 담당자는 직원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