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가 꽤 매서웠다. 견뎌낼 줄 알았던 만병초가 추위나기를 힘겨워했다.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 둘둘 말렸던 상록의 잎들이 결국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하고 말라 비틀어졌다. 이제 남아 있는 이파리는 겨우 하나! 안쓰러웠다. 그 이파리마저도 최근 몰아친 비바람에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라니,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아직 줄기에 푸른 기운이 조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조금이나마 광합성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역부족이다. 살 가망이 없어 보인다. 내 잘못이다. 너무 어린 나무를 겨울 내내 마당에 방치해뒀다.
기분 탓일까요? 주말마다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느낌입니다. 사라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 근처 숲에서 바람이라도 쐬고 싶은지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주말이 아니더라도 요즘 (초)미세먼지가 나쁜 날이 제법 많습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 걸까요? 문득 작년 이맘때가 생각납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멈추자 시커멓던 하늘과 바다가 몰라보게 깨끗해졌지요. 도시의 거리가 한산해지고 조용해지자 숨어있거나 떠났던 야생동물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 뉴스와 기사 사진을 보며 사
며칠 전 화분에 심겨진 ‘완도호랑가시’ 묘목 한 그루를 천리포수목원에서 데려왔다. 높이가 10c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아직 어린 나무다. 완도호랑가시는 천리포수목원의 창립자인 민병갈이 1978년 남해안 답사여행에서 발견한 식물이다. 감탕나무(Ilex)와 호랑가시나무의 자연교잡으로 생긴 식물인데 세계에서 한국의 완도에서만 자라는 희귀종으로 검증되었다. 민병갈은 국제규약에 따라 발견자와 서식지 이름을 넣은 학명 ‘Ilex × Wandoensis C. F. Miller’를 국제학회에 등록하였고 한국이름은 ‘완도호랑가시’로 정했다. 그
광화문에서 서울역 사이 세종대로는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광화문광장 조성공사와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 조성계획은 2030년까지 도심부 교통량을 30% 감축하고, 광화문~서울역간 녹색도시 축을 형성하는 서울대표 보행거리를 조성하며 서울 600년 역사와 근현대가 존재하는 대표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3가지 목표를 두고 추진되는 서울시의 역점 사업이다. 그동안 여러 진통과 갈등이 있었던 관계로 애초의 계획에서 많은 부분이 수정되어 진행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생각지 못한 갈등이 발생하고
부천에 송내공원이란 곳이 있다. 거마산 북쪽 자락에 위치한 조그마한 근린공원이다. 공원에서 북쪽으로 3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엔 아파트단지가 있다. 짐작컨대 오래지 않은 과거에 허름한 단독주택, 다가구주택지였을 것이다. 바로 인접한 산림 가장자리는 필시 마을사람들의 경작지로 이용되었을 것이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경작지를 복원할 목적으로 공원을 조성했을 것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실제로 그러했다. 그런 땅의 역사를 간직한 공원에 양서류가 살고 있다고 한다. 공원과 산림의 경계를 따라 작은 계곡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곳에 도롱뇽과 산개구
하천이란 빗물이 모여 흘러가는 물길을 말한다. 보통 하천은 계절에 따른 편차가 있긴 하지만 항시 물이 흐른다. 빗물을 머금은 주변의 크고 작은 산림이 조금씩 물을 내놓기도 하고 빗물로 충전된 지하수물이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하천은 모든 생명에게 물을 제공해주는 공급처로서, 생명들이 몸을 숨기고 먹이를 구하고 짝을 찾아 다음 생명을 잉태하는 터전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하천은 인간과의 관계 맺기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여 왔다. 이는 하천 보전과 이용의 역사이기도 하다. ‘상류·중류·하류
많은 분들이 인류문명이, 인간사회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합니다. 발등에 불로는 ‘코로나위기’가 있습니다. 코로나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연동된 ‘경제위기’로 무수한 사람들이 죽음 이상의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위기라 할 만 하죠! 그 위기가 피부로도 느껴집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정부의 명령대로 불편함을 감수하며 가게 문을 닫고, 마스크를 몸의 일부처럼 여기며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위기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죠. 코로나만이라면 전문가들이 위기라며 그렇게 호들갑 떨지 않겠죠
연일 비가 내린다.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기간이 49일이었다고 하는데 올해 그 기록을 갱신할 것 같다. 어제가 43일째였다고 하고 예보로는 다음 주말까지 비가 내린다고 하니 2020년은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로 기상이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요새 기상청이 동네북 신세다. 500㎜ 내린다더니 겨우 5㎜가 뭐냐는 거다. 오보도 이런 오보가 없다. 기상청도 할 말이 있다. 하소연을 들어보니, ‘오보’보다는 ‘오차’로 봐주었으면 좋겠고 기후변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고 축적된 기후 데이터가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해달
만 가지 병을 고치다고 해서 ‘만병초’라 불리는 식물이 있다. 이름을 들으면 풀로 착각할 수 있지만 나무다. 천리포수목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그마한 ‘만병초’ 묘목 한그루를 샀다. 어디다 옮겨 심을까 고민을 하다 일단 작은 화분에 옮겨심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작업을 마무리한 후 무럭무럭 잘 자라주길 염원했다.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부르는 것처럼 만병초도 Rhododendron brachycarpum이라는 학명을 갖고 있다. 들여다보면 그리스어로 장미를 뜻하는 ‘rhodos’와 나무를 뜻하는 ‘dendro
메타쉐쿼이아를 보았다. 멀리 천리포에서.어쩌면 같이 살아야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전문가의 진단이 헛말이 아니었던가 보다. 잠잠해지나싶더니, 방심하는 틈을 비집고 다시 퍼질 기세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닌데 조금씩 지치고 무감각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로 100일이 훨씬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필요가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먼 나들이를 다녀와야겠다. 어디가 좋을까? 수목원이 떠오른다. 이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곳은 식물원이지 않을까 싶어
은평구민의 연대와 협력의 공동체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을 은평구청 앞, 백송 한 그루코로나19를 얕잡아봤다. 4월이면 잠잠해질 거라고 믿었는데 한 번 해보자는 심보인가보다. 전 세계적으로 300만명 가까운 사람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그 중 20만 명 이상이 죽었다. 그리고 확산세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나라 사정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글에 목련이야기를 하며 목련땔감으로 코로나 방재를 해보겠다는 글을 우리 집 아이가 읽었다. 우리 조상들이 믿었던 것처럼 목련의 진한 향기가 각종 병마를
곧 사라질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확산 기세가 가파르게 상승해 참으로 우려된다. 누구는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다지만 시간을 건너뛰어 바로 오늘이 4월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그때쯤이면 전국을 아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광풍이 조금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영원한 것은 없다는 믿음과 날이 따뜻해지면 바이러스 활동이 상대적으로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기인한 간곡한 바람이다. 겨울 같지 않던 겨울이 어느덧 지나고 입춘이 지난지도 한참
나무이야기 코너라 나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매번 기후변화나 환경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기후변화 이야기를 해야겠다. 호주가 아직도 불타고 있다. 1월 중순 경 호주 남동부에 폭우가 내리면서 산불이 잡힌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지난해 9월에 시작된 산불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사망자 수는 29명을 넘어 계속 늘어나고 있고 호주 전역에서 3,000채 이상의 가옥이 소실되었다. 지금까지 불에 탄 면적이 자그마치 1,100만 헥타르(110,000㎢)에 달하는데 이는 대한민국 국
다시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걸어온 길을 찬찬히 되돌아봅니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올해나 내년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시간의 흐름인데 그래도 특정한 경계를 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잠시 되돌아보게 하는 건 삶의 지혜이지 싶습니다. 2019년 올 한 해, 잘 걸어왔다는 만족감보다는 일 년 잘 버텨냈다는 안도감이 강하게 듭니다. 이런이런! 모두들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보니 불광천의 환삼덩굴은 올 한해 어땠는지 묻고 싶습니다. 올 7월에 ‘생태계교란식물’로 지정되어 싱숭생숭 했을 거라 짐작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쓸모없거나 지구상에서
가을만 되면 나를 괴롭히는 식물이 있다. 환삼덩굴이라 불리는 녀석이다. 텃밭 주변이나 마을숲 가장자리, 특히 도시하천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한해살이 덩굴 풀이다. 그런데 너무 작아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환삼덩굴의 미세한 꽃가루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가을은 나에게 콧물과 재채기의 계절이 되어버렸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가을이 그 날 이후로 괴로운 계절이 되어버린 것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10여 년 전 어느 가을날이었다. 진관동생태경관보전지역의 자연습지를 조사할 일이 생겼다. 친구와 함께 했다.
9월말부터 서울시내 곳곳에서 워크숍, 토론회, 포럼이 진행 중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더니 봄여름 내 갈고 벼렸던 논의와 지식을 갈무리하는 계절도 가을인가 보다. 다 좋은데, 토론회 총량제를 도입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너무 많은 행사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동시다발로 진행되다보니 듣고 싶은 이야기를 줄곧 놓치게 된다. 과거보다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꼭 듣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9.26~27일 양일간 열린 ‘2019서울전환도시국제컨퍼런스’다. ‘GDP를
아낌없이 주었다. 나무는 놀이터였다. 매달리고 올라타고 뛰어내리던 모험마당이었다. 배고플 땐 매달린 열매 간식을 찾았고 배부르면 숨바꼭질을 했다. 피곤할 땐 그늘에서 잠을 청했고 무더운 햇빛을 피하기도 했다. 알록달록 이파리는 훌륭한 책갈피가 되어 주었고, 가끔은 시를 선물해 주었다. 추운 날이면 몸을 불태워 따뜻함을 주었고, 담벼락이 필요한 곳에선 기꺼이 울타리가 되기도 했다. 집을 짓기 위해 대들보와 기둥이 필요하다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집의 일부가 되었다. 이미 모든 걸 다 내어주고 밑동만 남겨진 상태에서도 필요하다면 지친 자
얕보지 말라, 크기가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 볼품이 없다고! 작고 작은 풀꽃에게도 놀랍도록 신비한 재주가 있으니, 오늘 이후론 그 풀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일 것이다. 꼭 그러기를. 첫 번째 주자는 제비꽃.이 꽃을 모른다면 외계인이 분명할 듯! 제비꽃은 도심 곳곳에서 자주 눈에 띄는 풀이다. 길가 콘크리트의 갈라진 틈이나 돌담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제비꽃 씨앗에는 ‘엘라이오솜’이라는 젤리 상태의 물질이 붙어 있다.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잘 보인다.개미가 이것을 좋아한다. 제비꽃 씨앗을 발견한 개미는 그 자리
미세먼지! 초겨울부터 이른 봄에 잠깐 찾아오는 기분 나쁜 불청객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겨울만 잘 넘기면 파란 하늘을 마음껏 되찾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불한당이 되어버린 것 같다.알게 되면 그 이전으로 쉽게 돌아갈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세먼지가 딱 그렇다. 세계보건기구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매년 미세먼지로 인해 전세계에서 700만 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정보를 접한 이후,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임산부가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16% 증가한다
조팝나무는 우리 산하 어느 곳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키 작은 나무 중 하나다. 해마다 4월 중순이 되면 잔잔한 흰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데, 정말 멋있다.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문장력이라니!멀리서 보면 꽃 핀 모양이 마치 튀긴 좁쌀을 붙여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여 ‘조밥나무’라 했다가 강하게 발음되는 조팝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좁쌀을 튀기면 흰색이 되는 건가? 조 이삭과 좁쌀은 하얀색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조라고 부르는 열매는 작고 둥글며 노란색을 띠는데 껍질을 벗긴 좁쌀 또한 노란색이다. 조팝나무의 흰 꽃 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