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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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재활병원 뇌병변 청소년 캠프를 따라갔다. 2015년부터 병원을 다니는 청소년들의 독립과 진로를 위해 부모님의 동행없이 장애인 청소년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는 캠프다. 

이 캠프 주요 행사는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송암스페이스 천문대에서 하루를 머물며 한겨울 깊은 밤에 모두 모여 함께 큰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는 것이었다. 늘 본인들의 꿈과 미래, 진로를 이야기 하기보다 얼른 잘 걸어야 했고, 빨리 장애를 벗어나 정상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아닌 압박을 떨치고 누구보다 안전하게 누구보다 즐겁게 자신들의 꿈을 만들기를 바라는 캠프였다. 송암 스페이스는 그나마 망원경까지 장애인의 접근성이 좋았고 무엇보다 그 천문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장애인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들이 우리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연습되어 있었다. 

재활전문의와 간호사, 작업 및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와 전문적인 미디어 전문가전공 대학생까지 1:1로 학생들을 조력한다고 하면 참여를 반대하고 주저하던 부모님들에게서 당당히 학생들 사진에 대한 초상권까지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제주도를 갔고 모두들 여권을 손에 들고 다른 어느 청소년들처럼 외국에도 나갈 참에 코로나가 터졌다. 그리고 근 3년만에 다시 캠프를 열었다. 

다시 열린 캠프도 쉽지 않았다. 이번 여름, 강화도 캠프는 태풍으로 좌절되었고 어렵게 연기된 겨울 캠프는 천문대에서 숙박을 허용하지 않았다. 추위와 긴장에 따른 경직에 취약한 뇌병변 청소년들이 바글거리는 따가운 시선과 낮선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차가운 겨울밤 망원경까지 가는 것은 너무 번거롭고 위험한 일이었다. 그래서 천문대에서 마감하기 직전에 마지막 팀으로 별을 보는 것은 중요했고 그래서 숙박이 가능해야 했다.

여전히 송암에 일하시는 분들은 퇴근시간과 케이블 운행 시간까지 뒤로 연장해줄 만큼 친절하셨지만 이제 그곳에서 별을 보면서 숙박을 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낮에 태양 관측은 멋지게 할 수 있었다. 인류가 직립보행 끝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서 미래와 개척을 상상하던 그 거대한 역사에 우리도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미지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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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휠체어로 걷고 음성 합성기로 강의하던 스티븐 호킹이 블랙홀과 은하계 연구에 새 역사를 열었고 천왕성의 발견으로  서구 유럽이 인정한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캐롤라인 허셜도 왜소증을 가진 장애 여성이었다.

한낱 우주먼지에 불과한 인간이 직접 우주에 나가 보지도 않고 몇 십억의 우주를 상상한다는 것은 그들이 보았던 별들을 우리 장애인 청소년들이 본다는 것은 그 어떠한 고통도, 한계도, 제약도 차별도, 혐오도, 간섭도 초월하겠다는 그 장대한 의지와 꿈을 공유해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유명한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도 공공을 위해 무료 개방하면서 그 오래된 건물에서 장애인 학생도 함께 관측이 가능하도록 접근성과 직원들이 훈련하고 있다. 

짧은 1박 2일지만 서로의 꿈을 탐색하며 경쟁하고 자신이 가진 장애를 통해 꿈의 가치와 미래를 꿈꾸는 것들이 ‘장애인이 왜 밖으로 나오냐’, ‘시설에나 가라’, ‘대학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라는 혐오와 배제의 말을 들을 때마다 이를 튕겨내고 자신의 진로와 꿈을 지키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같은 학교를 다녀서 영광이라는 6학년 누나들의 손편지가, 중학교 때 목발로 울려 퍼지는 복도 소리가 너무 멋지다는 친구의 엄지척이,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내가 쓴 책을 꼭 보고 싶다는 사서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사람들이 나에게 반말을 해댈 때마다, 재수가 없다고 식당 출입을 거부할 때 마다, 대학 가지 말고 앉아서 하는 기술이나 배우라 할 때마다 고개를 들어 새벽에 빛나는 샛별이라도 보게 하였다. 

여지 없이 은평구에 슬픈 소식은 계속되었다. 우리 동네 8살 장애아동이 부모에게 죽임을 당하고 비장애아동에 비해 5배 높은 살인률에 놓여있어도 여전히 장애인은 부모들을 힘들게 하고 지역 사회를 힘들게 하고 국가의 재정을 어렵게 하는 존재라는 산업화 시대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장애인을 교육하고 지원하고 돌보는 일은 여전히 착하고 궃은 일이라 장애인 학생에게 욕을 해도 몇 시간동안 복지관에서 본인의 게임을 돌리며 장애인 이용자에게 반말을 해도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는 지구의 시간을 살고 있지만 그대여 슬픔과 절망의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어 별을 보자. 우리의 꿈과 희망을 상상하고 꿈을 가질 수 있는 별을 찾아 보자. 몇 백, 몇 십억 광년 빛들이 아련히 우리에게 돌아 왔듯이 여전히 인권이 빛들이 가득한 우리들의 미리내 은하수를 찾아야 한다. 내년 새해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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