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연구소 '나라살림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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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을 알아야 국정을 운영하고 국가의 미래를 판독할수 있다” 경제학자 슘페터의 말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34.4%가 일반정부 지출입니다. 2천조가 넘는 국내총소득의 1/3이 넘습니다. 여기에 공기업이나 간접적인 공공부문 활동을 고려한다면 더 클 것입니다. 

더구나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민간경제와 달리 공공부문 재정 지출은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됩니다. 의회의 예산통제 기능이 약한 한국현실에서는 정부예산안을 편성하는 기재부의 권한이 막강해집니다. 대의정치보다는 선출되지 않는 관료제가 한국의 집권세력이라고도 하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R&D(연구개발)예산 감액 소동에서도 나타나듯이 정치인들의 발언과 예산은 사실상 무관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도 마찬가지이고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산편성과 심의의 구체적 내역을 보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매년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2024년 중앙정부 예산] 2024년 예산안 감액 및 증액 사업 분석 ,   [2024년 중앙정부 예산] 2024년 예산 국회 심의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

이미지 : 언스플래쉬
이미지 : 언스플래쉬

 

이번에 매일 노동뉴스에 기고하는 글을 쓰면서 노동예산에 대해 살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징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노동예산은 세금 투입이 매우 작습니다. 노동예산의 대부분이 세금으로 편성되는 일반회계가 아니라 고용보험 등 기금 중심입니다. 

전체 31조원 중 직접 수입되는 세금으로 편성하는 예산은 3,423억원에 불과합니다. 예산지출은 5.7조원입니다. 그나마 일반예산에 5조원 정도의 돈이 지원됩니다. 이 중 기금에 지원되는 재정은 3천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기금은 자체적인 재원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여유재원으로 운용되는 재정까지 하면 고용노동부의 기금만 47조원에 이릅니다. 

둘째, 관리운영비가 증가하고 사업비가 감소했습니다. 이미 일반예산 재정사업의 대부분은 행정비용과 일자리 예산입니다. 무엇이 줄고 줄어드는가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무엇을 주로 사용하는가입니다. 

예산 중 주요사업은 내일배움카드, 지방고용노동관서인건비. 한국 폴리텍대학 운영지원. 산업인력공단운영지원 등 네가지 사업만 1.5조원입니다. 이 사업에서 증액된 것만 1,600억원이 넘습니다. 이 외에도 일일이 열거할수는 없지만 인프라 구축이나 운영비 지원 등 기타 사업부분은 1조원에 육박하고 증액도 2천억원이 넘습니다. 

셋째, 국회에서는 노동분야 예산에 관심 없습니다.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할 때 신규사업예산은 1%가 되지 않습니다. 노동부의 신규사업은 상생협력 확산지원사업 183억원짜리가 유일합니다. 그야말로 하던 것을 늘리고 줄이면서 계속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노동자들이 곧 국민의 다수다 보니 다른 것들과 연결된 내용도 많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산업안전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해에 2천명이 넘는 산재 사망자 등 산업재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18조원입니다. 자살률과 마찬가지로 OECD국가 중 1위입니다. 저임금구조와 불법다단계 하청으로 예방보다 사고발생이 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책임을 떠넘기고, 결국 법을 위반한 것이 드러나도 500만원 내외의 벌금을 내다보니 재범률도 80%이상입니다.

또한 산재가 줄면 보험료를 감면해주는 제도 때문에 산재가 발생하는데도 산재 보험료가 할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원청하청 분리해서 산재건수 반영하니 위험한 업무를 하청기업에 떠넘기고 원청은 무재해 업체라고 포상금을 받는 상황까지 있습니다.

더구나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건강보험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많아서 2019년에는 6,771억원이 추정되기도 한답니다. 이 돈은 일반국민들의 의료보험에서 지출됩니다. 산재 발생을 일반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셈입니다. 

예산의 3대 거짓말이 있습니다. 그중 첫번째가 "예산이 없다”입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주어가 빠졌습니다. 그곳에 쓰고 싶은 예산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따왔다". "우리 지역은 소외되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어오는 돈이 어디서 오는가도 중요하지만 지출되는 돈도 누구에게 지출되는가가 중요합니다. 구조적으로 승자독식의 예산집행의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보입니다.  

재정은 크고 문제는 많습니다.

나라살림 View는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제작하는 보고서와 칼럼 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중앙과 지방 재정의 세입과 세출 모든 과정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더불어 예산을 읽고 이해하는 훈련을 통해 예산 전문가를 길러내어 건강한 나라살림을 추구합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정창수 칼럼과 보고서 등은 연구소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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