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동산, 버블길을 걷다 보면 한 번쯤 아파트 공사 현장을 지나가게 된다. 쿵쾅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본다. 몇 층인지 세어보다 금세 포기하고야 만다. 어디선가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시선은 다시 공사장으로 향한다. 눈을 반쯤 치켜든 채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곳에선 과연, 어떤 사람들이 살아갈까?’ 어린 시절 딱히 놀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던 동네에 살았던 나는, 친구들 집에 자주 놀러 갔었다.당시 아파트에 살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대체로 부유했다. 집안에 놓여 있는 가구나 물건을 보면서 우리 집과는 다르다고
그 많던 일본인이 사라진 뒤,명동, 충무로, 후암동, 필동, 회현동, 광희동, 신당동. 과거 일본인들이 살았던 주거지다. 동네를 걷다 보면 오래된 옛 일식 주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두 채가 아니라 여러 채가 모여 있어 걷다 보면 마치 일본의 어느 마을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힘이 너무 강해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일식 주택은 해방 이후 국가재산에 귀속되거나 개인에게 매각되었다. 매각된 집은 철거 후 신축하는 경우도 있고, 내부 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용하면서 필요한 것을
■ 을지OB베어 ● 을지OB베어코끝이 시린 추운 겨울, 을지로 일대를 걷다 보면 뜨거웠던 작년 여름이 생각난다. 을지로가 ‘힙지로’로 떠들썩할 때 노가리 골목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을지OB베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임대 계약 해지 후 퇴거를 통보받았기 때문이었다. 을지OB베어는 계속 장사할 수 있도록 재계약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이후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었다.맥주를 마시며 시간 보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골목 상생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여기, 인쇄소가 있다.많은 사람이 ‘인쇄’하면 을지로∙충무로(인현동) 일대를 떠올린다. 오랜 역사는 물론이고, 인쇄 관련 업체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며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쇄 집적지가 여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 곳곳에 존재하며, 영등포에도 인쇄소 거리가 있다.‘영등포 인쇄소거리’, ‘영등포인쇄’, ‘영등포 인쇄골목’, ‘영등포 인쇄소’눈에는 보이는데 아무리 찾아도 영등포 인쇄소 거리에 대한 설명이 없다. 업체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을지로∙충무로(인현동) 일대처럼 엄연히 인쇄업 생태계가 존재함에도 인쇄소가
'영등포'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이 잘 안된다. 오랫동안 답사를 해온 나도 막상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 고민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등포를 상상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이 봐도 떠오르지 않는 부분이 있고, 떠올라도 어떤 지점을 말해야 할지 헷갈린다. 동일한 장소에서 보이는 중첩된 시간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딱히 이유가 없으면 오지 않을 것 같아요.영등포를 지인에게 소개해 준 이후 돌아온 대답이었다. 본인에게 맞는 흥밋거리가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