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10월, 어느 대학 강연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만약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만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그 두 개의 열쇠는 바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다.그때는 여성에게 재산권도 참정권도 없었으며, 여성은 아버지 또는 남편의 재산이나 다름없었다. 혼자서 여행을 다닐 수도 없었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싶어도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2020년에 이 주장은 꽤 낡은 주장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계속 읽히는 이유는 사람들은 누구나
주전자 물은 지켜보고 있으면 끓지 않는다. 한 신문에 실린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젊은이들이 추석에 친척들로부터 무례한 질문 공격을 받을 때 필요한 지침이자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 대한 일침이기도 해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고 웃음도 자아낸 칼럼이었다.그 후 그런 질문들이 실행되고 있을까? 궁금하다.설 전후로 물푸레에서도 이야기가 많았다. 딸, 며느리, 시어머니, 친정엄마, 각자의 포지션이 달라서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기도 한다. 특히 시어머니 포지션도 명절이 부담스럽다는 사실.시댁 어른들이 모두 돌
초등학교에 다니는 유진이가 카페에 학교 숙제를 가지고 왔다. 마을에서 일하는 사람을 인터뷰를 해야 한단다. 갓 태어나서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보아온 그 아이가 수줍게 물어 와서 마주보고 앉아 질문을 주고받았다. 그중에 “일을 하면서 제일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이 있었다. 전에 이런 질문을 어른들이 하면 농담반으로 ‘화장실 청소’라고 했는데, 고사리 손으로 또박또박 받아 적는 아이에게는 도저히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서로 의견을 모아야 하는 회의가 제일 어려워.” 물푸레를 처음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화요일이나 금요일은 어김없이. 월요일도 대체로. 늦은 점심시간이 되면 물푸레 마당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tv프로그램 ‘삼시세끼 산촌 편’처럼 여기저기서 얻은 반찬과 이동식 가스버너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10인분에 가까운 밥을 한다. 대가족 식사가 차려지면 카페 여기저기 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당 밥을 먹는다. 물푸레는 카페이다. 그러다보니 과연 카페 안에서 밥 냄새 김치냄새가 나도 될까? 하는 갈등을 많이 한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마당에서 밥 먹기인데 요리를 하다보면 저 멀리 버스정류장까지 냄새가 난다. 이제 날이 추워지
아침 9시 반. 카페가 분주하다.오늘은 어린이집 친구들이 카페를 방문하기로 한 날.물푸레 북카페에 탐방을 오는 단체들이 간간히 있는데, 오늘은 지금까지 방문한 분들 중 가장 어린 분들이다. 운영진들 모두 총출동. 반가운 마음에 한껏 상기되어서 맞이한 사연은 이렇다.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푸레도 그렇게 아이들을 키웠고, 임신부가 태어난 아이를 안고 오는 것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낀다.그런데 가끔은 어린손님이나 단체방문객들을 대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아이가 먹을 것이니 딸기잼은 그냥 주라고 하거나, 외부
숲동이 놀이터를 하던 서른 중반의 엄마들이 물푸레를 운영했다. 한 주 동안 오전 오후 돌아가면서 활동하는 당번 만 열다섯이 넘었고, 갓 초등학교에 들어 간 아이들은 더 많았다. 어떤 손님은 이게 카페냐 어린이집이냐고 불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용한 동네 끄트머리에 생긴 물푸레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것 같다. ‘함께 배우고 즐겁게 연결되는 마을 문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해 온지 8년이 지나 이제 우리들의 평균 나이도 40대 중반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푸레와 함께 하는 이웃들의 세대 간 차이도 점점 메꿔졌다. 30대 부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