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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삼덩굴, 지나치다 싶더니 결국!
  •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공동대표
  • 승인 2019.12.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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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만 되면 나를 괴롭히는 식물이 있다. 환삼덩굴이라 불리는 녀석이다. 텃밭 주변이나 마을숲 가장자리, 특히 도시하천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한해살이 덩굴 풀이다. 그런데 너무 작아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환삼덩굴의 미세한 꽃가루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가을은 나에게 콧물과 재채기의 계절이 되어버렸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가을이 그 날 이후로 괴로운 계절이 되어버린 것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10여 년 전 어느 가을날이었다. 진관동생태경관보전지역의 자연습지를 조사할 일이 생겼다. 친구와 함께 했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맑은 날이었다. 도착해서 바라 본 습지는 곳곳이 환삼덩굴로 뒤덮여 있었다. 환삼덩굴은 덩굴성 식물이다. 

바닥에서 자라 올라온 녀석은 주변 초본식물과 키가 작은 나무를 지지대삼아 습지 바닥을 빈틈없이 덮고 있었다. 습지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환삼덩굴을 뚫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친구가 선두에 서서 길을 내며 버드나무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뒤를 바짝 뒤쫓았다. 

아! 그 순간이었다. 앞장서 걷던 친구가 환삼덩굴을 뚫고 지나간 자리에 노란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환삼덩굴 꽃가루였다. 그 뭉게구름이 순간 나를 덮쳤다. 아니, 내가 뭉게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호흡과 함께 꽃가루가 내 몸 속으로 왕창 들어왔다. 눈도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비극이 시작됐다. 눈과 꽃 속으로 들어온 이물질을 쫓아내기 위해 몸이 과하게 반응했다. 눈물 콧물을 한 바가지 쏟아냈다. 재채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한참을 고생했다. 그렇게 끝났을 거라 생각했는데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 꽃가루를 내 몸이 기억하게 될 줄이야 그 땐 미처 몰랐다. 

그 후 매년 가을이면 환삼덩굴 꽃가루는 불청객이 되었다. 병원을 들락날락거리며 알게 된 사실인데, 의외로 환삼덩굴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많다고 한다.       

나에게 그런 존재인 녀석에게 올 여름 딱지가 하나 붙었다. 7월에 ‘환삼덩굴’과 ‘등검은말벌’이 생태계교란생물로 새로이 지정된 것이다. 그동안 지자체 차원에서 유해식물로 지정되어 관리되어 오긴 했었는데 이번에 생태계교란생물로 공식 지정되었다. 

생태계교란생물은 위해성평가 결과 생태계 등에 미치는 위해가 큰 것으로 판단되어 환경부장관이 지정 고시한 생물을 말한다. 이렇게 지정된 생물들은 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관리대상이 된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적당히 존재하고 다른 식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많은 장소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해가니 다른 식물들의 원성이 자자했을 것이다. 

실제로 환삼덩굴 세력이 강한 곳에는 다른 식물들이 잘 못자라 생물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꽃가루 알레르기로 허약체질 도시인을 괴롭히기까지 하니 사람들이 가만둘 리 없다. 물론 환삼덩굴 입장에서는 억울할 따름이다. 본인이야 열심히 살아간 죄밖에 없는데. 그렇게 세력이 왕성해진 것도 사람들이 땅을 훼손하고 척박하게 만든 결과일 뿐인데. 그런 땅에서는 다른 고고한 자생식물들이 잘 살지 못하니, 환경을 가리지 않는 자기라도 땅을 차지해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더군다나 그냥 놔두었으면 맨땅이었을 공간을 그나마 푸르게 만들어 환경을 정화하고 더군다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탄수화물을 만들고 더불어 산소까지 만들어 기후변화 저감에도 일조했는데. 그것이 죄라면 어쩔 수 없다만 오히려 상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네발나비

일리 있는 말이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네발나비’에겐 없어선 안 될 식물이 바로 환삼덩굴이다. 네발나비는 환삼덩굴 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환삼덩굴 잎을 먹고 자란다. 환삼덩굴이 사라지면 네발나비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래도 내가 생태계교란생물인가? 

환삼덩굴 때문에 작은 깨달음을 얻은 이의 글이 문득 생각난다. 쌀쌀한 늦가을 아침, 다람쥐 한 마리가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환삼덩굴 씨앗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았다. 다람쥐가 식사를 끝내자 이번엔 박새가 찾아와 덩굴에 거꾸로 매달려 온갖 묘기를 부려 가며 같은 씨앗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았다. 그에겐 뽑아 버려야 할 잡초에 불과했던 것이, 날짐승과 들짐승들을 먹이기 위해 하나님이 애써 가꾸신 일 년 농사였던 것임을 깨닫고 그는 소리쳤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생명은 없다. 잡초는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욕심이 문제다. 조화를 깨뜨린 죄 가볍지 않다. 절제를 배우고 다시 조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될 때까지 환삼덩굴 넌, 생태계교란생물이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환삼덩굴은 일년생 덩굴성 초본식물이다. 햇빛을 좋아해 숲 속에서는 자라지 못하고 양지바른 곳을 좋아한다. 양지바른 곳이라고 어디에서나 무턱대고 자라는 게 아니라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가 훼손되거나 생태계가 교란된 지역에 많이 자란다. 도시지역에서는 하천 주변에 흔히 자란다. 불광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환삼덩굴은 나물이나 약초로도 쓰인다. 봄에 자라 올라온 연한 잎을 살짝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혈압을 낮추고 오줌이 잘 나오게 하며 피부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환삼덩굴은 또 지친 땅에 새 힘을 주는 퇴비로도 쓰인다. 중국에서는 환삼덩굴 식물체 전체를 약재로, 그 종자 기름으로는 비누를 만들어 썼다고 한다. 

환삼덩굴이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되었다 해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식물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 세력이 너무 과해서 적당한 밀도 관리가 필요함을 의미할 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로서도 가을이 좀 더 견딜만한 계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공동대표  lp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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