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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아직 불타고 있다!
  •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공동대표
  • 승인 2020.02.0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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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코알라

 

나무이야기 코너라 나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매번 기후변화나 환경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기후변화 이야기를 해야겠다. 호주가 아직도 불타고 있다. 1월 중순 경 호주 남동부에 폭우가 내리면서 산불이 잡힌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지난해 9월에 시작된 산불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사망자 수는 29명을 넘어 계속 늘어나고 있고 호주 전역에서 3,000채 이상의 가옥이 소실되었다. 지금까지 불에 탄 면적이 자그마치 1,100만 헥타르(110,000㎢)에 달하는데 이는 대한민국 국토면적(100,210㎢)보다도 큰 면적이다. 

시드니대학교 생태학자들은 이번 산불로 죽은 동물의 수가 코알라, 캥거루를 포함해 약 10억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코알라는 불의 확산을 피해 빨리 도망갈 수 없고 기름으로 가득한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보다 불에 약한 특성을 갖고 있어서 피해가 심한데, 사실상 이번 산불로 기능적 멸종 단계에 들어갔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기능적 멸종 상태란 어떤 종의 개체수가 너무 줄어 더 이상 생태계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도대체 이런 가공할 산불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많은 기후학자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지점은 장기적이고 극심한 가뭄, 그리고 기록적인 폭염이 원인이란 것이다. 화마가 휩쓸고 있는 호주 남동부는 역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산불 피해 지역 가운데 다수는 지난 해, 기상관측 이래 가장 건조한 1~8월을 기록했다. 11월에는 호주 본토 어디에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날이 관측되기도 했다. 기온은 계속 치솟아 12월 중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이런 추세는 2020년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피해 지역 중 많은 곳은 기온이 40℃ 중반에 달하고 있다. 

호주에는 해마다 자연적으로 발화하는 산불이 나는 기간이 있다. 하지만 산불 기간이 갈수록 더 일찍 시작되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심각하고 예측 불가능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게다가 변화한 날씨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 산불을 억제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비극이 일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배제할 수 없다. 비단 호주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산불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비일상적인 기상 이변이 이제 점점 일상이 되는 기후변화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극도로 예민해졌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강력한 공포 바이러스가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험으로는 이런 예민함과 혼란도 큰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수개월이면 잠잠해질 것이다. 온 나라가 나서서 국가는 국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감내하고 배려하고 연대하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2003년에 유행했던 사스가 그랬고 2015년에 사회적 파장이 막대했던 메르스도 그랬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기후변화위기는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하고 무시무시한 문제 아닐까? 그럼에도 왜 기후변화위기에는 공포 바이러스가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단언컨대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고 더 넓은 터전이 불모지가 될 것이며 더 많은 생물종이 멸종될 것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온 나라가 총력을 기울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것 이상으로 기후변화위기에 대응해야 될 텐데 말이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좀 더 강력하고 좀 더 직접적으로 좀 더 가시적인 위험과 피해가 나타날 때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듯 보인다. 

그래도 지혜로운 사람(호모 사피엔스)인데 그런 날이 오지 않도록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올 한해 이런 일들을 더욱 열심히 실천해보련다. 

1.주머니에 항상 손수건 넣어 다니기, 2.가방에 늘 텀블러와 장바구니 챙겨 다니기, 3.이동할 때는 걷기, 자전거, 대중교통, 자가용 순으로 선택하고 이용하기, 4.건물과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가급적 계단을 이용하기, 5.쓰레기 발생량 30% 줄이기, 6.분리배출 철저하게 하기, 7.채식 위주의 식사하기, 8.올해 4.15총선에서 기후변화를 생각하는 투표하기, 9.‘기후위기비상행동’에 함께 참여하고 행동하기, 10.한 그루 이상의 나무 심기…

생각해보니 실천할 목록이 수십 가지가 넘을 것 같다. 안되겠다. 이참에 실천목록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 보고 얼마나 잘 실천하는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해봐야겠다.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 날, 나의 한해살이를 냉정하게 평가해 보련다. 나는 지구에 살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혹시 함께 하실 분 있으면 연락 주세요.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공동대표  lp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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