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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걸어온 길을 찬찬히 되돌아봅니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올해나 내년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시간의 흐름인데 그래도 특정한 경계를 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잠시 되돌아보게 하는 건 삶의 지혜이지 싶습니다. 2019년 올 한 해, 잘 걸어왔다는 만족감보다는 일 년 잘 버텨냈다는 안도감이 강하게 듭니다. 이런이런! 

모두들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보니 불광천의 환삼덩굴은 올 한해 어땠는지 묻고 싶습니다. 올 7월에 ‘생태계교란식물’로 지정되어 싱숭생숭 했을 거라 짐작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쓸모없거나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대상이란 뜻은 아니니 상심하지 말기 바랍니다. 

다만, 내년에는 온 땅을 다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한옥마을 느티나무도 올 한해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300년 가까이 살아온 날 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한 해일뿐 일수도 있겠지만 혹 남다른 이야기가 있었다면 듣고 싶습니다. 봉산에서 잠깐 스치듯 만났던 신갈나무, 봄에 잠깐 눈길 주었던 길가의 괭이밥, 제비꽃, 질경이에게도 올 한해 안부를 묻습니다. 모두 잘 살아 주어 고맙습니다.    

임길택 시인은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는 누가 울 때, 왜 우는지 궁금합니다. 

아이가 울 땐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를 울게 하는 것처럼 나쁜 일이 이 세상엔 없을 거라 여깁니다. 

짐승이나, 나무, 풀 같은 것들이 우는 까닭도 알고 싶은데,

만일 그 날이 나에게 온다면, 나는 부끄러움도 잊고 덩실덩실 춤을 출 것입니다.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직 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그 우는 것들의 동무가 되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글을 읽을 줄 아는 이라면 아이, 어른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 합니다.  

 

시인의 마음이 딱 제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일 년을 살아보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너무 많은 아이들이 울었던 한 해로 기억됩니다. 어디 아이뿐이겠습니까? 남녀노소 불문하고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눈물 흘렸던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한 해를 꽉 채워버린 모양새입니다. 사람만이 아니죠. 우리 주변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짐승들도 매 한가지였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범으로 몰려 지금도 사살당하고 있는 멧돼지가 그렇고,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공동묘지로 변해버린 한라산, 지리산 꼭대기의 구상나무, 분비나무의 울음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름 모를 식물과 동물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갑니다. 바람이라면 저 멀리 건너가는 세월이, 올해 쏟아졌던 모든 울음도 함께 보듬어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울음보단 웃음이 더 많은 한 해였으면 합니다. 꼭 울음이 필요하다면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갖는 유한한 삶에서 오는 울음만 존재하길, 그것마저도 절망의 울음이 아닌 기쁨의 울음으로 흘러넘치길 바랍니다.

바람은 때론 의지와 실천을 통해 실현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내년에는 이런 노력을 통해 최소한 우는 생명을 줄였으면 합니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이하에서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하고, 2030년까지는 40%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어떤 노력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10년 안에 우리는 놀라운 ‘녹색전환’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기후변화가 심화되어 4℃이상 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최소 지구상 생물의 40% 이상이 멸종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합니다. 수많은 생명이 통곡할지 여부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사회적 약자의 울음에 귀 기울이고 왜 우는지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은 노력대로 하되, 생태학적 약자인 뭇 생명들이 인간이 촉발한 기후변화로 인해 피울음을 쏟는 상황은 또 그것대로 막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2020년 1월 1일,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것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해보자는 의지와 희망을 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올해보다 좀 더 나은 새해이길 바라며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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