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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그루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공동대표
  • 승인 2019.08.1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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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었다. 나무는 놀이터였다. 매달리고 올라타고 뛰어내리던 모험마당이었다. 배고플 땐 매달린 열매 간식을 찾았고 배부르면 숨바꼭질을 했다. 피곤할 땐 그늘에서 잠을 청했고 무더운 햇빛을 피하기도 했다. 

알록달록 이파리는 훌륭한 책갈피가 되어 주었고, 가끔은 시를 선물해 주었다. 추운 날이면 몸을 불태워 따뜻함을 주었고, 담벼락이 필요한 곳에선 기꺼이 울타리가 되기도 했다. 집을 짓기 위해 대들보와 기둥이 필요하다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집의 일부가 되었다. 

이미 모든 걸 다 내어주고 밑동만 남겨진 상태에서도 필요하다면 지친 자들을 위해 기꺼이 앉을 자리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나무는 아낌없이 주었다. 먼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런 나무가 알고 보니 해결사이기도 했다. 미세먼지 해결사, 기후변화 해결사!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불청객 미세먼지를 나무는 흡착하고 흡수하는 방식으로 줄인다. 연구에 의하면 큰 나무 1그루가 35.7g 정도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에스프레소 커피 1잔과 비슷한 양이다. 

어떻게 줄이는지 알고 싶으면 하얀 면장갑을 끼고 큰 도로 옆 가로수를 만져보면 된다. 고마운 마음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줄기와 잎을 쓰다듬어 보자. 까맣게 변한 면장갑이 고군분투하는 나무의 외침이다. 나무를 많이 심어 1ha의 숲을 조성할 수 있다면 168kg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미세먼지를 해결하고 싶다면 도시와 마을 곳곳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게 효과적인 방편이라 주장하는 이유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무는 기후변화의 해결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1조 그루만 더 심으면 현재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를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최근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스위스 크라우더연구소의 연구팀이 1조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지구 기온 상승을 가져오는 이산화탄소의 3분의 2가량을 저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농경지나 도시를 잠식하지 않고도 나무심기로 숲을 조성해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존 도시나 농경지를 그대로 둔 채 숲 재건 등 숲가꾸기를 통해 기존 숲을 3분의 1가량 늘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으로 대기에 쌓인 3천억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중 2천50억t을 늘어난 나무로 잡아 둘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도심 나무심기까지 결합하면 잠재력은 더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미 진행 중인 기후변화로 숲을 지탱할 수 있는 지역이 매년 줄어들고 있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하며, 새로 조성된 숲이 이산화탄소를 가둬두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화석연료 감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해보니 1조란 숫자가 엄청 크긴 하다. 1조 그루 나무 심기는 5천만명이 해마다 4,000그루씩 5년을 심어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역시 기후변화는 혼자의 힘으론 해결할 수 없다. 모든 시민의 참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나마 나무심기는 우리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해결책이긴 하다. 다만, 스스로 나무심기를 하기가 어렵다면 나무를 심고 숲을 보전, 복원하는 환경·생태 단체에 기부하거나,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등의 행동도 생각해 볼 수 있다. 

6월 5일 은평기후환경연대가 출범식을 열고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 : 정민구 기자>

마침 은평에는 소수이지만 기후변화위기, 생물다양성위기 등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자그마한 단체들이 있다. 그들이 모여 최근 ‘은평기후환경네트워크’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런 단체들을 열심히 지지하고 지원하면 좋겠다. 또, 내년이면 지역시민사회와 은평구청이 협치과제로 ‘주민참여형 마을녹지 조성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숲과 정원의 도시, 은평을 만들어보겠다는 원대한 목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은평은 정말로 ‘북한산 큰 숲, 사람의 마을’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이 역시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실천이 필요하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은 열심히 나무 심는 해로 정하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오래전 은평이란 동네는 울창한 숲의 마을이었을 것이다. 지명에서도 그런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녹번동의 이름 유래를 보자. 녹번동 동명은 녹번현(녹번이고개)에서 유래되었다. 녹번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청렴한 조정의 관리들이 설·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이곳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나라에서 받은 녹(祿)의 일부를 이 고개에다 남몰래 슬며시 놓아두었던 데서 유래되었다. 

당시 사람들이 관리가 녹을 버린 것이라 생각하고 이 고개 이름을 ‘녹을 버린 고개’라 하여 ‘녹번이고개’라 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설도 있다. 녹번현은 본래 녹번현(綠樊峴)인데, 이 고개 부근에서 자연동(自然銅)의 일종으로 푸른빛을 띠는 산골(山骨)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였고, 숲이 무척 우거져 소름이 끼칠 만큼 깜깜한 지대였기에 녹번현이라 했단다. 눈을 감고 울창한 숲속 마을이었을 녹번동을 상상해본다. 

이제 나무를 심을 준비가 되었다.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까? 어떤 나무든 좋은데 난 ‘살구나무’ 한 그루 심을 생각이다. ‘너도 살구, 나도 살구, 우리 모두 살~구!’ 

 생명 가진 모든 이들, 기후변화시대에 잘 살아남기를 기원하며 ‘살구나무’ 한 그루 심으련다.

민성환 / 생태보전시민모임 공동대표  lp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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