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카페에서 진행한 어린이를 위한 에티켓 교육과정

아침 9시 반. 카페가 분주하다.

오늘은 어린이집 친구들이 카페를 방문하기로 한 날.

물푸레 북카페에 탐방을 오는 단체들이 간간히 있는데, 오늘은 지금까지 방문한 분들 중 가장 어린 분들이다. 운영진들 모두 총출동. 반가운 마음에 한껏 상기되어서 맞이한 사연은 이렇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푸레도 그렇게 아이들을 키웠고, 임신부가 태어난 아이를 안고 오는 것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가끔은 어린손님이나 단체방문객들을 대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아이가 먹을 것이니 딸기잼은 그냥 주라고 하거나, 외부음식을 사와서 먹거나, 바닥에 쏟고 흘린 것을 치우지 않기도 하고, 한잔을 시켜서 여러 작은 잔으로 나눠달라거나, 아이가 울고 떼를 써서 카페 전체가 떠나가도 나는 내 아이를 이길 수 없다며 포기하는 보호자, 주변 사람은 아랑곳없이 같이 소리를 지르고 훈육을 하는 보호자, 아이를 대신 무섭게 혼내주라는 보호자, 마을카페이니 다 용인해 줄 거라는 오해.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정중하게 이야기를 하면 대체로 서로 이해를 하고 해결이 되지만, 감정이 앞서서 서로 마음이 상하는 경우도 있다. 

육아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가 아니라 어떤 때는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다가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노키즈 존이라는 이슈가 찬반의 토론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면 양쪽의 입장을 다 잘 아는 물푸레가 어린이들을 위한 에티켓 교육 과정을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 어린이자전거운전면허증처럼. 그게 봄에 생각했던 것인데, 어느덧 가을이 되고 드디어 공간 에티켓 교육을 해야 할 날이 된 것이다.

오전 10시, 해맑은 어린친구들이 줄을 맞춰 도착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우선 서재로 가서 물푸레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에티켓이란 무엇일까? 라고 물었다.

손을 드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고,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예절이라고도 했다.

(에티켓이란 프랑스 말로 사회생활을 할 때 남에게 지켜야 할 예절이나 태도이다.)

이렇게 잘 알다니. 

이번에는 OX퀴즈를 내보았다.  

함께 쓰는 공간에서 신나게 뛰어 놀아도 된다.(X)

내가 본 책이나 물건은 그대로 두고 간다.(X)

함께 쓰는 공간에서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O)

사실 너무나 뻔한 질문들이었지만 아이들은 하나씩 맞출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이제 본격적인 카페 에티켓 교육시간.

테이블에 앉은 친구들은 무엇을 주문할지 의논하고 한명이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한다. 

그리고 돌아와 음료가 나올 때까지 테이블에 준비된 식물그림을 색칠한다. 

자기 음료가 나오면 조심해서 자리까지 가져간다. 

음료를 다 마시고 나면 책읽기나 보드게임을 차례대로 즐긴다. 

(곳곳에서 운영진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은 친구들은 뛰지 않고 잘 다녀온다.

이렇게 한 시간 반 동안 카페활동을 마친다.

아이들에게 공간 에티켓 인증카드를 나눠준다.

아이들은 카페놀이(정말 즐겁게)를 생각보다 참 잘 했고, 서로 지켜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간혹 목소리가 너무 커지면(아이들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다른 친구들이 말해준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어른들이 이 독특한 수업을 지켜보며 대견해 했다. 어린이들도 사회에서 어울려 생활하면서 잘 보고 배우고 지키고 있는데, 설마 엄마 아빠와 함께일 때 달라지는 것일까? 에티켓은 보호자 개인의 몫일까? 우리가 같이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들 본성은 떠들고 뛰고 우는 것일까?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스무명의 어린 친구들과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보배이다. 노키즈존이 아니라 에티켓존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공간에티켓인증과정은 이렇게 행복하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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