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정권심판’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표자를 뽑아서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대표자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평가가 나쁘다,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의 실정과 국정 난맥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엄한 평가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논란들도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올바른 대표
국회의원 총선 때마다 ‘정책이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번 총선은 더욱 심각한 것같다. 그나마 나오는 공약들을 보면, 개발공약이거나 졸속적인 공약들이 많다. 국가의 미래나 시대적 과제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담고 있는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문제와 관련해서도 ‘지역소멸’이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되지만, 수도권 일극집중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제시되지 않는다.그래서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개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주권자인 국민들 사이에서부터 그런 논
정치인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 눈높이’같은 말들이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최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과 관련해서 ‘국민 눈높이’라는 표현을 썼다. 말 자체로 보면 당연한 얘기이다. 국민이 뽑아줬으니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언행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실제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입장’과 ‘국민 눈높이’는 말뿐인 것에 그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돈’의 문제이다. 국회의원 차량유류비와
2004년부터 시작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는 기금을 마련해 지역신문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신문은 저널리즘의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환경에 필요한 구조를 개선하고, 소외계층 구독을 위해 지원을 받습니다. 이는 지역신문의 ‘공익적 활동’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입니다.얼마 전 지발위는 2024년 우선지원대상 70개 신문사를 선정했습니다. 지역일간지 29개와 지역주간지 41개사가 올 한해 정부지원을 받게 됩니다. 매년 “우선지원선정사”가 발표되면 선정을 두고 희비가 엇갈립니다. 왜냐하면, 전국의 모든 지역신문이 열악하기 때문에
지역을 다니다 보면 지역간 편차를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똑같은 비수도권 지역인데 유독 산업폐기물매립장 소각장, 의료폐기물소각장이 많이 들어온 지역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이다. 경북의 경우에는 의료폐기물소각장 3곳에서 경북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량의 7배 이상을 소각하고 있다. 수도권 등 외부의 의료폐기물이 경북으로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민간업체들은 의료폐기물소각장 신·증설을 경북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의료폐기물소각장 뿐만 아니라 산업폐기물 매립장·소각장도 경북에는 많은 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
2024년을 맞는 마음이 편치 않다. 국내외의 사정을 보면 희망이나 기대보다는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의 사정을 보면, 도대체 평화가 언제나 올 수 있을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도 좋지 않다. 남북 간의 긴장은 격화되고 있고, 중국 등과의 관계도 꼬여 있다. 경제도 어렵다. 단순히 경제성장률이 낮다고 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경제성장률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체감하는 ‘먹고사는 경제’이다. 그런데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먹고살기는 어려워졌다
국회에서는 아직도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에 따라 선거구 획정도 미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지역에서는 여러 후보자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출판기념회 같은 행사도 벌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뽑힐 국회의원들의 책무는 막중하다. 흔히 지금 대한민국은 복합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고 한다. 경제도 좋지 않고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도 위중하며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저출산이 상징하는 낮은 행복도와 다수 국민들의 팍팍한 삶은 좋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기후 위기는 식
19년 전 이맘때 즈음이었겠죠? 우리 동네에도 좋은 지역신문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 하나로 은평시민신문 창간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녔을 선배들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중앙의 권력이 바뀌면 우리 사는 모습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했던 마음이 한편으론 공허한 희망이었음을 느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앙정치의 변화가 곧 지역정치의 변화로 지역주민의 삶으로 바뀌는 게 아니구나 느낀 선배들은 우리지역은 우리가 나서서 뭐라도 해야 바뀌겠구나 생각했답니다.그 마음이 은평시민신문의 창간배경이고 정신입니다. 우리 문제를
그는 1960년 일본의 오키나와 북부 나키진촌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집안은 3대가 함께 살았는데 덕분에 그는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로부터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 자랄 수 있었다. 1900년대 전반 오키나와의 상황이나 서민 생활, 일본 ‘본토’에서 오키나와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를 통해 배우게 됐다. 인근에 살던 그의 외할머니는 가난 때문에 일곱 살 때 부락의 부자에게 팔려 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지만 악착같이 일을 해 열다섯 살에 자기 힘으로 돈을 갚고 자유의 몸이
은평구가 서울에서는 두 번째로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었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은평구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지정을 환영한다.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는 지역이 중심이 되어 장애인의 역량 개발을 지원하고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하여 도입하였다.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지정은 평생교육법 제15조의2제1항에 따라 신청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심사를 통하여 지정 및 지원할 수 있다. 2022년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는 32곳이며 2023년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 신규 지정 된 지방자치단체는 은평구를
대한민국에서는 ‘비례대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그 원인은, 지금 ‘비례대표’라고 불리는 일부 국회의석이 사실은 군사쿠데타 직후에 도입된 ‘전국구’의 후신이기 때문이다. ‘전국구’는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만들려고 도입된 것이 아니다. 1963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박정희 정권측이 국회의원 시켜주고 싶은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쉽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도입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국구’라는 제도는 을 보장하기 위한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와는 무관하게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2000년에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눈이 녹기 시작한다는 우수(雨水)가 지났지만 아직도 찬바람은 몸을 움츠리게 합니다. 그래도 곧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다가오니 이 추위도 곧 멈추겠지요. 지역언론인의 삶은 매일매일 경칩을 기다리는 마음과도 같습니다. 좋은 소식도 많이 전하고 잘한 건 좀 칭찬도 많이 하라는 말씀을 많이 듣지만 당장에 먼저 전해야 할 소식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 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안타까움을 더하는 일이 많습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의 아픈 부분을 얘기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우리 삶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구정질문이 10월 24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 9대 은평구의회는 시민을 대표해서 집행부에 직접 행정 전반에 관한 사항을 묻고 개선책을 요구했다. 2021년부터는 은평구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구정질문이 생중계돼 시민들에게 구의원의 역량을 보여주고 구정현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정질문이 일괄질문-일괄답변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종종 맥이 끊기고 질의응답이 지루해지기 쉽고 핵심 사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답변에 나선 은평구청이 본 질문과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으로
숙종의 총애를 받던 희빈 장씨의 생가는 현재 불광동 아미산 기슭이었다고 전해진다. 나방의 눈썹같이 생겼다하여 아미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희빈 장씨의 아버지 장경의 묘를 이곳에 쓰고부터 희빈 장씨가 숙종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장씨 일문의 권세가 한창일 때 벼슬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자주 왕래하였다 하여 동네 이름을 관동이라 불렀고 현재 불광동에서 연신내로 넘어가는 고개를 관티고개라 불렀다.희빈 장씨의 당숙인 장현이 문중의 어른으로서 이곳에 살고 있었으므로 관직을 청탁하려는 사람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이 고개를 넘어 다녔기 때문에
몇 해 전인가, 피곤에 지친 몸이 좀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날이었다. 청소 안 된 집은 엉망이었고 나는 깜빡깜빡 졸며깨며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현관벨이 울린다. 겨우 몸을 일으켜 보니 ‘도시가스 안전점검’을 나왔다고 한다. 내 모습도 그렇고 집 모양도 그렇고 도저히 문을 열어 누군가를 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죄송하지만 다음에 오실 수 없겠냐며 돌려보냈다. 잠깐이면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난 좀 짜증스럽게 다음에 오시라는 말만 되뇌었다. 한 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그에게 화
최근 우리 동네 어느 사립 초등학교에서 갑작스레 교사들의 장애인 인권교육을 요청했다. 사무실에서 무척 가까운 그 학교에 학생들이 하교하는 오후 들머리에서 꽤 익숙한 풍경이 열렸다. 각종 고급 자동차와 외제차들이 학교를 오가고 통학 버스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 40년 전 부산의 부잣집만 다닌다던 유명한 사립학교였던 동래국민학교에 내가 매일 등교할 때 날마다 목격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기본적인 경사로조차 없는 것도 똑같아서 소름끼쳤다. 동래초는 80년대에 통학 버스가 있고 컴퓨터와 영어 수업을 따로 교육하는 학교였다. 버스나 택시는 목
최근 부모와 함께 사망한 조유나씨(10세) 관련 기사와 몇 년간 폭증한 부모에 의한 장애인 아동의 죽음을 다루는 우리나라 사회와 언론을 보면 같은 아동의 죽음에도 차별과 경중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조유나 피해자 죽음 원인이 그게 무엇이든 양육자의 보호책임을 다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언론과 대중들은 동기가 무엇이든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은 부모를 연일 비판하고 심지어 체험학습을 보낸 학교와 교사들에게까지 행정 당국은 책임과 각성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허나, 코로나 시대의 수십 건 부모의 장애인 살해 사건을 대하는 언론과 사회
은평구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6월 21일 전격 진행됐다. 현재 김미경 구청장은 지난 설 명절에 다량의 사과박스를 공무원과 시민들에게 선물로 보낸 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 돼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전부터 시작된 압수수색은 오후 5시 가까이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되었다. 몇 시간을 기다린 취재진은 수사진이 은평구청 1층 현관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촬영하기에 바빴고 주요 언론사에서는 ‘은평구청 압수수색’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은평구청 압수수색을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마음은
‘안녕하세요 하나님’(1987)은 배우 안성기가 뇌병변 장애를 가진 병태를 연기한 한국 영화다. 장애 차별로 초등학교 소풍 경주 여행을 거부당한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 홀로 경주로 여행을 떠났다가 노숙자와 만삭의 미혼모를 만나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길 위의 이야기다. 35년이 지났지만 지금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출연하는 드라마가 창작되었다는 것을 빼면 당시의 정상성을 벗어난 장애인의 삶과 지금의 장애인의 현실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되레 장애인을 대하는 자세는 87년 영화 속 인물보다 더욱 잔인해 졌다. 영화 인물들이 모두
사무실 장애인 주차구역은 1995년 재건했다는 수국사 황금사찰 대웅보전이 삐친 머리자락처럼 보인다. 가끔 저층까지 목탁과 불경 소리가 들린다. 수국사 본당의 목조아미타불좌상 보물 제1580호는 가장 오래된 목조불상 중에 하나이고 도심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서울 서북부 지역 불교를 책임지며 접근성이 좋아서 장차 일본의 황금절인 금각사보다 유명해 지리라 홍보한다. 나는 전동 스쿠터 충전지를 새것으로 갈고 나서야 수국사를 방문했다. 아파트 바로 등 뒤 222미터를 오는데 석 달이 걸렸다. 그래도 수국사는 대웅전 앞까지 구르는 바퀴를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