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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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의 총애를 받던 희빈 장씨의 생가는 현재 불광동 아미산 기슭이었다고 전해진다. 나방의 눈썹같이 생겼다하여 아미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희빈 장씨의 아버지 장경의 묘를 이곳에 쓰고부터 희빈 장씨가 숙종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장씨 일문의 권세가 한창일 때 벼슬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자주 왕래하였다 하여 동네 이름을 관동이라 불렀고 현재 불광동에서 연신내로 넘어가는 고개를 관티고개라 불렀다.

희빈 장씨의 당숙인 장현이 문중의 어른으로서 이곳에 살고 있었으므로 관직을 청탁하려는 사람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이 고개를 넘어 다녔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 전해진다. “관티고개 넘었나”는 말은 곧 장현과 줄이 닿아 벼슬길에 나가게 되었냐는 뜻으로 매관매직을 의미한다. 

“관티고개 넘었나”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구체적인 채용비리 정황과 자료가 담긴 제보메일이 신문사로 도착하는 일도 있고 낙하산 인사 의혹을 짙게 가질 수밖에 없는 여러 정황과 관련 제보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매관매직이라 불렸던 인사비리가 지금은 낙하산 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낙하산 논란은 특히 지방선거 이후 심해진다. 정치인은 선거를 도운 이들을 챙겨야 한다는 이유로 자리마련에 나선다. 누구라도 맡은 자리의 역할을 수행해 낼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면 이를 마냥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자격도 역량도 의심스러운 이가 특정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때 조직은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열심히 일하고 그 결과로 기쁘게 승진하고 또 성과를 내며 성장하길 기대했던 선량한 노동자들이 침묵 속으로 빠져들며 조직은 생기를 잃어간다. 

익명을 요청한 제보자들은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마음으로 제보함”을 밝히는 경우가 많다. 한 제보자는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무원이 사리사욕을 채운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다른 지자체도 이러한가?”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은평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채용이 진행 중이다. 공개모집으로 진행되는 만큼 투명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누가 임원추천위원회로 활동하고 있는지 어떤 회의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알 길이 없다. 왜 이번엔 자격요건에 ‘지방의원으로 4년 이상 임기를 마친 자’가 추가되었는지 역시 알 길이 없다. 관련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번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공단 이사장 채용은 후보자의 역량을 검증하고 공단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능력 있는 후보가 투명한 채용절차를 통하길 바랄 뿐이다. 

비단 공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은평문화재단도 낙하산 채용 문제 의혹이 일어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은평구청 주차단속원 채용을 두고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모두 사전에 특정인 채용을 염두에 두고 채용이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사안이었다. 

이제 더 이상 희빈 장씨의 당숙인 장현을 만나기 위해 관티고개를 넘는 이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관티고개는 우리 곁에 존재한다. 능력과 역량보다는 누구와 인연을 맺었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상 아직도 특정인을 만나기 위해 관티고개를 넘어가려는 이들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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