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결과는 “안전시설 갖추고 직진허용”

(왼쪽)힐스테이트 2, 3차 정문에서 출입하는 차량들의 모습, (오른쪽)힐스테이트 4차에서 백련산로 방향으로 올라가는 모습. (사진: 정민구 기자)
(왼쪽)힐스테이트 2, 3차 정문에서 출입하는 차량들의 모습, (오른쪽)힐스테이트 4차에서 백련산로 방향으로 올라가는 모습. (사진: 정민구 기자)

신호체계를 두고 응암동 백련산 힐스테이트 2·3차 주민들과 힐스테이트 4차 주민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3차 주민들은 아파트 정문에서 응암오거리로 향하는 직진 신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반해 4차 주민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직진 신호 허용은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들 간의 갈등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기미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경찰청은 공청회를 열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타협점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양측 주민들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 곳은 힐스테이트 4차 정문과 응암초등학교 후문 사이에 위치한 응암로 14길과 백련산로가 만나는 삼거리다. 응암로 14길은 왕복 2차로로 응암초등학교와 인접해 있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며,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속 30km 제한과 과속방지턱, 인도 펜스 등이 설치되어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 대부분인 응암로 14길은 자동차가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은 아니지만 출근시간대에 유독 막히는 백련산로를 통하지 않고 증산로나 가좌로로 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련산 힐스테이트 2·3차 주민들과 힐스테이트 4차 주민들이 이 도로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출근시간대에 일어나는 차량 정체 때문이다.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가 준공되기 전까진 먼저 입주해 살고 있던 백련산 힐스테이트 2·3차 주민들은 정문에서 직진하여 응암로 14길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문제는 2019년 8월경부터 발생했다. 백련산 힐스테이트 2·3차 정문에서 직진이 금지되기 시작했다. 이유는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재개발 사업 당시 조합에서 실시한 교통영향평가에서 응암로 14길이 경사로가 있어 힐스테이트 2·3차 정문에서 직진하는 차량이 미끌어질 가능성이 있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직진이 금지되자 2·3차 주민들이 응암로 14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으로 차를 이동해 유턴을 하거나 아파트 후문을 통해 멀리 돌아서 접근해 비보호 우회전하여 도로를 이용했는데 출근 시간대 극심한 정체로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2·3차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백련산로를 통해 충암고 삼거리까지 가고 있는 상황이다. 

구청이 실시한 '백련산로 교차로 교통개선계획 수립 용역' 결과.
구청이 실시한 '백련산로 교차로 교통개선계획 수립 용역' 결과.

양 측의 갈등은 은평열린청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2·3차 주민들은 지난 4월 4일 열린청원을 통해 직진이 허용되도록 신호체계를 바꿔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교통량 분석을 통한 교차로 구조개선 및 교통개선 방안 마련 용역을 실시하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 검토할 것”이라 답변했다.

은평구청은 지난 9월 ‘백련산로 교차로 교통개선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교차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용역결과는 “2·3차 정문에서 응암초 사이의 직진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됐다. 다만 직진을 허용하기 위해선 백련산로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 제거, 야간 보행자 안전을 위한 투광기 설치, 교차로 노면표시 및 컬러레인 설치, 경사로 중앙선 시인성 확보를 위한 차로규제봉 설치, 속도저감을 위한 과속방지턱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힐스테이트4차 주민들은 3거리 직진신호 설치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 정민구 기자)
힐스테이트4차 주민들은 3거리 직진신호 설치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 정민구 기자)

용역 결과가 나오자 이번엔 힐스테이트 4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은평열린청원을 제기했다. 10월 28일 4차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어린이보호구역인 응암로14길은 열선도 없는 급경사 구간이 두 곳이나 있어 어린이와 주민 이동시 위험한 곳”이라며 “힐스테이트 4차 아파트를 지나 응암오거리로 빠져 나가는 길목 모두 중앙차선도 없는 아주 좁은 길로 정체가 되는 구간”이라 주장했다. 또한 “직진을 허용한다 해도 백련산로의 정체가 해소되진 않는다”며 직진 신호 허용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양측 갈등에 서울경찰청이 꺼내든 카드는 ‘공청회’다. 서울경찰청은 공청회를 통해 양측주민들의 의견을 좁히고 타협점을 찾아내보겠다는 방향이다. 서울경찰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응암동 백련산로 일대 신호체계와 관련하여 교통안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양측 주민들의 입장이 워낙 팽팽한 상황으로 교통안전시설 등 설치·관리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공청회를 열고 방안을 마련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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