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반려동물, 복잡해지는 “반려동물 소송” ①

이채원 변호사
이채원 변호사

최근 한 반려동물 관련 통계(「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KB금융지주)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보호자 인구는 약 1,262만 명으로 집계됐다.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로, 수치상 4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만 고양이(강아지) 없어” 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크게 유행할 정도로 반려동물은 우리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도 빠르게 변화해 왔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14.5%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그 규모가 8조 원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3년 뒤인 2027년까지 반려동물 산업 규모를 무려 15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분쟁이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소위 ‘비반려인’ 이웃들과의 분쟁은 물론이고, 반려인들 간의 분쟁, 동물 의료기관과의 분쟁 등 법적 분쟁의 건수도 늘어나고 그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는 만큼 내 반려견, 반려묘를 지키는 데 필요하다면 소송도 불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반려동물 분쟁 유형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이미지 : 언스플래쉬
이미지 : 언스플래쉬

 

  1. 반려동물과 임대차 계약

  

“저희는 강아지를 1마리 키우는 가족입니다. 아파트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입주만 앞두고 있는데, 이사 당일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갔더니 집주인이 갑자기 ‘강아지를 키운다는 말은 없었지 않냐, 여기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니 계약을 해제하겠다’라고 합니다. 계약 체결 당시에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사전에 말해야 하는 의무가 있나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려가구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이다. 그러나 집주인으로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하는 것을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집이 망가질 우려도 있고,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의 경우 이웃 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미리 반려동물에 대해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약 체결 당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반려동물을 키운다거나, 반려동물은 금지된다는 별도의 안내를 하지 않았다면 계약해지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 체결 당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을 집주인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고,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 판례의 경향이다.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한 민법 제610조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정당한 해지사유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약사항”이다. 특약사항에 ‘반려동물 금지’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 그러니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반드시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사항을 추가하여야 한다. 만약 임대인이 구두로는 반려동물은 금지된다고 설명하였는데 이를 특약사항에 기재하지 않았다면, 그 내용을 구두로 설명하였다는 사실에 대해 충분한 증거수집을 통한 입증을 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임대차계약 중 반려동물로 인해 임차한 주택의 일부가 파손되는 등 손해를 입혔다면 그에 대한 손해는 별도로 배상하여야 한다. 

이미지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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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반려동물과 의료사고

 

현행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발급은 의무화되어 있다.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환자가 진료기록의 열람 또는 사본 발급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수의사법 제13조는 진료(기록)부의 작성과 보관은 의무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면서도 그 발급 의무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현실적으로 반려동물의 진료기록부를 발급해달라는 보호자의 요청이 있어도 발급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 건수가 확대됨에 따라, 반려동물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 건수도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 ‘진료기록부’가 의료과실을 입증할 핵심 증거이므로 진료기록부 없이는 수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병원이 반려동물의 진료기록부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 해결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의료과실을 원인으로 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을 통해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있다. 진료기록부 작성 자체는 의무사항이므로 병원은 진료기록부를 가지고 있을 것인데, 법원의 제출명령에 불응한다면 재판부는 의료사고 피해 보호자의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 즉 수의사의 의료과실이 있다는 심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병원 측에서도 이러한 심증을 주지 않기 위해 진료기록부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고자 하는 법안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빠른 시일 내로 진료기록부 발급이 의무화되면, 진료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만큼 관련 소송이 더욱 활발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려동물과의 분쟁을 소송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억울한 마음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오히려 병원 측에서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를 할 수 있으니 사적으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서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 관련 상해나 사망 사건, 반려동물에 대한 소유권·양육권 다툼, 반려동물에 대한 상속 등 다양한 유형의 분쟁이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에 관련된 법적 분쟁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법률상 지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기존에는 반려동물을 ‘물건’으로만 취급하였던 것과 달리 반려동물도 중요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분쟁 상황에서 관련 법들이 빠르게 개정되고 있고, 복잡해지고 있는 만큼 내 반려견, 반려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문가를 통해 법률 자문을 구하고, 민·형사상 대응을 통해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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