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3인과 총괄기획자 “진심 다해 활동했지만 돌아온 건 문화예술전문가의 명예 훼손뿐”
은평구청 “소통 안되었다면 죄송, 위원장 빠진 위원회 만나기도 어려워”

이호철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한 복합문화공간 조성에 참여하고 있는 이호철라키비움 추진위원 3인(송일호, 권웅규, 오묘초, 이하 추진위)이 은평구청의 비문화적 행태를 개탄하며 추진위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호철라키비움 총괄기획자로 활동한 홍경한 전시기획자도 “행정에서 추진위를 요식행위 정도로 여겼는지 모르지만 추진위원과 저는 최선을 다해 활동했다. 앞으로 이런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호철라키비움 추진위원 3인 사퇴 성명서 중 일부
이호철라키비움 추진위원 3인 사퇴 성명서 중 일부

은평구청은 분단문학의 거장 이호철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여 이호철 작가가 추구했던 반전사상을 알리고 은평의 문화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이호철 라키비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2020년에는 대조동 청년주택 기부채납 시설을 활용한 문학관 조성을 검토하고 2021년부터 해당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어 2022년 4월 이호철라키비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새로운 개념의 문학관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추진위에 참여한 5인은 권웅규, 민병모, 송일호, 오묘초, 홍경한이며 추진위원장은 민병모 씨가 맡았다. 추진위 중 홍경한 씨는 2023년 총괄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추진위에서 사퇴했고 이후 4인의 추진위원회가 활동을 이어갔다.

은평구청은 새로운 모델의 문학관을 추진하면서 라키비움 개념을 도입했다. 라키비움은 (Larchiveum)은 도서관(Libary), 기록관(archive),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세 기관이 가진 복합적인 기능을 모아 이용자 수도 늘리고 편의도 도모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호철라키비움 조성 기본구상 용역 완료보고서에 담긴 라키비움 설명
이호철라키비움 조성 기본구상 용역 완료보고서에 담긴 라키비움 설명

추진위에서 사퇴한 3인은 12월 8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2022년 4월 이호철라키비움 추진위원회에 위촉돼 2023년 12월 현재까지 역할을 다해왔지만 관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담당 부서장의 불성실함, 이호철라키비움 추진 총괄기획자 해촉 과정의 비민주성, 담당 부서의 직무태만 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는 문화예술전문가의 명예와 자존심을 훼손하는 비문화적 형태로 문제의식을 지닌 추진위원들의 의견 개진에도 불통으로 대처하는 반민주적 양태를 드러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진위원 3인은 “우리는 이호철의 문학정신을 존중한 가치 창조적 문화공간, 공공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통한 독창적 공간 조성을 위해 진심을 다해 왔다"라며 “은평구청이 결이 다른 문학관을 만들겠다며 먼저 제안하고 누구보다 큰 뜻이라도 있는 양 포장했지만 추진위원들과의 대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는 시민 혈세를 제대로 사용하고자 했던 추진위원들의 진정성마저 외면한 것으로 법률을 떠나 인간적·도덕적으로 그러면 안 되는 것”이라 질타했다. 

이호철라키비움 조성 기본구상 용역 완료보고서에 담긴 이호철라키비움 구상안
이호철라키비움 조성 기본구상 용역 완료보고서에 담긴 이호철라키비움 구상안

이호철라키비움 추진위원으로 활동하다 2023년 3월부터 이호철라키비움 총괄기획자로 활동한 홍경한 전시기획자는 “개관할 때까지 역할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활동했다. 행정과 상의할 일이 많은데 책임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고 예술가들을 무슨 하청업자 취급하는 데 실망을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2024년 1월 개관을 목표로 활동했는데 은평구청은 이렇다 할 상황 설명도 없이 2023년 7월까지 활동하는 것으로 정리하더라. 많은 공무원들과 일해봤지만 이렇게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경우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추진위원 3인 사퇴에 대해 은평구청은 “추진위는 일시적으로 운영한 것이며 문학관은 올해 조례를 만들어서 운영할 예정으로 따로 추진위를 다시 구성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소통이 안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통이 안되었다면 죄송한데 그건 행정도 마찬가지였다. 기본구상 용역을 보고 방향이 안 맞아서 말씀드렸던 거고 위원장이 빠진 상황에서 위원회를 만나기도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총괄기획자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은평구청은 “총괄기획자가 1년 정도 활동할 걸로 예상하고 추경에 편성을 했는데 그게 어렵게 됐다. 총괄기획자가 구청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행한 부분도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문학관의 콘셉트와 총괄기획자의 기획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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