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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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통화 또는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 불법인지, 또 형사처벌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하여 간혹 문의가 들어온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대화)녹음이 민형사상 어떠한 효력과 책임을 갖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법원은 사인 당사자 간의 통화(대화)녹음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 주는 반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형사상 책임과 관련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같은 법 제16조 제1항에 의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위 규정은 “타인 간의 대화”, 즉 다른 사람 간의 대화를 “도청”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대화 당사자가 자신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까지 처벌하는 규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전기통신의 감청은 제3자가 전기통신의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전기통신 내용을 녹음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만을 말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전기통신에 해당하는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여기의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통화 및 대화 당사자간에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왜 인정되는 것일까? 

대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배포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 또한, 헌법 제10조는 헌법 제17조와 함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데, 이에 따라 개인은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진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므로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전화통화 상대방의 통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피녹음자의 승낙이 추정되거나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헌법 제10조 제1문과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급심 판례에 따르면,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의 사생활 중 비밀영역에 속하는 전화통화를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원고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사항으로서 원고가 근무하였던 종전 회사의 관계자 등에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아니하는 통화내용을 그대로 녹취한 녹취서를 민사소송에 증거자료로 제출하여 그 소송의 당사자로서 원고가 근무하였던 종전 회사 관계자에게 그 통화사실 및 통화 내용이 알려지게 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불쾌감 등의 정신상 고통을 끼친 행위는 원고의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였다”고 하여 통화녹음을 증거로 제출한 피고가 원고에 수백만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판결도 있다.

위와 같은 하급심 판결이 점점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만큼 우리 주위에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통화나 대화 녹음이 정말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즉 과도한 사생활 침해의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늘어나고 있으며, 당사자 간의 대화녹음이 비록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무분별한 통화(대화)녹음과 그것을 유포하는 행위가 무한정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 명예훼손이나 협박죄 등 또 다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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