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 클럽 화장실 문에 붙어 있던 종이다. © 조혜원얼마 전 홍대에 있는 어느 클럽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공연장 바깥에 있는 화장실에서 재미난 글귀를 봤다. 변기에 앉으니 떡 하니 눈에 들어오는 저 종이. 저렇게 대 놓고 담배에 얽힌 여자들 처지를 알아서 읊어 준 글은 처음 본 듯했다. 신기하고 재미나서 핸드폰으로 찍어 놓았다. 요새 그것도 자유 도시(?)스러운 홍대 여기저기서 숨어서 담배 피는 여자는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기는 아마도 화장실에서 담배 피는 여자들이 많았나 보다. 저 글 때문이었을까? 클럽 가까이
토요일인 29일보다 몇 도나 더 떨어진다고 하질 않나 아주 겁이 났습니다. 그렇게 겁나고 걱정되면 산에 안 가면 되지 않느냐구요? 그럴 수 없는 산행이었거든요.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외치며 삼백일 넘게 산상 시위를 하고 있는 김병관 대장님 대신 대남문을 지키기로 한 날이거든요. 게다가 그날 시간이 되는 사람은 진보신당 은평당협 이수현 위원장님 한 분뿐인 걸로 알고 있었지요. 당원으로서도 아내로서도 이 추운 날 이수현 위원장을 대남문에 혼자 보낼 순 없겠더라구요. 제가 이 젊은 나이에 수족냉증 비슷한 게 있어요. 남보다 손발
조금 특별한 산행을 했다. 진보신당 은평당협 사람들이랑 가방에다가 'NO! 케이블카' '케이블카 안 돼~'라고 쓴 글을 달고 북한산을 오른 것. 북한산에 케이블카 세우는 것을 반대하는 조용한 시위에 비길 법한 산행이었다. 산행만 한 건 아니었다. 산행하기 전에 서명 받는 일도 했다. 실은 그래서 토요일에 일어나기가 무척 싫었다. 회사 안 나가는 토요일이면 늘어지게 자는 게 나 같은 사람한테 진짜 크나큰 행복인데 그 행복을 포기하는 것도 속이 상했거니와 그저 산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서명까지 받아야 하다니! 으~ 내가 못살아. 서명
평등 세상 열어라!"몸도 풀고 마음도 풀고 흥도 넘쳤던 '터울림 가을굿' 이년 만인가보다. ‘풍물패 터울림’에서 여는 ‘가을굿'에 다녀온 것이. 우리 집에서는 너무 먼 ‘서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리는지라 발걸음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왠지 가보고 싶었다.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사는 게 전보다 더 고달파진 건지 가을굿판에서 한바탕 놀면서 소원도 빌고 내 몸과 마음에 다닥다닥 붙어있을 어떤 액운들도 떨어내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가을굿에서는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풍물 공연'이 한창 열리지 않는가! 실은 그것만으로도 내가 터울
지난 목요일(6/4) 반가운 문자를 받았어요. 이랜드일반노조 홍윤경 사무국장님이 보내준 거죠. “쑥스럽지만 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큐가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됩니다.^^ 시간 되시면 오셔서 함께 보시고 뒤풀이도 하시죠. 이번 토욜(6/6) 저녁 7시 50분 청계광장입니다.” 그동안 홍 사무국장님께는 이랜드 노조 해고자복직투쟁에 연대 해 달라는 문자만 받았는데(평일 낮 시간대가 많아서 대부분 가보지는 못했어요.) 이 문자는 조금 색달라서 관심이 가더군요. 그래서 바로 축하 문자를 드렸어요. 그 영화가 이랜드 투쟁을 다룬 영화를 말하는지
지난 목요일(4월 23일) 정태인 선생님 강연을 들었다. 월간 에서 달마다 여는 특집강좌 가운데 하나였다. 주제는 ‘술술 넘어가는 노동자 경제 상식.’ 정태인 선생님 강연은 언제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내가 잘 모르겠는 부분을 참 쉽고도 재미있게 말씀을 잘 풀어주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전 세계 경제 위기의 근본 문제들을 설명하면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로 완전 끝으로 내달리고 있는 우리 경제 문제까지도 알뜰살뜰하게 짚어주셨다. 그런데 모든 강연 내용 다 제치고 내 마음에 가장 와 닿는 말씀은 뜻밖에도
진보신당 은평구 당원협의회(은평 당협) 주최로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진중권 선생님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강연 주제는 '2009년 대한민국을 말한다'였어요. 제가 진중권 선생님 사진을 무척이나 많이 찍었더군요. 이렇게 가까이서 뵐 기회가 별로 없는지라 여러 가지 모습을 다 담고 싶었나 봅니다. 은근히 손짓을 많이 하시더군요.▲ © 조혜원사진 찍느라 강연을 온전히 앉아서 듣지는 못했는데요. 그러는 중에도 기억에 남는 선생님 말씀 몇 자락 남겨 봅니다.- 정보화시대의 블루칼라는 PC방에 모여 있다.- 이명박 찍은 사람들 이명박을
'제발 고민 좀 하고 싶다'는 말은 듣기 어려우니까. 고민한다는 건 힘들다. 고통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나한테 '고민'은 자주 새로운 출발의 앞 단계 몫을 톡톡히 했다. 한 단계 성숙하는 밑거름도 되어 주었고. '고민'이 너무 힘들어서 그 '고민' 집어치우고 싶을 때마다 나를 다잡아주었던 건 바로 내가 몸과 마음으로 체득한 '고민하는 힘'이었다. ▲ '고민은 좋은 거다.’ 내 경험으로만 믿어왔던 것을 다른 사람의 말로 그것도 믿음이 가는 설명으로 확인했다는 점. 이 책이 내게 준 가장 큰 ©사계절 그런 나에게
바로 명지대 서울 캠퍼스입니다.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는 2월 24일부터 학생회관 앞에서 ‘천막 농성’으로 학교와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2월 17일부터는 파업 투쟁도 시작했습니다. 싸우는 까닭은 여느 기업 노동자들이랑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비정규직 부당해고’입니다. 명지대는 지난 3월 1일자로 일반조교 95명을 해고했습니다. 아니 일반조교제도를 아예 없애고 효율성을 높이고자 새로운 제도인 ‘행정보조원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홈에버 노동자들을 그렇게 괴롭혔던 ‘비정규 악법’을 근거 삼아 ‘정당한 해고’라는 명분으로. 명지대 사건
철거민의 삶’에서 조금은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이름이 박힌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철거민의 삶을 여러 지역 철거민들을 직접 만나 자세하고 절절하게 풀어쓴 입니다. © 조혜원이 책에서 제가 한 일은 '구술 정리'입니다. 철거민 한 분을 만나 긴 시간 이야기를 듣고 몇날 며칠 녹취한 거 풀어서 ‘책’에 어울리도록 다듬기 제가 한 일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철거민이 들려준 ‘말’을 ‘글’로 옮겨 담은 것뿐이죠. 그런데도 책 표지에 떡하니 제 이름이 나와 버렸네요 정말 부끄
전태일기념사업회 회보 3~4월호 '조혜원이 만난 사람'에 실린 글입니다. 조혜원씨는 이 회보에 인터뷰 고정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철거민 관련 단체가 참 많지만 좀 더 넓은 눈으로 이 문제를 이야기해 줄 분을 찾다가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편집자주- “용산 참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거예요. 기가 막히고 먹먹할 뿐이에요.” 30년 넘게 빈민 운동에 뿌리를 박고 살아 온 ‘빈민 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전국빈민연합 김혜경 고문. 수십 년 동안 빈민들과 더불어 살며 온갖 철
그런 정도 기대감으로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부터 이 영화 볼 생각을 나는 하고 있었다. 어라? 그런데 이 영화를 두고 난리가 났다. 독립영화 사상 최고 히트작이 된 것으로도 모자라 박스오피스 예매 1위 자리마저도 가져갔다. 영화 만든 감독조차 그 갑작스런 ‘인기'가 두렵다고 할 만큼 빠른 속도로 사람들 입과 발을 타게 된 것이다. 독립영화가 잘 된 것도 좋고 농촌 이야기와 부모님 삶에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좋고. 어느 모로 봐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 좋은 행렬에 더 늦게 참여하면 안 될 것
긴 시간을 들려 결국 다 읽었다. 무엇을 위해 이 두껍고 어려워 보이는 책을 나는 읽고야 말았을까? ‘우리는 좌경학생 좌전거 타고 좌장면 먹고~’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우스개처럼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책장에 꽂혀서는 가끔 ‘제목’만으로도 내 눈길을 머물게 만드는 책이 있다. 그리고 진보신당 당원으로 살다보니 자의든 타의든 어느새 자주 듣고 쓰게 된 말이 있다. 바로 ‘좌파’다. ▲ 좌파는 무엇이며 한 번씩 나도 모르게 했던 ‘즐거운 생활 좌파’이고 싶다는 말을 과연 나부터 쓸
지배계급 피지배계급…. 계급이란 말을 자주 듣지만 은근히 어렵다. 네이버 사전에서는 '계급'이란 '일정한 사회에서 신분 재산 직업 따위가 비슷한 사람들로 형성되는 집단 또는 그렇게 나뉜 사회적 지위'란다. 두루뭉술해서 더 헷갈린다. 때마침 백수로 지내고 있는 나로선 그나마 내 정체성이라고 믿었던 '노동자 계급'마저도 잠시(?) 내려놓은 상태. 이걸 어쩐다? 계급사회에 사는 것은 맞으나 내 계급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는 이 처지를. ▲ 이 책 덕에 알게 된 나의 계급은? 아슬아슬하게 부동산 4계급에 낙찰! 부동산 투기에 강력히 반대할
맨 처음 고용센터에 갈 때만해도 얼마나 주눅이 들던지. 실업급여 받아본 사람들이 한 번씩 들려준 이야기들은 나를 한층 더 움츠러들게 만들었으니. "너도 한 번 가봐라 기분 엄청 씁쓸해. 꼬박꼬박 취업활동 신고할 때는 어떻고. 마땅한 자리도 없는데 할 수 없이 몇 군데 신청해서 가져가긴 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지…." ▲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2-3주에 한 번씩 정해진 실업인정일에 출석해서 재취업활동 한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취업희망카드에 그 내용이 차근차근 기록된다. © 조혜원그렇게 주눅 든 상태로 지난해 10월 말 실업
저는 뉴타운으로 유명한 은평구에 삽니다. 2005년부터 살기 시작했으니 이제 5년째 되어가네요. 태어난 곳은 봉천동입니다. 그곳에서 이십 여 년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회사에서 가까운 용산에 첫 살림을 차렸습니다. 반 지하 전세였죠. 반 지하 치고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창문 밖으로 지나는 사람들 발을 늘 쳐다봐야 한다는 게 참 싫었습니다. 길가로 난 창문은 제대로 열어본 적이 없어요. 그곳을 벗어나고만 싶었습니다. 창문도 맘대로 열고 낮에 불 안 켜도 되는 그런 2층 집을 꿈꿨죠. 그래서 과감하게 서울에 살면서도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 오늘 아침 북한산 입구에서 은평 주민들과 구산초 정상용 선생님이 함께 '부당 징계 철회' '일제 고사 반대' '공정택 퇴진'을 외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 조혜원오늘은 일요일 어느 때보다 일찍 일어났습니다. 뜨기 싫은 눈 억지로 떠서는 머리도 감지 않고 급히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 입구에 갔습니다. 산에 가려는 거냐고요? 아닙니다. 산에 가려고 일찍 일어날 만큼 부지런한 사람은 아직 안되거든요. 일요일 아침 늦잠을 금쪽 같이 여기는 저를 일어나게 한 건 산이 아니라 바로 '교육을 걱정하는 은평 주민들'과 정상용 선생님
▲ 이랜드일반노조 월드컵분회 노래패에서 홈플러스 노조 노래패로 거듭난 '비상'이 걸어온 길을 담은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 조혜원이랜드 투쟁 역사를 담은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두 가지로. 하나는 이랜드일반노조 월드컵분회 노래패에서 홈플러스 노조 노래패로 거듭난 '비상'이 걸어온 길을 담은 앨범이에요. 이랜드 사진들 죽 정리하다가 그리고 새해 비상 첫 노래연습을 생각하면서 만든 거랍니다. 제가 참 자주하는 말이긴 하지만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하지요. 비상 언니들한테 비상이 만들어진 이야기부터 만들고 난 뒤 일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인가. 왜 태어났는가. 왜 살아야 하는가. 왜 죽게 되는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덧없는 인생을 굳이 살아야 할 이유를 알기 위해 몸부림쳤다.’ 누구나 한 번은 가졌을 법한 나 또한 자주 했던 이 물음을 도법 스님이 쓴 글에서 다시 만난 건 나한테 행운이었을까? 지난해 11월 ‘생명평화 탁발순례’ 일정으로 은평구에 다녀가신 도법 스님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스님이 쓴 책 을 샀다. 용산 철거민 참사를 두고 마음이 너무 아프고 답답한 요즘이다. ‘이런 세상에서 왜 살아야 하나.’ 하는
농촌 근처에도 살아본 적 없는 내겐 너무 힘겹기만 했다. 그 때 커다란 담배 잎 사이에서 눈물 한 자락 흘리면서 다짐했다. “난 다시는 농활 가지 않을 거야??대학 졸업할 때까지 결국 그 어리석은 다짐을 지켜냈다. ‘농사는 너무 힘든 일이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불쌍하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바보다.’ 스무 살 때부터 갖게 된 이 생각들은 늘 나를 짓눌렀다. 조금씩 철이 들면서 ‘농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겠기에 그 짓눌림에서 벗어나고 싶기만 했다. 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찾을 생각도 없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