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예술을 재미있고 가치있게”

스프링샤인은 발달장애인의 예술을 재미있고 가치있게 전달하여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곳의 마스코트 햇살이는 꼬리와 갈기가 없고 채식하는 사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자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한 번 배운 것은 잊지 않고 혼자서 뚝딱뚝딱 잘해낸다.

스프링샤인에서 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작가들은 햇살이처럼 말수가 적고 행동과 표현이 서툴지만 멋진 작품을 뚝딱뚝딱 만들어 내고 있다. 스프링샤인의 빛나는 삶의 이야기를 은평구 구산동에 자리 잡은 스프링샤인을 방문했다. 다음은 스프링샤인사회적협동조합의 김종수 대표와 나눈 이야기다. 

스프링샤인사회적협동조합 김종수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스프링샤인사회적협동조합 김종수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 스프링샤인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발달장애인들이 모여서 달항아리라는 이름으로 도예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이후 2015년 ㈜지노도예학교로 체계를 다시 갖추고 시작했고 2019년에 법인명이 스프링샤인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 대표님은 언제부터 스프링샤인에서 일을 하게 되었나요?

2015년 8월부터니까 이제 9년 정도 된 거 같아요. 당시 사업이 어려워서 폐업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직업을 가지고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 이어갔습니다. 

- 스프링샤인에서는 어떤 사업들을 주로 하고 있나요?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 ESG 친환경 체험 봉사 키트 제작, 아트 굿즈 제작, 발달장애인 미술공모전, 아트워크 전시 등의 사업을 하고 있어요. 도자기 공방 만으로는 일정 규모를 갖추고 많은 장애인을 고용하면서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에요. 그래서 2019년부터 디자인 사업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법인명도 리브랜딩하고 디자인 작업을 위한 설비와 인력도 충원했어요. 스프링샤인은 봄볕이라는 뜻이잖아요? 저희가 하는 일을 법인명에 잘 담으면서도 장애인 예술가들의 특성과 강점들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이름으로 지었어요. 

-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운영 측면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행정이나 회계 측면에서 주식회사로 하는 게 편하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비영리로 전환하는 게 적합하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부가가치를 만들기도 하지만 비영리적인 활동도 많거든요. 이전 법인이 주식회사였는데요. 왜 주식회사로 운영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제가 답변을 못하겠더라고요. 우리가 하는 일과 맞지 않다는 생각도 했고요. 우리에게 맞는 적합한 조직 형태가 뭘까 고민하다가 사회적협동조합이 비영리 활동과 영리활동을 함께 아우르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라는 판단을 해서 지금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작품들 (사진 : 정민구 기자)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작품들 (사진 : 정민구 기자)

 

- 스프링샤인에서는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나요? 

매출 대부분이 아트 로고 상품을 개발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면서 나오고 있어요. 현재 14명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상반기에 추가 채용을 하면 연말 정도에는 20명 정도가 될 거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작가 선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일반 회사에서 채용을 고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연히 재능이 있어야 하고 좋은 동료가 되어줄 수 있어야 하고 출퇴근이 가능하고 좋은 태도를 갖고 일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이 가능한지 보는 거죠. 

- 스프링샤인 홈페이지를 보니 보통 3개월 이내 발달장애인 퇴사율이 50%인데 이곳은 평균 근속 연수가 4년 이상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비결이 있나요? 

저보다 더 오래 일하신 분들 3명을 포함해서 보통 3~4년 이상이 일하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분야의 직무는 제조업처럼 어떤 특정 영역의 일만 한다기 보다 그 작가의 강점에 기반해서 직무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어떤 직무가 있으니 작가를 채용하겠다가 아닌 거죠. 저희가 면접을 진행하면서 작가의 예술적인 재능이나 강점을 파악하고 채용 이후에도 작가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게 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가지고 직무를 개발하고 있어요. 어떤 분은 그 기간이 1년, 2년 걸리기도 하는데요. 그런 과정 때문에 작가들의 만족도가 높고 회사에서도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굉장히 긴 호흡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스프링샤인사회적협동조합에서 제작하는 멸종위기동물 메모리게임 (사진 : 정민구 기자)
스프링샤인사회적협동조합에서 제작하는 멸종위기동물 메모리게임 (사진 : 정민구 기자)

 

- 작품이 너무 멋지던데요. 환경 쪽 이야기를 담은 작품도 많이 보이던데 배경이 있을까요? 

작품을 제품화할 때는 시대정신과도 잘 맞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스프링샤인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 일하고 있어서 우리 제품을 콘텐츠화 시킬 때 ESG 관점을 담는 게 자연스러운 거 같습니다. 저는 사회복지사로서 우리나라가 복지국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복지국가 경제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야 정치나 사회 시스템도 복지를 실현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 작품을 콘텐츠화 시키는 과정도 사회의 이런 부분가 다 맞닿아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대기업하고 협력활동도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은평구에서도 아주 외곽에 위치하고 있고 학교 건물을 빌려서 활동하고 있는데 기억해 주셔서 신기합니다. 2015년부터 아등바등 문 닫지 않고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말 닥치는 대로 일을 했던 것 같은데 대기업에서도 관심 가지고 협업 문의를 주시고 있어서 감사하죠. 코로나가 위기였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했는데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5년 10년 걸릴 변화가 1,2년 만에 왔고 저희가 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거 같고 그 수혜를 입은 거라고 봅니다. 

스프링샤인 마스코트 햇살이 (이미지 출처 : 스프링샤인 홈페이지)
스프링샤인 마스코트 햇살이 (이미지 출처 : 스프링샤인 홈페이지)

 

- 스프링샤인의 마스코트가 햇살이인데요. 설명을 보니 채식하는 사자라고 되어 있어요.

미디어를 통해 오랫동안 축적되고 노출된 장애인의 모습이 힘들고 어렵고 누군가 희생해야 하는 그런 이미지에요. 그건 정말 일부의 모습인데 그게 전체를 대변하는 장애를 극복해야 된다는 프레임이 있어요. 아니면 영구와 땡칠이 같은 개그 소재로 삼기도 하는데 저는 이런 관점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발달장애인을 내 이웃으로 내 동료로 함께 일해보면 미디어에 노출된 거랑 너무 달라요. 

햇살이는 발달장애가 있는 사자인데요 햇살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캐릭터를 통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 수 있는데요. 우리가 발달장애인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세계관을 담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이 세상은 편견이 가득한데 햇살이와 친구들의 세계관에서는 장애가 이상한 것이 아니에요. 

- 어떻게 다른가요?

장애인들과 일하면서 피터팬이 떠올랐어요. 피터팬이 마법에 걸려서 계속 어린아이로 평생을 살아가듯 발달장애인도 그런 게 아닐까 해요. 저는 발달장애인 작가들과 일하면서 하루에 최소 열 번은 크게 웃어요. 그런 분들과 함께 동료로 일하면서 얻게 되는 기쁨이 있습니다. 

- 저는 어렸을 때 발달장애인 언니랑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그 뒤로 장애인을 직접 만난 경험이 거의 없고 그래서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렵기도 합니다. 

충분히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만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습도 잘 안되어 있고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의무교육으로 자리 잡아가니까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 수 있는데 그런 교육 자체도 너무 단편적인 부분이어서 사실 동네에서 그냥 이웃으로 많이 만나면 됩니다. 

스프링샤인의 발달장애인 작가 소개 (사진 : 정민구 기자)
스프링샤인의 발달장애인 작가 소개 (사진 : 정민구 기자)

 

- 환경이나 장애 등 우리 사회에서 다뤄야 할 화두가 너무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 특히 장애인을 만날 때 편견 없이 대하라고 하는데 그럴 계기도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사회가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어떤 문제든 그 문제를 내가 문제로 정의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거랑 같아요. 그런데 이건 문제라고 정의하는 순간부터 불편해져요. 예전에는 장애인을 놀리고 흉내 내는 일이 재밌었지만 지금은 그게 너무 불편한 일이 된 거죠. 

- 직장에서도 동네에서도 만난 일이 없고 전장연 시위 때나 미디어를 통해 만나는데 어떻게 편안하게 만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스프링샤인과 같은 기업이 많아지고 장애인 고용이 더 많아지고 발달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프링샤인사회적협동조합 소개 (사진 : 정민구 기자)
스프링샤인사회적협동조합 소개 (사진 : 정민구 기자)

 

-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도 많이 하시나요?

보통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하는데 저는 그것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것도 무언가를 가르치는 개념이라서 그 자체도 하나의 프레임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이런 인식 교육 열 번 받는 것보다 한 번의 좋은 경험이 더 많은 변화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걸 콘텐츠화 시키고 있어요. 작가님들 중에 마술을 하는 분이 있고 도예를 하는 분, 컬러링을 하는 분이 있어요. 이분들이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더 많은 분과 직접 만날 수 있게 하고 이외에도 미술 전시회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전시를 통해 제품을 통해 문화 예술 체험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만나고 그분들한테 교육을 받아보기도 하는 거죠.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고 있고 장애인한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인식개선이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 지금 운영은 좀 안정화된 상태인가요? 여기까지 이끌어오는 과정에서 고생도 많았을 거 같은데 운영하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은? 

매년 문 닫지 않으려고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비영리로 전환하고 보조금이나 후원금 개발을 하면서 내년 정도가 되면 지금보다는 좀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어요. 사업을 하는 분들은 다 어렵죠. 그래도 어려운 고비들이 매년 매달 있었는데 좋은 동료들이 많아져서 지금은 제가 혼자 다 짐을 지지 않아도 되고 우리 작가님들이나 부모님들이나 각자 자리에서 역할들을 잘하고 있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인가요? 

가장 어렵다라기보다는 특별히 쉬웠던 때가 없었던 거 같아요(웃음). 

- 지역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희가 은평구에 자리 잡고 이렇게 사업을 시작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마을의 개념이 약화된 시대지만 그래도 이웃간의 공동체 의식이 남아있는 지역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입니 다. 스프링샤인이 잘 성장해서 지역사회에서 좋은 자원과 영향력을 잘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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