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로의 로스터 김남형과 주인장 유가영. (사진: 정민구)
새시로의 로스터 김남형과 주인장 유가영. (사진: 정민구)

커피가 좋았다. 아니 정확히는 커피 추출할 때 내려오는 줄기에 꽂혔다. 일정한 양의 원두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끼워 좋은 색과 함께 내려오는 그 모습에 반해 그 길로 서울에 올라왔다. 커피업계에서 일하기를 8년, 새로운 내 고향 서울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카페를 열었다. 카페 ‘새시로’는 그렇게 역촌동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덧 4년차, 연신내에 2호점 브루잉바를 열어 ‘새로운’ 방식으로 커피를 선보인지도 1년이 넘어간다. 그녀에게 커피란, 그리고 새로운 고향은 어떤 모습일까? ‘새시로’의 유가영 대표를 만나보았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다

 

Q. 새시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

커피가 좋아 10대 때부터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 때 당시 광주의 커피 시장은 굉장히 작았기에 전문적으로 배우는데 한계를 느끼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죠. 바리스타부터 프랜차이즈 본사까지 커피뿐만 아니라 운영관리, 시스템까지 전반으로 경험하며 전문성을 쌓았던 것 같아요.

이후 내 것을 차려, 내 방식대로 운영해보자 하고 차린 것이 지금의 새시로에요. 광주 방언으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다’라는 뜻인데요. 커피를 접고 고향으로 내려갈까 생각이 들었을 무렵의 새로운 시작이었거든요. ‘새시로’를 마음에 품고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커피 때문에 상경했다니 커피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네요. 그래서 그런지 새시로 카페에는 다양한 원두가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어요.

내리는 방식은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에요. 2~3주 간격으로 핸드드립의 원두를 새로운 것으로 변경하고 있어요. 손님들이 커피의 다양한 맛을 경험하시길 바라며 꾸준히 변경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커피 맛과 문화를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단골이 많다보니 손님들께 항상 똑같은 맛보다 새롭고 색다른 맛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Q. 디저트 고구마브륄레가 굉장히 화제던데요?

새시로의 고구마 브륄레.
새시로의 고구마 브륄레.

 

고구마브륄레는 고구마 위에 설탕을 토치하고 아이스크림을 올려드리는 메뉴인데요. 한 매거진에 출연한 이후로 겨울 제철 메뉴에서 시그니처 메뉴가 되었답니다(웃음). 고구마와 설탕, 아이스크림의 궁합이 커피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맛있는 커피만큼 맛있는 디저트를 드리고 싶었어요. 제철별로 맛있는 과일을 골라 커피에 어떤 디저트가 어울릴까 생각하며 메뉴를 만들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저희 메뉴를 보면서 계절을 읽으실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기분이 참 오묘해요. 커피뿐만 아니라 다른 음료도, 디저트도 모두 전문성을 가진 ‘새시로’가 되고 싶어요. 한 분야가 주력이 되면 나머지 분야에 대한 퀄리티가 낮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달까요.

조용한 따뜻함과 자연스러움

새시로의 집기들. (사진: 정민구)
새시로의 집기들. (사진: 정민구)

 

Q. 1호점과 2호점, 새시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1호점은 커피와 함께 간단한 식사나 디저트와의 페어링을 즐기는 공간으로, 논커피 메뉴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어요. 그에 반해 2호점은 커피의 맛을 깊게 즐기는데 중점을 둔 브루잉바에요. 원두를 설명해드리기도 하고 브루잉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최대한 많이 다양하게 소개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1호점은 제가, 2호점은 남자친구인 김남형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각 공간이 새시로만의 조용한 따듯함이 묻어납니다.

사실 처음 1호점 시작할 때, 텅텅 비어있는 공간이었어요. 그저 좋아하는 목수님께 의뢰해 맞춘 가구들로만 채워져 있었죠. 점점 손님들이 오가시며 써주신 편지와 그림 같은 것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따뜻한 사랑방 같은 분위기를 갖게 된 것 같아요. 하나둘 손님들이 공간을 채워 주신거죠.

1호점이 톤이 밝고 따듯한 느낌이라면 2호점은 낮은 톤으로 정제되고 고요한 분위기를 갖고 있어요. 남자친구가 운영하다보니 1호점과 결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곳도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들이 공간의 색을 입혀주시리라 생각합니다.

Q. 손님들이 새시로만의 공간을 만들고 있군요.

새시로를 방문한 손님이 놓고간 쪽지.
새시로를 방문한 손님이 놓고간 쪽지.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취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손님들께서 정갈하고 고요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신기하게도 손님들도 비슷한 결을 가진 분들이 방문해주세요. 조용한, 아기자기한 소통을 하시는 것도 너무 결이 맞아요(웃음). 아마 이런 것들이 켜켜이 공간에 묻어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점점 ‘새시로’만의 고유함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Q. 조용한, 아기자기한 소통이라니, 궁금한데요 ?

냅킨에 짧은 편지를 써서 주시거나, 작은 그림을 그려주시는 등 수줍은 교류들이 많아요. 앞에서 활발하게 보다는 뒤에서 조용하고 소박하게 하는 소통, 귀엽지 않나요? 한편으론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패턴처럼 오시는 손님들이 많은데요. 어쩌면 그분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러움이자, 루틴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에요. 그 자연스러움과 조용한 따듯함이 새시로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속하고 싶은 나의 새 고향

새시로의 로스터 김남형과 주인장 유가영. (사진: 정민구)
새시로의 로스터 김남형과 주인장 유가영. (사진: 정민구)

Q. 1호점부터 2호점까지 모두 은평구에 있어요. 어쩌다 이곳에 자리잡게 되었나요 ?

광주에서 올라와 처음 자리 잡은 곳이 은평구였어요. 우연히 카페 자리를 알아보다 역촌동의 아치형 빨간색 벽돌의 건물에 꽂혀 방문했다 그 길로 터를 잡았어요. 공간 내부에서 갖는 바깥의 시선 속, 지나다니는 행인과 주택들이 너무 아름다웠거든요.

1호점이 생기고 카페가 있는 거리에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약간의 상권이 형성되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뭐랄까 되게 뿌듯했어요. 연신내에서도 ‘거리를 만들어볼까?’라는 마음으로 연신내 끝자락, 조용한 거리에 2호점을 열었습니다. 연신내는 은평구의 시내잖아요? 이곳에서도 해내보는거죠. 새시로의 마음으로!

Q.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시작이라,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코로나가 시작하면서 카페를 오픈했는데요. 손님들이 손님을 끌어다 주셨어요. 오신 분들의 가족과 친구들까지, 입소문에 입소문을 타고 동네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수 있었어요. 단골 손님들과 함께, 저처럼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런 분들과 대화 나누며, 서로 동질감도 느끼고 애틋해하면서 외로움은 오히려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어르신들도 오셔서 도란도란 대화도 나누고 정을 나눠주세요. 상가 어르신이 카페 생겼다고 오셔서 한 잔 팔아주시기도 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오시기도 하는 등 어르신들이 주는 따듯함도 가득해요.

로스팅 중인 새시로의 로스터 김남형.
로스팅 중인 새시로의 로스터 김남형.

 

확실히 어딘가 모르게 정감 가는 동네에요. 저희 동네에 노인분들이 되게 많은데요. 언젠가는 그런 분들을 위해 희망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가령 저희 아버지가 일일 바리스타로 일하신 일이 있는데, 손님도 아버지도 굉장히 즐거웠던 경험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렇듯 저희 측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을 기획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Q. ‘새시로’라는 이름처럼 꾸준히 새롭고 즐거운 도전이 가득합니다. 새시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

또 다른 ‘새시로’를 시도하지 않을까요? 특히 라이프스타일의 전반적인 것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커피 외에도 샌드위치가게, 이자카야 등등 다양한 방면으로 새시로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때 그 순간에도 여기 이 동네에 있고 싶습니다. 이 곳은 이미 저에게 너무나도 정이  든, 익숙해져있고 오래된 또 다른 저의 새 고향이거든요. 이 곳에서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