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북스 김석환 대표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싶을 때 뿌듯하죠”

2023년 은평문화재단 아카이빙 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은평의 골목에서 서점을 만나다’는 박비나 작가가 은평의 골목서점 6곳을 취재하고 그림과 글로 기록한 작업이다.

추억 속의 서점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박비나 작가는 은평구에 오랫동안 살고있는 작가는 “단순히 서점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나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 사라진 것”이라 표현하며 “내가 할머니가 되고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었을 때 그 서점을 다니며 어렸을 때를 얘기하고 추억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박비나 작가는 “이런 마음이 은평의 서점을 기록하는 작업의 시작이 되었고 현재를 ‘버텨’가는 서점들의 모습과 그 안의 사람들 이야기, 서점의 풍경을 기록한다”고 전했다. 은평시민신문에서는 지역을 따뜻하게 기록하는 박비나 작가의 그림과 글을 여섯차례에 걸쳐 나누어 싣는다. 두번째 이야기는   신사동 미하북스다. 다음 인터뷰는 박비나 작가가 매일문고 강성규 대표를 인터뷰하고 정리한 내용이다. 

 

미하북스 서점건물전경. ©박비나
미하북스 서점건물전경. ©박비나

 

동네 서점들에 관심을 두고 찾아보니 가까운 곳에 중고 서점이 있었다. 골목의 중고 서점이라니 궁금하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연신내에 있는 대형 중고 서점이 주도적이어서 동네의 중고 서점은 어떠한지알고 싶다. 옆 동네를 산책하는길에  신사1동 신흥시장 옆길로 '미하북스'를 반갑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에는 '외출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미리 인스타에서 찾아봤을 때 알려져 있던 운영시간이라 무작정 갔는데 하필 이날에는 사정이 있으셨나 보다. 다시 정보를 찾아보기로 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인스타를 미리 보고 서점이 문을 연 것을 확인하고 다시 방문했다. 서점의 맞은편에는 꽤 규모가 큰 주상복합아파트와 대형 마트가 있고주변으로 세탁소, 부동산, 음식점 등 생활 편의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어 길에 오가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우선 서점 안을 둘러보았다. 내부는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이었고, 안쪽 끝에 김석환 대표님이 컴퓨터 업무를 보고 계셨다. 두리번거리는 나에게 먼저 인사하시고 다가오셔서는 서점 소개와 사용하는 법을 친절히 알려 주셨다.

서점의 기록 작업과 인터뷰를 여쭈어보니 멀지 않은 때에 가게 재계약 때라고 이 서점이 계속 있을지에 대한 너무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셨다. 기록은 그러한 과정도 다 담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고심을 잠깐 하신 대표님께서는 흔쾌히 서점의 기록을 허락해 주셨다.

미하북스는 중고 서점이다. 신간도 판매되고 있지만 입구 초입에 세워진 연한 분홍색 책장 안에는 다양한 장르의 중고서적들이 꽂혀 있다. 대표님은 인근의 어르신들께서 가끔 오신다고 하셨다.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 중고 서적을 사 가신다고 한다. 책을 둘러보는 중에 내가 갖고 있는 책도 발견했다. 괜히 반가웠다. 나는 그 책을 중고로 팔 생각을 안 했지만 모를 일이다. 그 책을 들고 여기를 방문할지도.

미하북스 김석환 대표. ©박비나
미하북스 김석환 대표. ©박비나

Q. 다른 일을 하시다가 문을 여셨다고 들었습니다. 전에 하시던 일도 혹시 책과 관계된 일인가요?

아닙니다. 전혀 관계없습니다. 저는 IT 쪽에 있었어요. 나중에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면 책방을 하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었죠. 처음에는 헌책방을 생각했었어요. 그러다가 헌책방만으로는 수익이 안 나겠다. 그래서 신간과 헌책을 같이 했죠.

Q. 그간 서점을 운영해 오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이야기들이 있을까요?

한창 겨울이고 많이 추운 날이었어요. 늦은 시간에 마스크를 쓴 중년 남자분이 들어오시더니 시집이 없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땐 개업 초기 때라 시집이 두 권인가 세 권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당시에 제일 잘 알려진, 그리고 내가 읽었을 때 괜찮다 하는 시집을 추천했어요. 그 손님분이 시집을 좀 고르시더니 한 권 사서 나가셨어요. 그때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 늦은 시간에 저 시집을 찾으러 동네 서점까지 오시는구나. 별 건 아니지만 저 사람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구나 그런 생각이 든 때가 있었고요.

그리고 이 앞에 삼부아파트가 있거든요? 큰 마트 위에 있는 주상복합 건물이에요. 거기에 사시는 분들이 가끔씩 오시는데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오실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되게 좋아하세요. 그분들은 딱 들어오셔서 신간은 거의 안 봐요. 중고만 봐요.

Q. 저기 중고 책들 쪽이요?

 

미하북스 중고서적코너. ©박비나
미하북스 중고서적코너. ©박비나

네, 책이 많진 않지만, 그분들이 수익 활동은 없고 주로 용돈 받고 생활하시니 여유가 없으시겠죠. 그래서 동네에 중고 서점이 있으니까 참 좋다고 하세요. 어느 노인분들은 바둑, 장기 두고 계시고, 어떤 노인분들은 동네 책방에 와서 책을 읽고 구매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렇게 동네에 책방이라도 있으니 오셔서 책을 좀 보시는 거구나. 아,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Q. 대표님, 참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대형서점이라면 가질 수 없는 동네 중고 서점만의 장점이 되는 부분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 인스타, 트위터, 블로그를 운영 중이신데 블로그를 보니 카테고리에 ‘문장수집’이라고 책 내용을 올리시던데요. 들어오는 책은 거의 다 읽으시는 건가요?

아우. 다 못해요. 그건 (웃음) 다는 못 읽고요. 소설의 경우 꼭 읽어야 하는 건 완독을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대충 훑어 보고요. 그리고 기타 인문, 사회 같은 책은 완독할 필요는 없잖아요. 딱 보면 중요한 내용들이 적혀있으니깐. 그런 것은 훑어보면서 쓰는 거죠.

Q. 좋은 글들을 많이 올리셔서 그 책들을 다 읽으시는 건지, 대단하시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혹시 지금 서점의 내부를 새로 바꾼다면 어떻게 바꾸고 싶나요? 인테리어나 책의 배치같은 부분에선 어떻게 하고 싶으신지요.

오시는 손님들이 작은 동네 서점의 장점을 그거라고 말하시더라고요. 책이 적다는 것. 대형서점은 책이 다양해서 좋긴 한데 수가 너무 많잖아요. 동네 책방은 책이 좀 한정되어 있으니 보기엔 편한 거 같아요. 옛날에 어느 책방 운영하는 분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동네 책방에 손님이 와서 자기가 찾는 책을 찾는 경우는 90 프로 없다. 왜냐하면 동네 책방의 경우는 책방 주인의 선호도에 따라서 책을 갖다 놓는 경우가 많아서 손님이 찾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책 수가 적기 때문에 대형서점에서 미처 찾지 못했던 특이한 책들, 그런 책들을 오히려 쉽게 찾을 수 있잖아요. 여기 책방도 규모가 작고 평대가 두 개뿐인데, 책이 별로 없지만 들어오신 손님들 눈길이 처음 가는 게 평대에요. 그래서 저는 평대가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책등들이 보이게 두었는데 책 표지가 보이게 많이 두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평대 위에 선반을 하나 더 두어서 이층 형식으로 하고 싶어요. 그러면 손님들이 책을 더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Q. 그 부분이 동네 책방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미하북스 창가평대. ©박비나
미하북스 창가평대. ©박비나

네, 맞아요. 일본에 있는 어느 서점은 한 달에 한 종만 전시하고 판매한다고 해요. 한 종을 선택하고 수백 권을 갖다 놓는 거예요. 한 달 동안 손님들은 한 권만 보는 거니 장사가 되나 싶은데 의외로 된다고 해요. 제가 직접 확인한 건 아니지만요. 그게 또 가능한 것이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책과 관련된 이벤트를 하는 거죠. 저자를 초대해서 행사를 해서 무조건 그 책에 연관된 모든 것을 한다는 거죠.

Q. 요즘 즐겨 보시는 책이 있을까요?

혹시 이 책 읽으셨나요? 아버지의 해방일지. 소설이긴 한데 아마 작가분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인 거 같아요. 왜냐하면 작가분의 아버지가 옛날에 빨치산 경력이 있다고 하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아버지도 빨치산 출신이에요. 이 책의 여자주인공은 대학 강사인데 강사직을 하기 전까지 아버지의 과거 이력 때문에 여러 제약을 받고 아버지가 가족을 등한시하고 정치활동만 한 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서 사이가 안 좋았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죽고 3일 동안 장례를 치루게 됩니다. 그 기간 동안 아버지를 아는 사람들이 참배를 오는데 그 사람들을 통해서 아버지의 몰랐던 모습에 대해 알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화해를 하게 되는 거예요. 정치적인 이념에 희생된 가족들 이야기인데 우울하지 않고 코믹하게 잘 적었어요. 되게 재밌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보세요.

Q. 네. 재밌을 거 같아요. 꼭 보겠습니다.

이건 나온 지 좀 된 책인데 혹시 보셨나요? ‘시와 산책’이라고 에세이거든요? 이게 2020년에 나왔네요. 그런데 이게 23쇄 찍었어요. 손님이 에세이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꼭 추천해 드려요. 저자가 한정원 시인이에요. 에세이를 보면 소설가하고 시인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시인이 쓴 걸 더 선호해요.

왜냐하면 소설가들이 에세이를 쓰면 소설처럼 써서 장황해요. 그런데 시인 같은 경우는 말 그대로 시처럼 써요. 짧고 간결하게 그리고 문장을 아름답게 써요. 이 책도 글들이 짧아요. (책장을 넘기시며) 글들이 20, 30편 있는데 한 이야기당 두, 세 페이지 정도로 짧으면서도 좋은 내용들이 많아요.

그리고 이거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라는 건데 단편소설집이거든요. 앤드루 포터라고 하는 미국의 나름 젊은 작가신데, 이분은 참 열심히 하시는 분이에요. 아 그리고 김영하 작가가 옛날에 팟캐스트를 했어요. 어디 스튜디오 빌려서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 아파트에서 녹음기 하나 갖다 놓고 단편 소설을 통째로 다 읽어줘요.

Q. 그렇게 해도 되나요?

물론 출판사의 허락을 받았겠죠. 이분이 운영하는 개인 팟캐스트가 있었어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때 뭐를 읽어 줬냐면,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중에 한 단편인 표제작을 통째로 읽어줬어요. 그런데 내용이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입고 해야겠다 싶어 찾아봤더니 절판인 거예요. 그래서 중고로 밖에 못 구하는데 그렇게 구하기도 힘들더라고요. 그러다가 몇 년 전에 문학동네에서 판권을 샀는지 책이 다시 나왔어요. 이 책 나머지 내용들도 다 괜찮아요.

이 책의 특징이 뭐냐 하면 주인공들이 화자가 ‘나’예요. 그리고 다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에요.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 대해 조금 설명해 드리자면, 여대생하고 노교수의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데 왜 제목이 이렇게 되냐면 이 노교수가 물리학과 교수예요. 이 교수와 여대생이 학교 시험 보는 날 이후로 친해져요. 차나 술을 마시고 대화만 합니다. 그런데 이 여학생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교수와의 일을 숨깁니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심리를 덤덤하게 쓴 내용이죠. 사실 별 얘기는 없는데 되게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그런 소설이에요. 그 외에 나머지 이야기들도 다 괜찮아요. 꼭 보세요.

Q. 주기적으로 오는 단골손님들이 있으시죠? 어떻게 관리를 하시는지요?

미하북스 열권사면. ©박비나
미하북스 열권사면. ©박비나

예, 있죠. 제가 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요. 독서 카드를 등록하잖아요? 열권을 사시면 전체금액을 합산해서 십프로에 해당되는 책을 선물로 드리는 거예요. 이거는 도서정가제 때문에 한다고 말씀드렸죠. 도서정가제는 십프로 이상을 할인 못 하게 돼 있어요. 그걸 저도 정확히 지키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사시는 분들은 십프로 할인된 가격으로 사시는 거죠.

동네 서점은 대부분 영세하고 공급률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똑같이 하기가 힘들어요. 그럼에도 제가 무리를 해서 하는 이유가 그래도 동네 책방에 오시는 게 고맙잖아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하냐, 매번 십프로를 할인해 주면 되지 않냐고 하시는데 여기에 호기심으로 오시고는 안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렇게 잠깐 오는 분들하고 서점에 꾸준하게 오시는 분들하고 차별점을 주는 게 낫잖아요. 똑같이 한 권마다 십프로 할인을 해주면 한 번 온 손님이 나 꾸준히 매번 오시는 분들에게나 차이가 없잖아요. 그래서 단골 손님들에게 그런 혜택을 주는거예요.

Q. 미하북스의 앞으로의 모습에서 바라는 것이 있을까요?

저는 꼭 앞으로 책방을 계속 해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지내면서 보니 너무 한 가지 직업, 직종에 매달리면 사람이 앞일을 알 수가 없잖아요. 물론 제가 지금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이 책을 판매하는 일인데 상황이 안되면은 뭐 못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가능한 범위에서 책을 판매하는 것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오래 이렇게 조그만 동네 서점을 하고 싶어요.

2023년 은평문화재단 아카이빙 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은평의 골목에서 서점을 만나다’는 박비나 작가가 은평의 골목서점 6곳을 취재하고 그림과 글로 기록한 작업입니다.

추억 속의 서점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박비나 작가는 은평구에 오랫동안 살고있는 작가는 “단순히 서점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나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 사라진 것”이라 표현하며 “내가 할머니가 되고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었을 때 그 서점을 다니며 어렸을 때를 얘기하고 추억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박비나 작가는 “이런 마음이 은평의 서점을 기록하는 작업의 시작이 되었고 현재를 ‘버텨’가는 서점들의 모습과 그 안의 사람들 이야기, 서점의 풍경을 기록한다”고 전했습다. 은평시민신문은 지역을 따뜻하게 기록하는 박비나 작가의 그림과 글을 여섯차례에 걸쳐 게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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