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일우 전 서울시의회 전문위원 “지방의회 잘 운영되면 주민입장에선 더 유용”

총선이 코 앞이다. 현직 국회의원과 각 당 예비후보 너나 할 것 없이 지역 전통시장 방문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 어떤 이유에서건 정치인이 민생 현장을 찾고 시민들과 스킨십을 늘리는 모습은 유의미하다. 한편, 이들 옆 또 다른 익숙한 지역 인사가 눈에 띄는데 십중팔구 현직 지방의회(광역·기초의회) 의원이다. 

2022년 11대 서울시의회 출범 시기에 맞춰 ‘나는 지방의회에서 일한다’ 펴낸 전 서울시의회 이일우 전문위원은 첫 직장이던 국민권익위원회를 시작으로 서대문·도봉구의회와 서울시의회까지 도합 17여 년을 근무한 지방의회 전문가다. 그는 총선 기간에 마치 국회의원 후보 보좌관처럼 동행하는 지방의원에 대해 “대한민국의 수도, 정치 문화가 발달한 서울이지만 아직 지역구 내 국회의원과 기초의원 간의 수직적 관계는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종속적인 관계에서 파생되는 문제와 나아가 현 지방자치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번 22대 총선에서 논의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나는 지방의회에서 일한다’ 저자 사인을 부탁했다. 그는 “지방의회는 풀꽃입니다”라는 문구를 쓰고는 지방의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음은 은평시민신문 스튜디오에서 이일우 전문위원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이일우 전 서울시의회 전문위원 (사진 : 정민구 기자)
이일우 전 서울시의회 전문위원 (사진 : 정민구 기자)

 

- 17년 간 임기제 공무원으로 공직에 있었다. 최근 근황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9년, 서울 자치구 내 두 지방의회에서 8년 그리고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을 끝으로 23년 봄부터 자체 안식년을 갖고 있다. 사실 2년 연속 어깨·무릎 수술을 연달아 받으며 컨디션이 악화됐다. 그간 쉼 없이 일하면서 전에 없던 쌍커풀까지 생길 정도로 피로감이 컸고 무엇보다 수술재활에 집중하고자 사직했다. 덕분에 작년에 이탈리아로 첫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간 바쁜 업무로 신혼여행조차 경주에서 잠시 머무른 게 전부여서 아내에게 늘 미안했었다. 지금은 ‘나는 지방의회에서 일한다(2022년 출간)’에 이어 ‘지방의회’ 관련하여 새 책을 집필 중이다. 대전시 인재개발원을 포함해 종종 지자체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아 강단에도 서고 있다. 

- 이제 총선이다. 지방의회 문제에 왜 관심 가져야 하는가?

총선은 각 지역에서 중앙 정치무대에 대표 주자로 나설 지역대표를 뽑는 행사다. 이들이 여의도 국회에 모여 법을 제정한다. 32년 만에 지자체 행정조직에서 행하던 지방의회 인사권을 지방의회로 이양한 것도, 지방의원 의정활동 보좌를 위한 정책지원관을 뽑을 수 있게 된 것도 국회 입법을 통해 이뤄졌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지방자치제 확립을 위해 총선 때 지방의회에 대한 평가와 개선안이 국회의원 후보들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국민 삶에 자리잡은 풀꽃 민주주의 그 시작점은 다름아닌 지방의회이기 때문이다. 

내 경험으로는 인력과 예산 규모, 권한 등의 측면에서 국회는 대형백화점, 서울시의회 등의 광역의회는 대형마트, 그리고 은평구의회 같은 기초의회는 동네 편의점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규모에 따라 하는 역할 차이가 있을 뿐 정치 행위 본질은 같다. 생활용품을 곳곳에서 살 수 있는 편의점과 같은 지방의회가 잘 운영되면 주민입장에선 더 유용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광역·기초의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중요하다.

 

- 10여 년간 기초·광역의회에서 근무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60대 여성의원 한 분이 의정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계셨다. 이분이 당선 후 첫 임시회를 맞았는데 상임위 회의가 끝난 상황에서 혼자 자리를 안 뜬 채 가만히 계시는 거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개인적으로 대화해보니 볼 자료는 많은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 한숨만 나온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의정 활동하며 학력, 소위 가방끈이 짧다고 음해까지 받았다며 눈물을 보이셨다.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어 정기적 티타임을 갖고 하나씩 차근차근 함께 공부해나가기로 했다. 몇 개월 후 구정 질문, 상임위 질의도 막힘없이 하는 의원의 모습을 보니 보람찼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뒤집어 생각해보자. 남녀노청년 누구나 주민의 선택을 받아 의정활동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민주주의인데 가방끈 짧다고 무시당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약 의회 사무기구가 선출직을 정책적으로 잘 보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면 의원 학력은 결코 문제될 수 없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수석전문위원-전문위원-입법조사관으로 이어지는 정책보좌 시스템이 탄탄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기초의회는 열악하다. 실례로 현재 구의원 2명당 정책지원관(7급) 1명이 붙는 상황에선 정책보좌 하기가 쉽지 않다. 설상가상 두 명의 의원이 각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엔 (상대 진영에 정보가 누설될 것을 두려워하는) 의원과 정책지원관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기도 한다. 한편 통상적으로 구청에서 의회에 파견되는 5~6급 전문위원 과장들과 의원들 사이에도 벽이 존재한다. 언제라도 구청장 인사명령에 따라 구청 원대복귀 할 수 있는데 어느 (파견) 전문위원이 의원 편에서 정책 검토ㆍ개발하고 본가인 구청을 향해 쓴소리 할 수 있겠는가. 

- 이 구조적인 문제가 수면 위 드러난 사례가 있는가?          

주요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00구 의회 파행 사태가 대표적이다. 구의회 의장 선출을 앞두고 여야 갈등이 격화되어 모든 의회 기능이 마비됐고, 나아가 작년 말엔 의회 사무국에 ‘파견’됐던 구청 소속 공무원 12명이 원대 복귀하면서 사무국 직원 1/3이 증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구청장이 마음만 먹으면 의회 사무국 직원을 넣다 뺐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자체 행정부와 의회 간 비대칭적 힘의 차이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의회사무국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운전하던 직원이 행정업무를 맡고 속기사가 홍보 팀장을 겸직하는 촌극이 발생했다. 이를 생각하면 그동안 구청장 바로 밑의 실·국장급이 의회사무국에 파견된 팀장이나 전문위원한테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을지 유추해볼 수 있다. 

이들에게 보좌받는 의원들은 어찌보면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의회와 집행기관은 각자 위치에서 창과 방패처럼 서로 다른 역할을 존중하며 민주주의를 이뤄가야 하는데 현 구조상으로는 집행기관 목소리가 의회를 압도한다. 말이 좋아 지방자치 부활 30년이지 사실 대한민국은 단체장 중심의 지방자치만 한 것이다. 권력 대립형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리기 위해선 개선되어야 한다. 

이일우 전 서울시의회 전문위원 (사진 : 정민구 기자)
이일우 전 서울시의회 전문위원 (사진 : 정민구 기자)

 

- 22대 국회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가?

저는 지방의회에서 근무하면서 의회 운영 시스템에 관심을 가져왔다. 현재 과도기적으로 전부개정 지방자치법(’22.1.13.) 시행 중인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을 보완책이 필요하다. 

먼저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국회법이 있듯이 지방의회법을 따로 제정하여 지방의회 독립적 위상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정책지원 인력도 어중간하게 두지 말고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의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구청 파견 인력보다 행정부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임기제 전문위원을 확대 채용과 더불어 정책 지원관의 업무 분장을 보다 투명·명확하게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광역·기초의회 간 정책보좌진의 개인 선호 및 승진 등에 따라 순환보직이 가능하도록 의회 직렬 신설도 고려해볼만 하다. 이 과정에서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 인식이 중요하다. 

만약 지방의원을 적당히 본인 지역구 의정활동에 활용하는 정도로 바라보는 국회의원들이 제22대 국회 다수를 차지한다면 지방의회는 여의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지방의회에 권한을 나눠주고 싶어도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지방의원 일탈로 지방의회 무용론 등 국민 피로도가 누적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역사는 시행착오 겪으며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나아가는 것이지 않은가. 지방 소멸 시대 상황에서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방 분권 강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한꺼번에 바뀌긴 어렵지만 점진적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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