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갈현동에 재밌는 식당 사장님 한 분의 SNS를 팔로우 중이다. 앞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분명 산적 용모인데 자신감 넘치게 ‘미남 주인장’이라 스스로 소개한다. 댓글도 폭소를 유발한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진심 미남”이란다. 물론 무수한 칭찬 댓글 사이에 ‘킹받네’와 같은 정상적인(?) 반응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장님이 올리는 컨텐츠가 본인 소재의 유머로 가득하단 것이다.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성일식당 사장님이 깔아 논 판에서 즐겁게 소통한다. 그런데 스크롤을 조금 더 내려보니 반전이 있다. 맛있는 등갈비찜 음식 사진 사이 사이에 기부 활동이 포착됐다. 더 내려보니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수년간 꾸준히 지역사회를 섬겨왔다.

86년생 청년 사장님에게서 갑자기 후광이 비쳤고 그 산적 얼굴의 사장님을 찬찬히 훑어보니 정말 미남으로 보였다. 2024년 1월 첫 기부 대상지는 은평천사원이란다. 식당 휴무일 오전 시간을 활용해 쌀 포대를 기부하고 온 사장님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성일식당을 방문했다. 다음은 전성일 대표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성일식당 전성일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성일식당 전성일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 성일식당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은평구에서 태어나 초중고 모두 다닌 찐 토박이에요. 성일식당은 제 이름을 단 첫 가게인 만큼 고향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갈현동에 터를 잡고 운영한지 올해로 5년 차 됐습니다. 성일식당은 손님들께서 매운 음식을 드시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매운등갈비찜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원푸드식당으로 곤드레밥과 메밀전까지 더해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집니다. 무엇보다 남녀노소 가족 모두가 식사하실 수 있도록 맵찔이 손님을 위한 간장 등갈비 메뉴도 있고요.

- 대표님과 직원분들의 단체 빨간 유니폼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보통 뭔가 짜증나고 화날 때 매운 음식을 찾게 되잖아요? 제가 입은 빨간 유니폼을 보시면 직관적으로 매운 음식을 파는 식당이라 연상하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손님들에게 우리 성일식당 일원은 모두가 열정적이고 빠릿빠릿하다는 인상을 심어드리고 싶어서 계속 정렬의 빨간색을 착용 중입니다.

저희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5명의 청년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는데요. 구인 광고를 올릴 때도 장사를 배우고 싶은 분이라면 주저 없이 지원해달라고 따로 명시해둬요. 저도 가게를 차리기 전까지 요식ㆍ서비스업계에 종사하며 남 밑에서 배웠어요. 특히 매운등갈비찜 메뉴는 저만의 고유 레시피가 있는 만큼 향후 창업하길 희망하는 청년직원에겐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습니다.

- 청년이 주축이 되는 가게답게 SNS 활동도 활발하시던데요.

일단 제가 ‘관종’입니다. (웃음) 어렸을 때부터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다 보니 장기자랑 시간이 다가오면 꼭 무대에 나가 춤추고 노래했어요. 중학교 땐 밴드부 보컬까지 했고요. MBTI 성격유형검사 결과 ESFJ(사교적 외교관 유형)가 나왔는데 지인들은 그냥 EEEE라고 말할 정도로 극 외향적 성격인데, 장사할 때 확실히 장점이더라고요.

과거 음식점은 음식의 맛이 가장 중요했는데 이젠 마케팅 시대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고객분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연구 중이에요. 아무래도 성일식당 위치가 유동 인구가 많은 연신내 로데오거리에서 좀 떨어진 갈현동 주택가다 보니 홍보가 꼭 필요해요. 그래서 재밌는 짤도 올리며 즐거움을 드리면서 손님들과 소통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갈현동 성일식당 (사진 : 정민구 기자)
갈현동 성일식당 (사진 : 정민구 기자)

 

- 꾸준히 기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솔직하게 말씀 드릴께요. 사실 가게 오픈 때부터 기부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예요. 2019년 영업 개시 후 3개월 정도 지나니 감사하게도 흑자로 전환됐는데요. 마침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성탄절 분위기에 맞춰 매장을 어떻게 꾸며볼까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문득 장식에 들어갈 비용을 아예 기부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거에요.

당시 지금보다 더 뚱뚱해서 이 빨간 복장에 모자만 쓰면 완전 산타 그 자체거든요. 또 아이들을 좋아하다보니 보육원에 산타처럼 등장해서 등갈비 선물 기부할 때 반응도 좋고 정말 보람되더라고요. 그 이후 크리스마스 때마다 “저희 성일식당은 크리스마스 ‘기분’은 나지 않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기부’를 합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마케팅적으로도 활용하고 있어요.

한편 코로나 팬데믹 때는 정말 위기였어요. 정부 방침에 따라 영업시간 단축, 손님 수 제한이 걸리다 보니 매출에 타격을 받았죠.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기부활동을 어찌해야 할지 솔직히 고민했어요. 그래도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또 하다가 안 하면 그것도 양심상 허락이 안 되어 그냥 강행했습니다. 지금은 연중 주요 공휴일 그러니깐 성탄절, 설날, 추석, 어린이날, 그리고 성일식당 기념일까지 1년에 5차례 정기 기부 활동 중이고요. 그 내역도 SNS에 올려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요.

성일식당 전성일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성일식당 전성일 대표 (사진 : 정민구 기자)

 

- SNS 기부 컨텐츠가 확실히 반응이 좋더라고요.

제가 기부를 지속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성일식당을 방문해주시는 손님들 덕분이에요. 저도 사람인지라 매출이 적다면 좋은 일에 선뜻 동참하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은평구민분들께서 연신내 명물 맛집이라고 입소문도 내주시고 리뷰도 잘 써주세요. 저희 건물주께서도 종종 식사하고 가시고 심지어 해가 지나도 월세를 안 올려주셨어요.

이렇게 주변에 감사한 마음이 자꾸 생기니 저도 작정하고 더 많이 나누고자 노력 중이에요. 지금은 매달 식사/배달 영수증 리뷰 1건당 쌀 1kg 기부 이벤트도 하고 있어요. 만약 12월 달 리뷰가 100개가 쌓였다면 다음 달인 1월에 쌀 100kg을 구청, 주민센터 또는 보육원 등지에 기부하죠. 마침 오늘 인터뷰하는 월요일이 휴무인지라 오전에 은평천사원에 쌀 포대기를 전달하고 왔습니다.

성일식당 갈비찜 (사진 : 정민구 기자)
성일식당 갈비찜 (사진 : 정민구 기자)
성일식당 매운갈비찜 (사진 : 정민구 기자)
성일식당 매운갈비찜 (사진 : 정민구 기자)

 

- 성일식당 매출이 이웃을 춤추게 하는군요. 늘 웃고 계시는데 남모를 고충은 없으실까요?

갈현1동 재개발 건으로 4,000여 세대가 둥지를 떠나면서 고정 손님들이 상당히 줄긴 했어요. 앞으로 4~5년 이상 소요될 텐데 그때까지 잘 버텨봐야죠. 그래서 음식 배달ㆍ밀키트 판매를 위한 홍보도 잘 병행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장사하는 분들이라면 다 공감하실 텐데 코로나는 종식됐지만 고물가와 인력난이 만만치 않네요. 뜻 맞는 사람 찾는 것이 자영업자 사이에 공통된 고민거리일거예요.

사실 요식업은 만만치 않은 노동이죠. 매장에 와서 면접 보고 일하기로 결정됐는데 다음 날 연락 두절 되기도 하고요. 저도 남 밑에서 오랫동안 일해본 사람으로서 ‘사장처럼 일할 수는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책임감 있는 청년들이 문을 두드려준다면 이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배울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개인적인 고민거리는 연애와 결혼입니다. 제가 86년생인데요. 남들이 쉬는 주말은 저희들의 피크 타임인지라 인연 만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매번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때 저와 같은 청춘들을 위한 빼빼로 이벤트 하며 솔로들의 아픔을 웃음과 재미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성일식당은 이렇게 재밌는 이벤트가 많으니 인스타그램을 확인해주세요. @s1_always    

 

- 성일식당이 손님들에게 어떤 식당으로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일단 제 매운등갈비가 전국 어디서든 인정하는 맛집으로 널리 알려지는 것이예요. 저는 하루하루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 준비하며 ‘매운맛’ 요리에 정말 자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현 식당 방식을 체계화해서 프랜차이즈까지 확장하고 싶어요. 그 여정에서 변함없이 손님들에게 웃음을 주는 즐거움 가득한 식당이자 기부하는 식당일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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