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소리내어 읽는 낭독은 듣는이를 대상으로 한다. 그 대상은 내가 될 수도 남이 될 수도 있지만 낭독의 시간을 잠시 나를 멈춰세우고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숨가쁘게 달려와 이제 인생 후반기를 새롭게 준비하는 이들에게 낭독은 새로운 힘이 되어 준다. 은평시민신문은 은평樂낭독유랑단의 ‘낭독프로젝트’에서 소개된 에세이를 연재로 소개하며 낭독의 힘을 함께 느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김수연 은평樂낭독유랑단 낭독 활동가 (사진 : 정민구 기자)
김수연 은평樂낭독유랑단 낭독 활동가 (사진 : 정민구 기자)

 

11년 전 5월에 선물같이 찾아온 우리 빈이.

딸 시집가고, 아들은 지방으로 떠나고,

허전한 그 빈자리를 즐거움과 기쁨으로 채워준 우리 막둥이.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를 달고 살았던 우리 빈이.

잠잘 때 너의 숨소리가 조금만 이상해도, 내 가슴이 철렁하곤 했지.

온 식구들에게 사랑을 받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온 우리 빈이가...

벌써 11살이 되었구나.

 

빈아, 

얼마 전 엄마가 새벽에 너무 아파서 끙끙 앓고 있을 때,

화장실까지 쫓아와서 엄마 얼굴을 핥으며 

어쩔 줄 몰라하는 너를 보는데...

든든한 마음이 들더라.

하루 종일 엄마 곁에서 지켜주는 네가 있으니까.

엄마 바라기, 우리 빈이,

엄마는 우리 빈이가 있어 너무 든든하고 좋아.

속상한 일이 있으면 너를 앞에 놓고 하소연을 하고, 

푸념도 하곤 했지...

그럴 때면 나를 까만 눈으로 쳐다보면서 

“다 알고 있어요, 엄마!” 하는 것 같다.

 

든든한 우리 빈이.

언제부터인가 기운이 없고, 

얼굴도 달라지는 너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쿠싱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왜...왜 하필 우리 빈이한테 이런 병이 생겼을까...

슬개골 수술한 후부터 다리도 한쪽을 절고, 

잘 걷지도 못하니...너무 속상하다.

환하게 웃으면서 뛰는 모습이 그립다, 빈아.

하늘로 가는 날까지, 

병원을 오가며 독한 약을 친구 삼아야 하는 우리 빈이…

 

빈아, 엄마가 참 많이 사랑한다.

너로 인해 더 사랑할 수 있었고, 

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 사랑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

빈아...

엄마 아빠랑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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