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무발발이와 아물쇠딱따구리를 만날 수 있을까?”

지난 7일 일요일 오전, 영하의 날씨를 뚫고 불광근린공원에 30여명이 모였다. 손과 발이 얼어붙을 것 같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모인 건 겨울탐조에 나서기 위해서다. 모두 귀여운 털모자에 장갑, 쌍안경, 새도감을 하나씩 들고 우리 곁에 어떤 새들이 함께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다. 

불광근린공원 탐조에 나선 시민들 ⓒ이윤주
불광근린공원 탐조에 나선 시민들 ⓒ이윤주

 

겨울 철새들의 장관을 감상하는 ‘탐조 여행’이 인기다. 매년 10만이 넘는 철새가 쉬어가는 순천만의 생태습지, 우리나라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인 천수만간척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주남저수지에서는 수만, 수십만 마리의 새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네 뒷산 격인 불광근린공원에 모인 이들은 우리 곁에 있지만 미처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작은 새들을 찾아 나섰다. 한껏 기대에 부푼 이들이 산 초입을 오르자마자 여러 새들이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직박구리, 박새, 멧비둘기, 곤줄박이가 반갑게 이들을 맞이한다. 동네 뒷산에서 만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쇠딱따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동고비, 상모솔새도 만났다. 

이날 탐조의 행운은 좀처럼 보기 힘든 아물쇠딱다구리와의 만남이다. 아물쇠딱다구리(20cm)는 쇠딱다구리(15cm)보다 조금 크지만 오색딱다구리나 청딱다구리 보다는 작다. 오색딱다구리와 쇠딱다구리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아물쇠딱다구리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윗면은 어두운 회색이며 등에는 굵은 흰색 가로무늬가 있는데 등의 흰무늬를 보면 쇠딱다구리와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기도 광릉 지리산 등지에 분포한다. 

아물쇠딱다구리 ⓒ이윤주
아물쇠딱다구리 ⓒ이윤주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홍여새와 황여새도 만날 수 있었다. 홍여새는 꼬리 끝이 붉은색이고 날개에 흰점이 없고 파란 회색을 띠며 검은색 눈선이 뒤로 가며 넓어진다. 배 중앙에는 흐린 노란색으로 보인다. 몸길이는 18cm로 러시아 극동, 아무르강 하류, 중국 동북부의 제한된 지역에서 번식하고 한국, 중국 동부, 일본에서 월동한다. 

홍여새 ⓒ황원관
홍여새 ⓒ황원관

 

황여새는 몸은 전체적으로 회색이며 얼굴과 꼬리 아래는 주황색이다. 긴 머리깃이 있고, 꼬리 끝이 선명한 노란색을 띤다. 날개는 끝이 검고, 흰색·노란색·빨간색 무늬가 있으며 검은색 눈선이 있다. 홍여새와 비슷하며 꼬리깃의 끝이 선명한 황색을 띠어 황여새라고 한다. 홍여새와 황여새는 모두 참새목 여새과의 한 종으로, 한국에서는 겨울철새이다.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탐조에 나선 이들이 발견한 새는 모두 21종이다. 까치, 어치, 물까치, 직박구리, 박새, 참새, 쇠박새, 동고비, 곤줄박이, 붉은머리오목눈이, 오목눈이, 멧비둘기, 오색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 쇠딱다구리, 아물쇠딱다구리, 큰부리까마귀, 홍여새, 황여새, 상모솔새, 나무발발이가 이에 해당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무발발이, 쇠딱다구리, 오목눈이, 큰오색딱다구리 ⓒ이윤주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무발발이, 쇠딱다구리, 오목눈이, 큰오색딱다구리 ⓒ이윤주

 

불광근린공원 탐조 모임은 2023년 5월 처음 시작됐다. 지난 11월에 두 번째 모임을 진행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탐조 모임이다. 불광근린공원 탐조를 제안한 이는 바로 불광동에 살고 있는 이윤주 씨다. 

이윤주 씨는 “지난 여름에는 꾀꼬리, 파랑새, 노랑눈썹솔새, 되지빠귀, 뻐꾸기, 소쩍새, 흰눈썹황금새도 보았고요. 그 밖에 꿩, 노랑지빠귀, 대륙검은지빠귀, 동박새, 밀화부리, 진박새, 울새, 청딱다구리, 팔색조를 만났다”며 “팔색조는 소리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천연기념물이고, 주로 남부지방을 찾는 여름철새인데, 드물게 수도권 외곽의 산림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동하는 중에 들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참새나 비둘기 외의 새는 새도감에서나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많은 종류의 새가 우리 동네 옆에 친근하게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하는 일은 탐조 활동에 나선 이들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 

박새와 동고비 ⓒ이윤주
박새와 동고비 ⓒ이윤주

 

탐조 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윤주 씨는 “제가 뒷산에서 틈틈이 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다보니 여름이면 여름철새, 겨울이면 겨울철새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서 우리 동네까지 찾아와 여름, 겨울을 지내고 간다는 것이 너무 경이로웠고요. 그래서 언젠가 멀리서 우리동네 찾아온 여름철새, 겨울철새를 환영하는 현수막이라고 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새들을 환영하는 이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지구와 연결된 경이로움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게 탐조 모임으로 이어졌다. 

인스타를 통해 불광근린공원에서 만난 새를 알리고 탐조 모임을 제안했다. 몇 명이나 관심을 가질까 싶던 탐조 모임에 기대 이상의 많은 시민들이 호응을 보였다. 

함께 탐조에 나선 한 시민은 “새들의 이름을 알아가고 그들의 삶에 대해 듣고 배워가는 일이 참 좋았다. 동네의 작은 산에도 이토록 다양한 새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탐조 모임에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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