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소리내어 읽는 낭독은 듣는이를 대상으로 한다. 그 대상은 내가 될 수도 남이 될 수도 있지만 낭독의 시간을 잠시 나를 멈춰세우고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숨가쁘게 달려와 이제 인생 후반기를 새롭게 준비하는 이들에게 낭독은 새로운 힘이 되어 준다. 은평시민신문은 은평樂낭독유랑단의 ‘낭독프로젝트’에서 소개된 에세이를 연재로 소개하며 낭독의 힘을 함께 느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김은구 은평樂낭독유랑단 낭독 활동가 (사진 : 정민구 기자)
김은구 은평樂낭독유랑단 낭독 활동가 (사진 : 정민구 기자)

 

나는 어떤 사람일까?

무엇으로 나인 줄 알아볼까.

사람의 형태로 나의 퍼즐을 맞춰보자.

 

머리. 팔. 다리.

머리는 항상 생각을 하는데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을까?

싫어하는 것을 더 많이 생각했을까?

 

입은

먹기만 하는 입이었을까?

말을 많이 하는 입이었을까?

 

심장은 쿵쾅거리고 뛰고 있는데

무엇을 향해 뛰고 있었을까?

심장이 쿵쾅거리고 뛰고 있었을 때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었을까?

진정 원하는 곳과 같은 방향이었을까?

 

손에 들고 있었던 것들은

혹시 억지로 잡거나 들고 있지는 않았을까?

 

매일 어디론가 향해 움직이던 내 발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주었을까?

 

인생의 황혼이 다가오면서 나에게 궁금증이 생긴 것은

어쩌면 이제쯤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인정해 주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무슨 생각을 했던, 무슨 말을 했던, 다녀온 길이 어디이든

수십 년의 세월을 긍정과 부정으로 넘나들면서

달콤 쌉싸름한 인생의 향기를 피우게 해준

내 몸의 팔, 다리. 눈, 코, 입.

내 신체의 모든 부분을 아낌없이 사랑한다.

이제 퍼즐은 맞춰졌다.

 

이게 나야.

수고했어, 애도 많이 썼어.

고맙다, 끝까지 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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