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1번출구 앞, 구산중학교 출입구 주변, 새절역사거리 등 32곳 선정
주민 위험 미리 감지해 개선하려는 은평구청의 '적극 행정 사례'

연신내 1번출구 일대 '불합리한 도로구조' 개선안 내용.
연신내 1번출구 일대 '불합리한 도로구조' 개선안 내용.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또는 차량을 이용해 길을 다니다 보면 ‘길’이 불편했지만 무심결에 지나가던 곳들이 있다. 통행 당시엔 주위를 살피며 안전하게 지나가던 곳들이지만 실제로 위험을 느꼈던 곳에선 사고도 빈번하게 벌어지기도 하고 매일 보행자들이 안전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길 때문에 벌어지는 안전 문제는 통상 지금 만들어진 길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특히나 강북 지역의 구시가지는 구릉지의 산악지형으로 오래전에 만들어진 길들이 많다 보니 그 형태와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아 안전 문제가 나타나곤 한다.

이에 은평구청 도로과는 이른바 ‘불합리한 도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은평구 도로 구조를 전수조사하여 개선방안을 수립했다. 통상 도로구조의 위험성에 따른 개선방안은 인명사고가 발생하거나 민원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번 은평구청의 개선방안 수립은 구청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무관심으로 일관하기 쉬운 안전사각지대를 자체적으로 적극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전국 어느 지자체에서도 보기 드문 적극행정 사례로 평가된다.


사고위험구간과 안전사각지대 개선을 위해
구청 최초로 진행한 ‘불합리한 도로구조 개선 방안 수립’

은평구청은 도로 중에서 운영이나 구조상 불합리한 구간에 대해 조사와 분석을 약 8개월간 실시했다. 전수조사로 진행된 이번 조사의 규모는 도로 253.7km, 보도 85.6km 등 총 339.3km에 달했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으로는 △차량 및 보행자 동선 불편 구간 및 불부합구간 전수조사 △현황에 따른 문제점 검토 및 평가 결과 분석 △도시계획 및 개발계획 관련 계획 검토 △도로구조 개선을 위한 관련 법규 검토 △개선방안 수립 및 개략 사업비 산정 등이다.

여기서 불합리한 도로라 하면 차로나 보도의 폭이 불균형한 구간, 기하구조가 불합리하여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구간, 간선도로 접속부 회전반경이 미확보되는 지점, 지장물로 인한 병목 지점 등이 있는 곳을 뜻한다.

조사를 통해 은평구청은 관내 도로환경을 안전하고 쾌적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다. 도로 조사 가운데 ‘차로 및 보도 재배분 설치’, ‘교차로 형태 개선으로 교통안전 확보’, ‘주변을 고려한 최소 회전반경 확보’, ‘골목길 내 원활한 교통 통행을 위한 회전교차로 설치 방안’ 등을 마련했다.

전수조사를 마친 은평구청은 관내의 총 32개소에 달하는 불합리한 도로 구간을 선정하고 이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어떤 개선점이 나왔을까?
문제는 "예산 확보"

11월 28일 은평구청 도로과는 은평구의회에서 불합리한 도로구조 전수조사 및 개선방안을 수립한 것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11월 28일 은평구청 도로과는 은평구의회에서 불합리한 도로구조 전수조사 및 개선방안을 수립한 것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은평구청은 11월 28일 은평구의회에서 불합리한 도로구조 전수조사 및 개선방안을 도출한 결과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는 불합리한 도로구조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을 진행함으로써 행정과 의회가 협업하여 안전한 교통시설 개선을 위한 공유의 장을 마련했다. 다만 도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예산으로, 장기적으로 예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은평구청 도로과는 불합리한 도로구조 유형에 따른 사례를 설명했다. 

먼저 차로 및 보도 폭 불균형 구간 중에는 ‘연신내 1번 출구 앞’ 통일로 구간의 개선안이 돋보였다. 연신내 1번 출구 앞에서 진관동으로 향하는 통일로는 연신내 사거리에서 유입하는 차량과 3차로 마을버스 정류소, 택시 승하차 차량, 메트로타워 골목길에서 진출입하는 차량 등으로 인해 자주 정체되는 구간이다. 게다가 지하철역 환풍구로 인해 도로 선형이 맞지 않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 구간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연신내역 1번 출구 쪽에 안전지대를 설치해 도로 선형을 확보하고 부족해진 차로 폭은 장기적으로 중앙버스차선의 선형을 이동하여 확보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또한 보행자 편의를 위한 보도 확보 부분의 불광역 사거리는 차로 재배분과 보도폭 조정으로 양측의 보도 폭을 균형 있게 조정하고 사거리 부분의 굴곡진 차로선형을 운전자 시각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함으로써 보행자와 운전자가 같이 만족할 수 있는 도로구조 개선안을 제안했다. 

불합리한 기하구조 구간 중에는 갈현로15길에 있는 구산중학교 입구의 도로 구조 문제가 대표적이었다.

구산중 앞 도로는 학교 정문 진입로까지 합치면 6지 교차로로 6개 방향에서 차량이 오고 나가는 곳이다. 이로 인해 모든 진입 도로별로 회전반경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가 있고 교차로 인근에 노상주차 문제로 인해 차량 진출입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이 구간에 대해 은평구청은 주차 1면 삭제 후 자전거보관서를 이전 설치하여 회전반경을 확보해 주고, 초소형 회전교차로를 설치하여 모든 구간에서 차량들이 원활히 진출입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간선도로 접속부의 회전반경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 중에선 새절역 사거리 구간에서 문제가 있어 보였다. 특히 증산로 상암동 방면에서 신사 오거리 방면에서 응암오거리 방면으로 우회전하는 경우 협소한 경우가 나타났다. 또한 횡단보도 내 가로등 등의 지장물이 보행 편의를 저하시키기도 했다.

이에 은평구청은 버스 등의 대형차량 회전반경이 작아 불가피하게 2개 차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으나 하천 측으로 보행데크를 설치함으로써 회전반경 확보하는 대안을 제시해 긴 버스도 우회전할 경우 안전하게 회전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다.

지장물로 인한 병목구간으로는 갈현로 3길에 위치한 하늘어린이집 앞 구간이 꼽혔다. 이 구간에는 골목 보행로에 전신주 보호를 위해 옹벽이 설치되어 있는데 오히려 옹벽이 도로의 선형을 방해하고 보행자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었다. 이에 구청은 옹벽을 제거하고 이 구간에 보행자 안전을 위한 펜스를 설치해 도로 선형 확보와 보행자 안전을 챙기는 대안을 제시했다.

교차로 지점의 회전반경이 불합리한 지점들은 18개 소들이 발견됐다. 대부분 교차로 지점에 전신주로 인해 차량 회전이 어려운 구간이었다. 이런 경우 전신주나 지장물을 이전하여 회전반경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지난 10월 18일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불합리한 도로구조 개선을 위한 전수조사 및 개선방안 수립'과 관련한 현장답사를 진행했다.
지난 10월 18일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불합리한 도로구조 개선을 위한 전수조사 및 개선방안 수립'과 관련한 현장답사를 진행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수많은 도로를 매일 이용하면서도 별 관심 없이 지나쳐버린 경우가 많았는데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시행한 불합리한 도로구조 전수조사 및 개선방안 용역 시행 결과 여전히 주민생활의 밀접한 곳에서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안전사각지대에 있는 불합리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해결 방안까지 제시함으로써 주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소소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노력해 준 도로과 전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도 안전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업시행 주체인 주무부서 윤옥진 도로과장은 “불가피하게 예산이 확보되어야 가능한 사업들이지만 안전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우선하여 주민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불편함을 찾아내고 불합리한 부분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 공무원들의 의무이자 책무라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직원들과 함께 필요한 부분들은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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