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문화로 꽃피는 은평, 협동조합의 따뜻한 도전

2013년에 은평교육콘텐츠 사업에 참여한 마을강사들이 주축이 돼 시작된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은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마을, 시민들이 역량을 갖춰나가며 배움을 잃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이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교육‧문화‧예술‧복지‧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 기획과 협업으로 문화예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평樂낭독유랑단의 ‘낭독프로젝트’와 창작 음악극 ‘님이 오시는지’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다음은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의 임영은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본인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은평에서 나고 자라 협동조합으로 ‘공동체’의 꿈을 이루고 있는 임영은입니다. 멀티플라이어 유형으로 오만가지 관심사가 많고 일 욕심이 많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사람을 끌어당기고 함께 사는 꿈을 이뤄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이 상처가 아닌 ‘선물 같은 존재’ 임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 또한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을 통해 치유받은 경험을 통해 앞으로 누군가에게 선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램과 함께 소소한 재능과 시간들을 사회에 기여하고자 교육,문화, 예술, 인권, 복지 등의 다양한 영역에 발을 디디고 그렇게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 임영은 대표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 임영은 대표

 

- 최근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은 은평樂낭독유랑단의 ‘낭독프로젝트’와 창작 음악낭독극 ‘님이 오시는지 음악회’ 두 가지 큰 행사를 마쳤는데요. 은평에 거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은평 출신 시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문화행사를 마무리 지은 소감은 어떤지요?

너무 보람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업을 기획하고 작가이자 연출가로 고생한 나수아 팀장님을 비롯해 곡을 쓴 남수영 음악감독님, 보이스 디렉터로 낭독에 대한 자존감을 높여 주신 조연우 성우님 그리고, 웹포스터 하나 보고 달려와 매주 열심히 참여해 준 참가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분들께도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궁녀, 내시를 비롯한 옛 ‘중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은평이라는 곳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야말로 이 문명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너무 좋은 분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인연을 맺은 것이 가장 큰 성과이면서, 희망을 갖고 다시 한번 삶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은평락樂낭독유랑단 운영은 올해로 2년 차인데요,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코로나19 상황을 2년 넘게 겪으면서 생긴 ‘소통의 부재’에서 ‘소리 언어’를 찾았고 예술교육을 통한 치유와 회복의 기능으로 대면은 물론 비대면으로도 진행이 가능한 ‘낭독’으로 삶과 소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 예술강사들과 참여자들의 예술교육 활동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레퍼토리화 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참여자들과 함께 지역에서 꽃피워 보고 싶다는 부분에서 나수아 문화예술팀장님과 의견을 모아 여러 방향의 ‘낭독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도전은, 강사 대부분이 예술가를 겸하고 있어 대본과 음악, 연기에 있어 창작과 활동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에 있습니다. 자기 도전과 함께 합을 맞춰가며 팀을 이뤄나가고 서로 배워 나가는 것은 그 경험만으로도 한층 더 성숙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의 내면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소리’로써 사람을 살리거나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짚으며 따뜻하고 좋은 힐링의 소리를 퍼뜨려 나가는 낭독 활동이 계속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 생애 주기에 따른 에세이 낭독회는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지?

<에세이 낭독회>를 준비하면서 집중한 생애 주기는 중장년이에요. 지금의 60~70대는 인생의 황혼기가 아니잖아요, 참여자 에세이에서 나왔던 ‘지공녀(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나이의 여성)’ 등 나름 사회보장이 되고 있긴 하지만 100세까지 살아내려면 누구나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거든요. 바로 그 시점에서 한 번쯤은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과감하게 나의 언어로 툭툭 털어내는 시간, 나를 다져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기획한 <에세이 낭독회>가 이번처럼 은평문화예술회관 공연장처럼 큰 공간에서 진행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참여자들의 열정과 팀워크, 강사들에 대한 믿음이 강했기에 가능했던 거랍니다. 예술강사로 모인 네 사람의 무엇보다 실험정신 강한 팀워크와 함께 참여자들도 도전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동기부여 및 지지와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경험은 제 인생에서도 큰 의미가 되었답니다.

낭독회
낭독회

 

- 에세이 낭독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궁금한데요.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은 뒤엔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에세이 낭독회’라는 작업이 낯설어서인지 처음부터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온 분은 없었어요. ‘그냥 책을 읽는 줄 알았다’, ‘꼭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냐’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더 많았어요. 낭독을 하러 오는 분들 대부분이 외향적이기보다는 내성적인 성향이 조금은 더 강한 분들이 많아서인지,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처음부터 좋아하진 않으셨죠.

대신 그분들에겐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힘이 더 강할 거다, 그걸 편하게 꺼내어 담을 수 있게 참여자의 특성에 맞게 많은 질문을 던졌는데 그 속에서 본인이 찾은 소재를 백지 위에 쓰는 순간부터 시작이었던 거죠.

저는 참여자들이 본격적으로 글을 담기 전까지 라포형성과 마인드맵을 통해 ‘소소하지만 대단한 소통’의 시간을 늘려갔고 그들이 다양한 장르의 글을 낭독하며 스스로 원하는 나만의 글 방식을 선택하고 그 글을 대변할 수 있는 자료를 탐색하도록 했습니다.

나를 시각화하는 글, 나의 낭독 에세이, 그 글들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내 감정의 목소리를 찾아 성우이자 주강사로 함께해 주신 조연우 선생님은 멘토로서 최대한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보이스 코칭을 하고, 보조강사이자 음악감독으로 함께한 남수영 선생님은 그 마음들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음악을 입히고 기획총괄이었던 나수아 선생님은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고 그 모든 행위가 무대에서 빛날 수 있도록 영상도 제작하며 참여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연출 방향을 잡았습니다.

박문호 시인
박문호 시인

- 박문호 시인을 추모하는 ‘님이 오시는지 음악회’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데요. 박문호 시인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어서 간략한 설명과 기획 계기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문호 선생은 한국의 사상가이자, 시인, 한의사로 과거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시기에 의술로써 병든 이들을 치료하고 구호 활동을 펼쳤던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요, 또한 은평구 불광동 17번지(지금의 독바위 역 부근)에서 문학에 매진하였고, 한국의 국민 가곡이라 할 수 있는 <님이 오시는지>를 작시하셨습니다.

-이번 창작 낭독극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이번 작업에서 연출을 맡은 나수아 팀장이 은평시민신문에 실린 박문호 시인의 기사를 찾았다고 흥분했며 전화했던 날이 생각나네요. 덕분에 4대째 은평구에 살고 계신 가족분과의 인터뷰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정작 그분의 드러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 굉장히 고생을 했죠.

현재 박문호 문학관이 추진되고 있고, 올 8월에 박문호 시인의 유고 시집이 출판되는 상황, 여러 차례의 박문호 시인 가족과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사이에 생존해 계시던 박문호 시인의 아내분이 돌아가시는 일까지 전해 듣게 되면서 8월 말에 대본을 탈고하기까지 4번이나 대본을 고쳐썼다고 해요.

그 사이에 5월부터 낭독극팀으로 모인 참여자들은 극의 완성도를 위해 낭독으로 소리를 모으고 한 팀이 되어갔죠. 극 속 주요 인물들이 실존했거나 현존하여 시는 분도 있어, 정작 오디션을 통해 캐릭터가 정해지고 낭독극 연습이 들어가면서는 연출자와 함께 낭독자 개개인의 고민이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까지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유고 시집에 실린 또 하나의 시, <그리운 땅에1>를 통해 우리 남수영 음악감독이 작곡가로서 창작곡을 발표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초연인 음악창작낭독극 공연에 너무 많은 분들이 귀 기울여 주시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한 일들이 많았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작업이었답니다.

박문호 시인을 추모하는 미니 콘서트
박문호 시인을 추모하는 미니 콘서트

 

- 박문호 시인의 ‘님이 오시는지’의 ‘님’의 의미를 어떤 관점으로 두고 이번 창작극을 준비했는지 궁금합니다.

작가가 처음에 극 속에 ‘님’의 존재를 캐릭터로 담은 시놉시스를 들고 왔을 때는 ‘초월적인 님’으로서 박문호 시인의 양심이었다고 해요. 저는 박문호 시인님이 종교인이라 신의 존재를 그렸구나 했는데 그렇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랐겠죠? 결국 무대 위에 박문호 시인과 나란히 앉은 ‘님’은 그의 삶 속에 그루터기처럼 단단하게 존재했던, 그분 곁에 가장 오래 함께하셨던 아내분이었습니다. 창작음악낭독극 <님이 오시는지> 극의 전체를 관통하는 님은, 누구나 하나쯤은 가슴에 안고 사는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은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도 궁금합니다.

2013년도에 은평 교육콘텐츠 사업에 참여했던 마을의 강사들로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는데요, 기본적으로는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마을이 되길 바라면서 시민으로도 역량을 갖추고 서로 배우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하고 싶어하는 네트워크 기반 지역의 단체입니다. 개별적으로 영역별 콘텐츠를 갖추고 있으면서, 교육, 문화, 예술, 복지, 인권 및 환경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 기획하고 사업을 하면서 영역을 확장해 왔는데요, 앞으로는 다양해진 마을의 단체들과 협력하면서 문화예술 교육의 전문성을 키워보려고 합니다.

- 지역의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보니, 이런 창작 낭독극이 늘어났으면 좋겠는데요. 내년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감사하게도 올해 작업한 닝독 활동가 대부분이 내년에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주셨답니다. 예술교육과정 안에서 저희의 진심이 전해진 것 같아 고마움과 함께 책임감도 밀려오기도 합니다. 생애주기별 낭독작업은 대상을 확장해서 진행해 볼 예정이에요.

그리고 이번에 <에세이 낭독회>를 통해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처음으로 시도했던 ‘사전공연 소개 음성 해설’과 낭독자들의 ‘셀프시각화(시각적으로 자기소개하기)’ 부분은 접근성(배리어프리 관련) 공연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나수아 팀장을 필두로 참여자들과 함께 발전시키는 커리큘럼을 계획 중입니다. 차기 은교협 대표로 점찍어 둔 인물인 만큼 앞으로 행보 저도 기대가 많답니다.

낭독극 작업에 있어서는 방식에 변화는 있을 수 있겠지만 낭독극 창작작업과 동시에 낭독활동가 양성 작업은 계속되고, 더불어 작업된 낭독극을 전파하는 부분에도 신경을 쓸 예정입니다. 창작 낭독극이 늘어나려면, 무엇보다 그 작업을 지지해주는 단위와 공연을 잘 누리는 관객들이 늘어나야겠죠? 아마 내년 초부터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어 지난 낭독 작업들을 차례대로 감상하실 수 있을 거에요. 기대해 주시고, 많이 찾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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