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문과 중심지는 다른 표현, 혼용해서 쓰면 비전 흔들릴 수 있어
은평의 미래를 디자인 하는 도시발전 계획 토론회 열려 

11월 22일 은평구의회에서 열린 '은평구 도시발전 계획 토론회' (사진: 정민구 기자)
11월 22일 은평구의회에서 열린 '은평구 도시발전 계획 토론회' (사진: 정민구 기자)

올해 1월 정부가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국토계획법의 도시계획 체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혁신방안에 담긴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 등 융복합 도시공간 조성을 위한 3가지 종류의 공간 혁신 구역이 도입하게 된다면 도시계획 규제가 대폭완화되어 지자체와 민간이 도시규제 제약 없이 창의적인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도시계획 정책 변화 시점에서 그동안 은평구 도시계획 현황을 돌아보고 2040 도시종합발전계획 등 정책적 검토를 통해 은평구 도시계획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11월 22일 은평구의회에서 신봉규 은평구의원의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 발제는 ‘정부의 도시계획 개편 방안’을 주제로 대진대학교 도시부동산공학과의 백인길 교수와  ‘서울시 도시기본계획 모니터링’을 주제로 서울연구원의 맹다미 박사가 맡았다. 토론에는 신현일 은평구의원, 맹다미 박사, 성장환 LH 선임연구위원, 김주향 (주)풍경 대표가 참여했다.

도시계획 혁신방안의 중심 내용은?

국토교통부의 '도시계획 혁신 방안' 예시.
국토교통부의 '도시계획 혁신 방안' 예시.

 

백인길 교수는 발제에서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도시계획 혁신방안’에 대한 기본방향 등에 대한 설명과 은평플랜 2040 소개 및 개선점 요약, 은평형 도시계획 방향을 위한 제언을 했다.

정부가 내놓은 ‘도시계획 혁신방안’의 기본 방향성은 총 네 가지다. 필요에 따라 토지 용도에 대한 칸막이를 제거하는 ‘도시기능 복합화’, 기반시설 등을 고려한 토지이용 밀도를 상향하는 ‘도시의 집적화’, 행정구역에서 생활권 중심으로 계획범위를 확대하는 ‘도시계획 광역화’, Bottom-up 방식 도시계획 변경을 허용하는 ‘도시계획 수립의 유연화’ 등 네 가지다.

네 가지 방향성을 통해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은 융복합도시공간 조성을 위한 ‘공간혁신구역’ 도입과 n분생활권 조성을 위한 생활권 도시계획 제도화이다.

기업 유치하기 위한 실질 대안 만들어야

대진대학교 도시부동산공학과의 백인길 교수. (사진: 정민구 기자)
대진대학교 도시부동산공학과의 백인길 교수. (사진: 정민구 기자)

 

가장 중요한 건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은평구가 어떻게 도시계획을 펼쳐야하는 지다. 백인길 교수는 “도시혁신구역과 복합용도구역은 민간 투자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지자체가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저렴한 값에 기업이 올 수 있도록 토지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인길 교수는 은평구의 토지의 이용·개발 및 보전에 관한 관련·하위계획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획인 ‘은평 도시종합발전계획-은평플랜2040’에 대한 제언도 했다. 백 교수는 “은평플랜 2040이 장기 발전 계획이기 때문에 은평 나름대로 생각하는 구상이 좀 있어야 할텐데 없어보이는 게 아쉬운 지점”이라며 “이 계획이 은평을 좀 더 자세하게 계획하는 것이니 지구 중심 하위의 미래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은평플랜 2040의 전체 비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은평플랜 2040의 비전인 ‘유라시아시대, 함께 내일을 만드는 녹색 관문 은평’에 대해서도 “2040까지 과연 유라시아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고 중심지라고 했을 때 과연 유럽과 아시아 쪽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까지는 좋은데 이게 과연 스스로 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꿈에 불과한 것인지 구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비전에 맞게 나머지 계획들을 수립해야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관문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백 교수는 “조선시대 같이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엔 관문이 사람들이 머무르는 장소로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통이 발달했기 때문에 관문은 그냥 통과하는 역할 밖에 안하고 차량들이 몰리기 때문에 정체되는 구간으로 보기 싫어지는 공간이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관문을 중심지라고 표현한 것도 앞뒤가 안맞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활용해야할 은평구에 대해서는 민간투자나 기업을 어떻게 유치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 백 교수는 “민간을 움직이는 동력은 경제성 밖에 없다. 땅값을 싸게 제공해 기업을 유치해 자족도시로 만드는 방식이 바로 판교의 방식이다. 연신내에 GTX가 들어와서 기업들이 올 것을 대비해 용적률을 높여 개발을 하려고 하는데 기업들에게 직접적 혜택이 있지 않은 이상 오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강남구처럼'이 아닌 ‘은평구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도시계획에 반영해야

성장환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도시계획 혁신방안’이 도시계획에서 기존엔 주거, 상업, 공업 지역을 나눠서 개발하던 방식에서 융복합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숨통을 트여 주기도 하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성장환 위원은 “소위 잘 나간다고 하는 지역을 더 잘 나가게끔 해주는 결과가 예상되어 국토 불균형 입장에선 단점도 있다. 그 사이에서 은평은 무엇을 실현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그림을 그려두고 계획을 실현시킬 것인지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일 의원은 n분생활권 조성을 위한 생활권 도시계획 제도화에 대해 은평이 나아갈 길에 대해 제언했다. 신 의원은 “보행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서 그 거리를 걷는 사람은 그럼 얼마나 늘었는가,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어떻게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재개발을 하든 재건축을 하든 변화를 이끌어내고 당사자들간의 이해를 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맹다미 연구원은 ‘강남구처럼’이 아닌 ‘은평구다움’을 생각하고 도시계획을 실현해내야할 것이라 말했다. 맹다미 연구원은 “정주 인구가 안정적이다는 장점은 그만큼 주거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장점을 살린 도시계획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은평구 도시계획위원을 맡고 있는 김주향 (주)풍경 대표는 은평의 다양한 도시 계획들이 유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은평 도시종합발전계획, 주거기본계획, 도시경관계획, 공공디자인계획 등 도시를 계획하는 다양한 계획들이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도시가 정비될 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 계획들이 전부 따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하나의 체계적인 축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일관되고 정돈된 도시계획이 이루어지고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신봉규 의원은 “아마 도시계획과 관련한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주민들이 관심이 많은 분야이고 또한 우리 지역이 개발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보니 참여도 많이 해주신 것 같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주민들께 공유드릴 수 있도록 하고 내년에는 또 다른 주제를 갖고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은평구 도시발전 계획 토론회를 주최한 신봉규 의원이 참석한 주민들에게 인사말을 건내고 있다.
은평구 도시발전 계획 토론회를 주최한 신봉규 의원이 참석한 주민들에게 인사말을 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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