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 입수한 내부공문을 공개하며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 입수한 내부공문을 공개하며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되는 업무추진비에도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투명성이 나아지고 있는 편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업무추진비로 간담회 등을 할 때에는 1인 1회당 4만 원 이하 범위에서 집행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지방자치단체 회계 관리에 관한 훈령(행정안전부 훈령)」에 담고 있다. 그리고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음식점 상호, 사용시간 등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규정을 하고 있어도,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 오·남용 사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곳은 소위 말하는 ‘권력기관’들이다. 이번에 사상 최초로 업무추진비 카드전표가 공개된 검찰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다. 심지어 이미 확정된 법원의 판결문도 위반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개인 식별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는데 검찰은 카드전표에서 ‘음식점 상호’와 ‘카드 사용시간’을 가리고 공개하고 있다. ‘음식점 상호’와 ‘카드 사용시간’이 개인 식별정보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것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등 다른 공공기관들이 홈페이지를 통해서 ‘카드 사용일시’와 ‘음식점 상호’를 공개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다. 더구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그나마 공개된 카드전표의 60% 이상이 흐리게 복사되어서 전혀 판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필자가 여러 공공기관들의 업무추진비 자료를 받아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검찰은 원본대조를 시켜달라는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이런 검찰이 다른 공공기관들의 세금 오·남용을 수사·기소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상황이다. 

게다가 검찰은 업무추진비 외에 특수활동비 같은 예산도 사용하고 있다. 업무추진비는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지만 특수활동비는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과거에도 검찰총장이 언론인들이나 부하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돌려서 문제가 된 적이 있고, 2017년 4월에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회식을 하면서 서로 상대방 지휘 하에 있는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돌려서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특수활동비도 무조건 현금으로 써도 되는 예산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지침 상으로는 아무리 특수활동비라도 ‘현금사용을 자제’하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검찰처럼 힘 있는 권력기관들은 이런 지침조차도 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공개된 2017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집행실태를 보면 결국에는 100% 현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행태를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연말에 돈이 남았다고 해서 특수활동비를 펑펑 쓰는가 하면 1장짜리 현금수령증만 받고 1억 원을 현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명절을 앞두고 떡값으로 돌린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특정 사건 수사를 맡은 검사들에게 격려금 내지 포상금 명목으로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 2017년 9월~12월에 사용된 2억 원 가량에 대해서는 현금수령증도 없는 상황이다. 

검찰만이 문제는 아니다. 감사원, 대통령비서실 등은 아직도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자체를 공개거부하고 있어서 행정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이렇게 힘 있는 기관들이 정보공개도 하지 않고 국민세금을 엉터리로 쓰고 있는데 다른 기관들이나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세금을 제대로 쓰라’고 얘기할 자격이 있을까?

그래서 지금은 주권자인 시민들이 권력기관들의 세금 오·남용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그래야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모든 기관들이 투명하게 될 수 있다. 그 시작은 지금 정보공개와 검증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검찰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필요하고, 범죄혐의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도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 혈세를 사용하는 곳에 성역은 없다”고 발언했다. 당연한 얘기이다.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곳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 있는 기관부터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고, 세금 오·남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믿고 세금을 낼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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