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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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 양성이라서 치료를 하셔야 한다네요.”

건강검진 결과지를 가지고 와서 상담을 받고자 하는 환자분께 이렇게 알려드렸더니 환자분이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

“헬리코박터균 양성이요? 양성이면 좋은 거죠?”

“아, 아니에요. 이건 헬리코박터균을 가지고 계시다는 의미예요. 있다는 의미의 양성이에요.”

“악성 아니고 양성이니까 좋은 거 아니에요?”

“이 양성은 있다 없다 할 때의 양성과 음성 중에서 양성이에요. 균이 위에 살고 있다는 의미니까 좋은 건 아니에요. 이 균이 있으면 위암이 확실히 많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이번 기회에 제대로 치료해서 헬리코박터균을 없애시는 게 좋죠.”

의료에서 양성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헬리코박터균 같은 경우에 양성과 음성으로 표현되는데 양성(positive)은 있다는 의미, 음성(negative)은 없다는 의미예요. 이 때는 균이 있으니까 더 안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죠.

어떨 때는 양성과 악성으로 나눠서 씁니다. 갑상선이나 유방의 종양이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되었을 때 순하다는 의미의 양성(benign), 암이라는 의미의 악성(malignant)로 쓰게 되는데요, 이 경우는 양성이 좋은 것, 악성이 좋지 않은 것이 되겠죠. 한자나 영어로는 분명히 다른 말이지만 한글로 ‘양성’이라고 똑같이 쓰다 보니 가끔 이런 오해를 사게 됩니다.

그런데 있다는 의미로 양성을 쓸 때도 그 실제 의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있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이 아니니까요. B형 간염 항체가 양성이라고 하면 B형 간염을 예방하는 항체가 있다는 뜻이니까 좋은 의미일 수 있지만 C형 간염 항체가 양성이라면 이것은 반대로 이미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B형 간염 항체는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지지만 C형 간염 항체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우리 체내에서 만들어질 뿐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진 못하거든요.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그냥 양성, 음성 혹은 양성, 악성이라고 알려드리는 것보다는 그 말의 실제 의미를 알려드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말의 의미를 실제 이해하는 역량을 건강문해력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이 건강문해력은 주치의와 꾸준한 관계를 맺어가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건강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좋은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릴까요? 건강검진 결과지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하시는 게 좋아요. 똑같은 결과라도 가족력이나 평소 생활습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은평시민신문의 <주치의일기>를 꾸준히 읽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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