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정의당은평을위원장 
김종민 정의당은평을위원장 

오세훈 시장이 작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자마자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강한 하락세인데도 서울지역 곳곳에 개발구역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서울시에서 좌초되었던 국제업무지구 용산 개발을 시작으로, 한강에 서울항 개발해서 3천톤급 선박을 운행하겠다고 하고, 그린벨트를 풀어 한옥단지를 개발하겠다는 등 서울 곳곳에 이름도 헷갈리는 다양한 개발지역을 지정하고 개발계획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역시 개발주의자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건물이 아닌 사람이 돼야한다는 소신을 가진 입장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심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공공의 토지를 민간에 팔아 개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불광동 혁신파크 개발입니다. 

오 시장은 불광동 혁신파크 부지에 50층 주상복합 건물을 민간방식으로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명 강북의 코엑스로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서울시립대 일부 캠퍼스를 포함한다고 했지만 한마디로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것이 지나지 않습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마찬가지로 민간에 토지를 매각하여 민간이 개발할 수 있도록 각종 특혜를 부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서울에는 규모가 있는 공공의 토지가 얼마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토지들을 공공의 이익에 맞게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100년 서울 도시 설계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이전 서울시장 시절과 달라진 것 하나 없이 민간개발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너무 무책임한 정치입니다.

특히 혁신파크는 오랜 기간 지역주민과 공공의 이익에 맞게 활용되어 왔고, 이제 시대가 달리진 만큼 지역주민을 포함한 서울지역 공공의 새로운 요구를 수렴하여 개발계획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계속 추진되었던 대규모 민간개발로 기업에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에 강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늘에서 본 서울혁신파크 부지 (촬영 : 은평시민신문)
하늘에서 본 서울혁신파크 부지 (촬영 : 은평시민신문)

그간 혁신파크 부지 이용에 대해 서울시립대를 포함한 대학 캠퍼스의 유치,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국립의료원의 공공의대 설립, 대규모 공공병원을 포함한 의료산학단지의 유치, 기후위기에 걸맞고 북한산과 녹번천을 연결하는 생태환경교육센터 등 다양한 공공의 이익과 주민의 이익을 동시에 보장하는 창조적이고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어야 합니다. 또한 주민들이 직접 공공의 공간을 공유지로 활용하는 커먼즈 운동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런 방안과 대안을 내놓아야 할 지역정치가 그 역할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개발계획이 나오자마자 민주당 소속인 은평구청장, 은평갑·을 두 명의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걸고 나섰습니다. 국회에서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며 싸우는 양당 정치가 이런 개발에는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묻지마 찬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민들의 공공재산을 민간에게 팔아넘기는 것은 정치가 감시해야할 중요한 영역입니다. 지역 정치 실종됐습니다. 

그들도 오 시장과 마찬가지로 개발이 되고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집값 올라가는데 왜 반대하냐는 논리입니다. 서울은 이미 아파트가 포화상태입니다. 서울에 아파트가 공급되면 아파트 값이 안정된다는 논리는 1980년대부터 개발주의자들이 주장해온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혁신파크 부지 활용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개발주의 논리가 깨지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은평구청장, 국회의원 뿐 아니라 은평 지역 시민사회 역시 정치 논리에 휘말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견 제시와 토론에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불광동 혁신파크 활용에 대한 토론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정의당, 녹색당, 진보당, 은평민들레당 등 은평의 진보정당들은 이 문제에 대한 대안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연속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혁신파크에 있는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자들 역시 해법을 찾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역 정치가 되살아나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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