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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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이 겪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거나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이 몰려왔거나 오랜 시간 계속될 경우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스트레스는 “적응하여야 할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 그리고 이에 적응하면서 느끼는 생리적, 심리적, 행동적 반응”으로 정의됩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외부로부터 시작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정의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스트레스에는 ‘외부의 자극’과 이에 대한 신체의 항상성을 지키려는 ‘내부의 반응’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변화나 자극에 대해 적절히 적응하고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평상시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끌어다 쓰기 마련인데 이것이 결국 우리 몸과 마음의 균형을 깨트리는 수준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와 번아웃(Burnout) 이해하기

우리 몸은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신 에너지와 활동 수준을 높이기 위해 우리 몸에서는 코티졸,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더 많은 연료를 생산하고,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호흡수, 심박수, 혈압 등을 높이는 작용이 일어납니다. 

평상시라면 우리의 적응 능력을 도와주는 이런 반응들이 과도한 정도로 너무 오랫동안 활성화되어 있으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될 때 긴장과 이완 상태를 적당하게 오가는 균형점이 깨지고 기본점이 높아져 버리는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비유컨대 열차가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해 여분의 연료까지 미리 끌어다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연료는 바닥이 날 것입니다. 연료는 완전히 고갈됐으면서도 열차는 계속 빨리 달리고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이를 완전히 방전되거나 탈진됐다고 느끼면서도 굉장히 높은 긴장도가 공존하는 상태로 경험합니다. 무기력하고 늘 피로감에 시달리고 의욕이나 동기를 상실한 상태인데 또 동시에 뭔가 항상 긴장되어 있다고 느끼고 과민하며 쉽게 화가 나고 잠을 못 자는 그런 상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체적으로는 소화가 잘 안 되고, 심장이 이유 없이 빠르게 뛰고, 잠도 못 자고 두통과 근육통에 시달리게 되기도 합니다. 직장에서의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위와 같이 균형점이 깨어진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면, 이것을 “번아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번아웃을 분명하게 직장에서의 맥락에 국한된 직업적 현상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건강상태에 현저한 영향을 주는 현상이지만 의학적으로 진단하는 질병과는 구분하고 있습니다. 

 사실 번아웃 증후군은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매우 흔한 현상이라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몇몇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30% 이상이 스스로 번아웃 증후군이라 생각한다고 하며 “아침에 출근할 생각만 하면 피곤을 느낀다”거나 “일을 마치고 퇴근할 무렵 완전히 소모된 느낌이다” 등 번아웃이 의심되는 증상은 무려 60% 이상의 직장인들이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생활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변화로는 극도의 피로감, 의욕상실, 이유 없는 분노, 무기력감,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등이 흔하게 보고되었습니다.

 내가 번아웃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닌지를 점검해보기 위 번아웃의 특성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번아웃 연구의 시작을 알린 쿠르트 레빈은 번아웃의 특성을 “심리적 포만 상태”와 “양가적 현상”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심리적 포만 상태란 ‘더 이상 할 수 없음’으로 더 잘 표현됩니다. 이는 나로 하여금 심정적으로 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나에게 명확한 책임이 있음에도 일을 하기 싫어지고 외부의 압력이나 자신의 의지가 있음에도 도저히 일을 더는 할 수 없어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어떤 의무감과 공존할 수 있다는 데서 우리는 더 큰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즉 자신의 일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가지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해내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양가적 현상은 일에 있어 실패나 포기를 패배자로 받아들이게 하여 개인적인 굴욕감과 연결될 수도 있게 만듭니다. 

스스로 점검해보기

 다음의 질문 목록을 통해 스스로 상태에 대해 점검해 봤으면 합니다. 

이 가운데 하나 이상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면, 지금이 바로 잠깐 멈춰서야 할 때입니다. 건강한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취미 활동을 갖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 등이 번아웃을 예방하거나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내가 번아웃에 이른지 알아채지도 못하거나 잠깐 멈춰서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번아웃에 이른 나 자신을 돌보는 심리적 조치들에 대해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참고문헌

바우어, 요아힘. 『왜 우리는 행복을 일에서 찾고, 일을 하며 병들어갈까』 전진만 옮김. 서울: 책세상, 2015.

바타유, 사빈. 『번아웃』 배영란 옮김. 서울: 착한책가게, 2015.

새폴스키, 로버트. 『STRESS 스트레스』 이재담 옮김. 서울: 사이언스 북스, 2008.

인크루트. “직장인 번아웃 증후군 경험여부 설문조사.” (2021).

트렌드모니터. “번아웃증후군과 직장 내 스트레스와 관련한 설문조사.” (2014-2016).

Mayo Clinic, www.mayoclinic.org/healthy-lifestyle/adult-health/in-depth/burnout/art-20046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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