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은평구청 예산안 계수조정 심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탓에 관계 공무원이 회의장 밖에서 벽너머로 회의 내용을 엿듣고 있다. (사진: 정민구 기자)
2023년도 은평구청 예산안 계수조정 심의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탓에 관계 공무원이 회의장 밖에서 벽너머로 회의 내용을 엿듣고 있다. (사진: 정민구 기자)

비공개 계수조정으로 내년도 예산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미경 은평구의원이 SNS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양당 의원들의 합의에 따라 마무리된 예산안을 두고 이 의원이 ‘의원들의 인식부족’ 탓을 하자 다수의 의원들이 “의회 내에서 합의된 사항을 두고 의회 밖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경 의원의 글이 논란이 된 이유는 삭감 결과만 놓고 다른 의원들이 마치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시각이 부족해 보이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합의 과정을 거친 내년도 예산안 결과에 대해 의회 밖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자칫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공개 계수조정 이후 구의원이 직접 삭감된 사업에 대해 언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비공개로 이루어지는 회의인 만큼 의원들 내부에서도 논의과정이나 합의된 사항에 대해 최대한 함구하는 관례가 있고 100% 만족하긴 어려워도 의원들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타 의원의 예산 삭감을 두고 공개적으로 왈가왈부하는 일은 지금까진 없어왔다.

아무리 특정 예산의 삭감이 부적절하다 생각할 지라도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000 예산이 삭감된 것은 문제”라는 식은 결코 바람직한 문제해결 방식은 아니다. 어떤 의원의 예산 삭감은 부당하고, 또 다른 의원의 예산 삭감은 합당하다는 방식의 논란은 불필요한 정쟁만 일으킬 뿐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의원이 어느 만큼의 예산을 삭감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힘든 게 가장 큰 문제다. 어느 의원이 어느 정도의 예산을 삭감했는지 알 수도 검증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예산 합의과정의 불만이나 문제점에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 

때문에 비공개로 진행되고 속기조차 남기지 않는 은평구의회의 계수조정에서 특정 예산의 삭감 사실을 언급한다는 건 앞뒤 말이 맞지 않는 행동일 수 있다. 계수조정 과정을 알 수 없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도 없어 자칫 논란만 가중시키거나 편향된 사실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이 가리키는 건 결국 ‘계수조정 공개’다. 계수조정 과정이 공개되어야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고 건강한 논쟁이 가능해진다. 의원들의 공론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의원들의 예산 심의 과정이 더 공정하고 깨끗해질 수밖에 없다. 말 뿐인 정쟁이 아니라 근거 있는 논쟁이 은평구의회에 필요하다.

지역시민들에게 쓰이는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고 은평구의원들의 심의를 받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은평구의회는 계수조정을 공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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