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서관 ‘꽃심’
‘우주로1216’ 통해 수요 없는 도서관 이용자 세대 공략
독서인들에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독서환경 제공
지역서점과 상생 정책과 관광객 유치까지하는 전주시립도서관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사진: 유지민 기자)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사진: 유지민 기자)

“우주로1216이 생기고 벌써 150시간이나 여기 와서 놀았어요. 매일 와서 이곳에서 제가 좋아하는 3D프린팅을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

전주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5학년이 되기를 기다린다. 12살이 되면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안에 있는 우주로1216에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로는 ‘우리들이 주인이 되는 공간’으로 12세에서 16세 트윈세대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누워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또래 아이들에게 뽐낼 수 있는 전시도 진행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자기가 좋아하는 관심 장르와 관련된 책을 접할 수도 있는데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유익할 수밖에 없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의 우주로1216 공간. (사진: 정민구 기자)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의 우주로1216 공간. (사진: 정민구 기자)

우주로1216을 품고 있는 곳은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이다.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은 2019년에 개관해 전주의 대표 도서관 역할을 도맡아하고 있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에는 총 103억원이 투입되었는데 3397m2(1,027평) 부지에 연면적 4042m2(1,222평), 지하1층에서 지상4층 규모 건물로 지어졌다. 전주에서는 최초로 열람실 없는 도서관으로 지어졌는데 기존 형식을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이 탄생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8월 18일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취재를 위해 방문해 처음 입장한 순간 감탄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도서관은 조용해야만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1층에 자리잡은 카페에서는 커피 등 음료를 제조하는 소리가 도서관 곳곳에 울려퍼져 마치 책읽기 좋은 대형 카페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들이라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첫인상이었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1층 모습. (사진: 정민구 기자)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1층 모습. (사진: 정민구 기자)

1층과 2층은 천장이 뚫려있는 구조로 개방된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시야가 막히지 않고 열려있게 만들어 공간을 넓어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출입구 오른편 벽면에는 키 높은 서가가 마련되어 있어 빽빽하게 책이 꽂혀 있었는데 꽃심엔 많은 책이 있다는 느낌과 책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효과를 주었다. 또 누구든 이곳에 오면 책 한 권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해 독서를 자극하기도 했다. 

1층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한 형태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도서관에 있는 네모난 테이블이 아니라 곡선으로 된 형태의 테이블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1층엔 딱딱한 철학이나 역사 도서가 꼽혀 있었는데 곡선 테이블은 경직된 느낌을 없애주는 효과를 주었다. 또한 창가엔 구석진 자리에서 독서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 좌석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독서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유아자료실은 신발을 벗고 좌식으로 아이들과 부모가 독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되어 공간이 넓어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 편해보였다. 또한 이곳에서 상영회도 할 수 있어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라면 아이와 함께 즐기기에 더 편할 것 같았다.

2층은 도서관의 얼굴인 종합자료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천장이 뚫려있는 구조라 2층은 1층에 비해 면적은 좁았지만 통로, 계단, 창가 등을 모두 활용해 낭비되는 공간 없이 최대한 넓게 도서관이 이용되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안락한 의자였는데 의자 부피가 커서 공간을 많이차지했지만 독서를 하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편안했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종합자료실 서가. (사진: 정민구 기자)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종합자료실 서가. (사진: 정민구 기자)

또한 열람실이 없는 대신 종합자료실 곳곳에 독서하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상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책상마다 밝은 조명이 설치되어있어 독서 환경이 쾌적했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김미화 도서관운영팀장은 “2019년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에 개방된 도서관으로 조성하라는 실천 과제가 수립 되었다. 또 전주에는 실내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실내 공간이 없는 상황인데 기존 도서관들은 조용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민원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놀이터와 같은 공간으로 만든게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미화 팀장은 “처음 도서관을 조성할 때 열람실이 없어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민원이 있진 않았고 정말로 열람실이 필요한 분들에겐 다른 도서관을 안내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종합자료실은 책장이 공간을 나눠주는 역할을 했는데 이러다보니 책장을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새로운 공간이 펼쳐져 다음엔 어떤 공간이 나올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책장과 책장 사이에는 안락한 의자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책장을 다 지나서면 조용한 공간을 맞이할 수 있었는데 이곳은 1층의 소음으로부터 분리되어 조용하게 책을 읽고 싶거나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기에 좋았다.

“우주로1216은 우리가 주인이에요!” 
우주인은 주도하고,  지구인은 이끌어주고

우주로1216은 트윈세대만 이용가능한 공간이다. 12세에서 16세 사이, 즉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사이 아이들만 출입할 수 있다. 12세에서 16세 사이 아이들은 트윈세대라고 부르는데 이는 영어 청소년(Teenager)과 사이(Between)의 합성어이다. 우주로1216의 주인은 우주인이라 불리워지고, 이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성인들은 지구인이라 불리워진다. 

도서관이 트윈세대 이용자를 공략하는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도서관 이용 세대 중 이용률이 가장 떨어지는 세대는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사이 세대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과 도서관의 친밀도를 높여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 하자는 취지다. 

김미화 팀장은 “아마 이 세대는 어린이자료실에 가기엔 자신이 큰 것 같고, 일반자료실에 가기엔 딱딱하고 어려워서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전국의 많은 도서관들이 어린이자료실과 일반 종합자료실 등으로만 도서관 자료실을 나누고 있는데 자연스레 12세에서 16세 사이의 아이들이 도서관 이용이 저조해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청소년들이 함께 우주로1216을 기획하는 모습. (출처: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도서문화재단 씨앗, 딤 스튜디오)
청소년들이 함께 우주로1216을 기획하는 모습. (출처: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도서문화재단 씨앗, 딤 스튜디오)

이 고민이 만들어낸게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의 ‘우주로1216’이다. 이 공간은 민간 단체인 도서문화재단씨앗, 책읽는사회문화재단, C Program에서 트윈세대를 위한 도서관 공간 짓기 프로젝트 사업에 전주시가 응모해 선정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기획하면서 만들어졌다.

우주로1216을 보면 가장 먼저 천장에 구름다리가 보이고 바닥엔 쿵쿵 뛰어놀 수 있는 폭신한 매트도 깔려있다. 다락방 같은 공간에선 잠시 졸며 휴식을 취할 수 있기도 하고 곳곳에는 아이들이 관심가질만한 책이 큐레이팅 되어 아이들이 관심가질만한 책들을 접할 수 있다. 다양한 공예나 그림을 즐길 수 있도록 각종 장비가 구비되어있기도 하고 주말에는 특별한 강의가 아니더라도 3D프린팅이나 그림 등 전문가가 2시간에서 4시간동안 우주로1216에 머물며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스튜디오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악기를 연주하거나 녹음 작업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유용한 공간이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함께 우주로1216을 기획하는 모습. (출처: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도서문화재단 씨앗, 딤 스튜디오)
청소년들이 함께 우주로1216을 기획하는 모습. (출처: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도서문화재단 씨앗, 딤 스튜디오)

무엇보다도 우주로1216이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만들어갈 공간이라는 점이다. 전주의 트윈세대 아이들은 공간 조성에 함께 참여하며 공간을 만들었고, 현재는 트윈세대로 구성된 운영단이 공간 운영을 담당한다. 

우주로1216을 담당하는 유진선 사서는 “위험하지만 않으면 최대한 아이들이 뭐든지 할 수 있게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프로그램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기회를 통해 재능을 찾게되면 도서관에 오고싶어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곤 한다. 또 사서로서 다양한 활동이 자연스럽게 독서로 연관될 수 있게하는데 이런 활동들이 결국엔 트윈세대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는 효과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서점 상생을 위한 ‘책쿵20’
전주 도서관 여행 콘텐츠까지 
전주는 독서인을 위한 곳

전주시립도서관과 지역서점이 상생하기 위해 펼치는 책쿵 사업. (사진: 정민구 기자)
전주시립도서관과 지역서점이 상생하기 위해 펼치는 책쿵 사업. (사진: 정민구 기자)

사회가 발전하고 지역에 도서관이 많아지면 동시에 형편이 어려워지는 곳이 있다. 바로 지역 서점이다. 지역서점은 배송 대형서점의 편의성∙할인∙포인트 적립에 못이겨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도서관이 지역에 많아지면 책을 구매하는 것보단 빌려보기 때문에 지역서점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전주시립도서관에서는 지난해부터 지역서점과 상생을 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바로 전주시립도서관이 내세운 정책은 바로 ‘책쿵20’ 사업이다. 

‘책쿵20’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면 1권 당 50포인트(원)을 받을 수 있는데 전주시립도서관과 협약을 체결한 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할 경우 도서 정가의 최대 20%를 할인받아 구입할수 있다. 적립 및 사용한도는 1인 월 5만포인트인데 실제로 이 사업 덕에 지역 서점 42곳이 올린 매출은 13억 1천만원에 이르며 실제 서점들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은평구에서도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정부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고 불광문고가 문을 닫게 되었는데 은평구에서는 이렇다할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전주시립도서관의 사례를 참고해볼만 한다.

또 전주가 독서인들을 위한 도시라는 점을 알 수 있는 점으로는 도서관여행 프로그램도 꼽을 수 있다. 전주하면 한옥마을만을 떠올릴 수 있지만 전주시가 담고 있는 특색있는 다양한 도서관을 여행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있다. 여행자들의 취향을 담아 쉼, 문화, 예술 자연놀이터 등 4개 주제별로 여행을 다녀볼 수 있다. 도서관을 통해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 속에서 힐링하고 체험 프로그램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주를 새롭게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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