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만들고 버팀목이 되는 공간 ‘쉼쉼’

청소년문화의집과 청소년 쉼터가 있는 복합시설 갈현청소년센터 ‘쉼쉼’ 

평일 등하교 시간 이후를 제외하고 동네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은평구의 수많은 청소년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놀까? 코로나19 이전에는 청소년들이 놀이터에서 삼삼오오 무리 지어 노는 모습을 이따금씩 봤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모습조차 자취를 감추었다.

청소년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서 ‘왜 놀이터에서 놀까?’ 궁금했는데 고등학교에 다니는 주변 아이들을 살펴보니 금세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실제로 놀러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동네 놀이터 곳곳을 배회했다. 청소년들은 도대체 어떤 공간을 원할까?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어떤 청소년 공간을 원하는지?” 물어 보았다.

“실내 공간이요. 앉을 수 있고 따뜻한 공간, 이왕이면 실내요. 비와도 갈 수 있는 공간이요”

“그냥 막 진짜 놀이터처럼 실내 놀이터에 미끄럼틀과 방방도 있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은 귀찮아요. 학교 갔다 오면 학원도 가야하고 숙제도 많으니까 놀 시간이 정말 부족해요”

“음료수를 마실 수 있고 포토존도 있고 그냥 앉아서 쉬고 신나게 떠들 수 있는 공간이요”

아이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공간이 어디 있을까 하고 수소문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청소년 문화공간 말고 아이들이 진짜로 가고 싶을 만한 곳으로 추천 받은 곳은 갈현청소년센터 쉼쉼(아래 쉼쉼)이었다. 지난 7월 5일 뙤약볕을 뚫고 갈현동 골목을 한참 동안 걸어서 쉼쉼을 찾아갔다. 평일 오후 1시쯤이어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남승훈 사업팀장 말에 따르면 “오후 3시 무렵부터 초등학생들이 들어서면 순식간에 시끌벅적한 공간으로 변한다”고 한다. 

갈현청소년센터 '쉼쉼'
갈현청소년센터 '쉼쉼'

쉼쉼은 2019년 8월 개관했다. 청소년문화의집과 청소년 쉼터가 함께 있는 청소년 복합시설로  운영은 지역과 세계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엔젤스헤이븐에서 맡고 있다. 쉼쉼은 소통, 나눔, 만남, 활동, 보호, 복지가 융합적으로 이뤄지는 지역 청소년센터로서 함께 성장을 꿈꾸는 청소년 쉼의 공간이면서 꿈이 자라는 공간이다. 

쉼쉼 건물 구성을 살펴보면 지하 1층 ‘쉼이 배가 되는 공간’으로서 강당, 밴드연습실, 노래연습실, 댄스연습실, XR룸(터치게임과 영화 감상 가능)이 있고 1층 ‘쉼을 더하는 공간’은 쉼쉼 청소년문화카페, 야외 마당, 창의체험실이 있다. 2층은 ‘쉼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청소년활동실, 동아리실, 미디어실이 있고 3층 ‘쉼을 나누는 공간’에는 청소년운영위원회실, 동아리실, 통합사무실이 있다. 

여자일시청소년쉼터는 2, 3층에 복층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쉼쉼은 9~24세 청소년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시설 대관은 청소년 2인 이상 1일 1회 2시간, 월 8회 무료로 대관할 수 있다. 자세한 이용 방법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특히 ‘지하 구석은 물론 모든 공간에 와이파이가 잘 터지게 하자, 그나마 아이들이 휴대폰이라도 마음껏 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와이파이 설치에 세심하게 신경 썼다고 한다. 

쉼쉼 문화카페
쉼쉼 문화카페

갈현청소년센터 쉼쉼은 왜 ‘쉼쉼’일까?

조정현 관장은 “원래 이름은 갈현청소년문화의집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면 좋겠냐고 센터 애칭 공모를 했어요. 뭘 배우거나 프로그램을 하는 공간이 아닌 아이들이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갈현청소년센터이기도 하고 갈현청소년쉼터를 아우르는 공간 이름으로 ‘쉼쉼’라고 애칭을 지었는데요, 애칭을 정하고 나니 입에 착 달라붙었고 금세 정 들었죠”라고 말했다. 쉼쉼 3층 사무실에서 조정현 관장에게 쉼쉼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갈현청소년센터 '쉼쉼' 조정현 관장
갈현청소년센터 '쉼쉼' 조정현 관장

쉼쉼이 문을 열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은평구 연신내 지역은 청소년 수가 아주 많은 데다 유흥공간도 많습니다. 또한 성매매하는 청소년 수도 제법 많아요. 갈현연신내권은 청소년이 활동할 만한 문화시설이 없어서 은평아동청소년네트워크와 청소년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 청소년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은평구청에 전달했어요. 

그때 마침 청소년 활동 시설과 가출 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같이 운영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듣고 2019년 갈현청소년센터 쉼쉼을 열었어요, 개관한 첫해에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찾아와서 사업에 박차를 가했어요.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운영했습니다. 지역의 아이들을 다 품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청소년이 찾아와 줘서 뿌듯했어요. 여자청소년일시쉼터는 한 달에 7일 동안 머무를 수 있고 대부분 가정으로 연계하여 안정적으로 등교하게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단기 또는 중장기로 머무를 수 있는 다른 시설로 연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쉼쉼을 운영하면서 어려움도 많을 거 같습니다. 

사실 쉼쉼을 개관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막상 문을 열고 보니 걱정과는 딴판이었어요. 여자청소년일시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가정이 붕괴되어 가출하거나 잦은 가정불화, 자발적인 가출, 부모 형제의 폭행으로 인한 긴급 보호 형태로 다양합니다. 그 아이들은 잘 자고 잘 쉬고 속옷, 생리대, 화장품 등 생필품을 지원 받고 조용히 머물다가 나갑니다. 청소년문화의집과 여자청소년일시쉼터를 같이 운영하면서 생기는 단점보다는 긍정적인 면에서는 괜찮습니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별개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쉼쉼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17~18년 동안 은평청소년수련관에서 일하고 은평아동청소년네트워크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과연 뭘 해줘야 할까 고민한 결과, 거창한 진로와 미래를 만드는 일이 아닌 아이들한테 소소한 추억을 안겨 주는 일도 의미 있겠다 싶었어요. 아이들은 청소년 시기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개개인이 이뤄낼 숙제가 많잖아요. 깔깔깔 웃으며 즐거운 삶을 살아도 모자랄 시기에 입시 위주 교육, 치열한 경쟁 틈바구니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아이들에게 쉼쉼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중에 한 아이가 “친구 얼굴조차 모르고 지내다가 여기 와서 참여했던 아망(청소년 친화환경 프로젝트, 아이들이 부리는 ‘오기’의 순 우리말) 프로그램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아이들에게 특별한 비전을 심어주기는 어렵지만 아이들한테 추억이 되고 버팀목이 될 만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캠페인 활동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캠페인 활동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홍대에 가면 괜찮다고 여기는데 유흥가가 많은 연신내에 가면 별로 안 좋아해요. 앞으로 갈현연신내권이 청소년 친화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아이들이 연신내에 놀러 간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보낼 수 있도록 유해공간을 찾아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쉼쉼에서는 지역 사회와 더불어 청소년 문화, 예술, 자치 활동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청소년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나누고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 가는, 은평구의 아주 특별한 청소년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 좋겠어요. 브라질 속담 중에 “혼자 꿈을 꾸면 그건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럿이, 같은 꿈을 꾸면 그것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어요. 청소년 현장의 흐름에 발맞추어 청소년들과 함께하며 같은 꿈을 꾸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갈현청소년센터 쉼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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