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청은 지난 2월 23일 '선물 안주고 안받기' 등 청렴도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이미지 : 은평시민신문)
은평구청은 지난 2월 23일 '선물 안주고 안받기' 등 청렴도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이미지 : 은평시민신문)

“청렴도 5등급을 받은 게 잘 한 일은 아니지만 억울한 측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은평구청 청렴도가 5등급으로 떨어져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보도 이후 구청 관계자는 이 같은 말을 건넸다. 청렴도 조사 방식에 허점이 있다는 거다. 설문 조사 방식인 청렴도 조사에서 한 사람이라도 뇌물 수수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 평가 방식 때문에 운이 좋지 못하면 최하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이 말은 은평구청이 2016년 청렴도 5등급을 받았을 당시 감사담당관의 답변과 같았다. 2017년 은평구청은 청렴도 2등급을 받으며 수직상승 했다. 5등급을 받았을 땐 잘못된 평가 방식을 운운했지만 2등급이 되자 보란 듯이 현수막을 걸어 홍보했다. 은평구의 공직사회가 그만큼 부단한 노력을 했기 때문에 청렴도가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청렴도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 은평구청도 다분히 노력했다. 은평구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청탁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하며 개정하고, 직원들을 찾아가 청렴도 반부패·청렴 교육을 진행하여 청렴취약분야 설문 조사 결과를 알리기도 했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만 ‘청렴한 은평’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청렴우산 대여 서비스도 시행했고, 세금 1천만 원을 들여 청렴도 향상 추진을 위해 청렴 글자가 새겨진 마스크를 제작하기도 했으며, 세금 1천만 원을 들여 온라인 청렴토크콘서트를 진행하여 청렴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했다. 매년 청렴 서약식을 진행하며 청렴한 은평구를 만들자는 외침도 빠지지 않고 진행했다.

은평구청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간 청렴도는 꾸준히 하락하며 2021년엔 기초자치단체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청과 계약관계에 있거나 민원을 제기해본 일반 시민  뿐 아니라 구청 공무원들까지도 최하점을 주었다. 구청 내부 조직을 잘 아는 공무원들이 낮은 점수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 

민선7기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청렴도가 매년 하락했던 걸까. 가장 먼저 은평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낙하산 채용 의혹은 민선 7기의 불안한 인사 문제의 첫 포문을 열었다. 구청 민원게시판에도 공단 이사장 내정자가 누구인지 거론될 정도로 이미 내정된 이를 채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역자원순환센터 추진과정에서는 구청과 주민의 갈등이 심각했다. 임기 초, 주민들이 구청에 집단 민원을 넣으려하자 청사 셔터문을 내리고 공무원을 동원해 시민들의 구의회 방청을 막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진관동 업무보고회에선 주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김 구청장은 “4년 후에 알아서 하시면 된다”는 발언을 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민선 7기 인사문제는 ‘채용과정은 공정한가?’라는 의문을 낳게 했다. 주차단속원 채용 과정에서는 특정인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내부 직원들로부터 나오기도 했고, 청원경찰 인사 과정에선 동문서답을 해도 채용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지역의 청년들로부터 공공기관의 불공정한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구청 감사담당관으로부터 시작한 시설관리공단 팀장에 대한 징계 요구의 건은 증거가 불충분하고 파면에 이르는 징계 수위가 부적절하다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언론사에 대한 탄압도 장기간에 걸쳐 이어져오고 있다. ‘부구청장 과잉의전’ 기사와 ‘운전원에 출장여비 지급이 가능한가?’를 묻는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바른지역언론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조에서 지역 언론 탄압을 중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은평구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판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중재위 소송을 남발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행안부 지정사업을 취소시키고 구독과 광고를 중단시키는 일이 민선 7기 동안 벌어졌다. 

구청 집행부의 오만한 태도는 구의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광역자원순환센터 관련 추경이 지방재정법을 위반했다며 ‘주의’ 통보를 받게 되자 은평구의원이 구청장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 임시청사를 추진하며 구의회에 보고도 없이 큰 예산을 선집행 해놓고 추경을 통과시켜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지난 4년간, 집행부의 행보는 결국 청렴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청렴도 5등급이 나오자 구청은 지난 2월 특단의 청렴도 개선 종합 대책을 내놓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눈에 띄었던 건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실천 운동이었다. 구청 정규 인사 시즌에 청사를 방문하면 로비에 승진을 축하하는 화분이 쌓여있는데 이런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캠페인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청렴도 향상 대책 보도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미경 구청장 비서실에서 구정 명절 기간 동안 다수의 공무원과 민간인에 사과선물을 보낸 일이 드러났다. 김미경 구청장은 청장의 지시 없이  비서가 독단으로 행동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청장 비서가 구청장 몰래 다수의 공무원과 민간인에게 선물을 보낸 일을 믿을 주민이 얼마나 있을까? 청렴도 하락의 원인이 구청장과 간부급 공무원에 있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만 한다.

민선 7기를 돌아보면 청렴도 하락이 잘못된 조사방식으로 인해 불운한 결과라는 구청의 답변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정부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역대 구청장들 중에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당선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김미경 구청장의 지난 4년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했으며,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묻고 싶다. 또한 유권자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은 게 아니라 관료들의 목소리만 듣고 구정을 펼친 것은 아닌지, 민주당에는 표를 쉽게 주는 지역 특성상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난 4년을 보낸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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