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가 UN IPCC(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6차보고서 (AR6) - 파트1. 기후변화 과학 - 결과 검토 후의 발언이다.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세계 각국의 대기, 해양, 환경 분야 등의 과학자들은 “It is unequivocal that human influence has warmed the atmosphere, ocean and land.” 즉, 인류가 야기한 지구(대기, 해양, 지표면)의 온난화는 명백하다고 결론지었다. 산업혁명 이래 (1850-1900) 줄곧 상승한 지구 평균 온도 중 약 1.1도가 인간 활동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과거 2014년 5차보고서 (AR5)에서도, 가장 최근의 2018년 1,5도 특별 보고서에서도 이미 공개된 내용이었다.

근데 필자가 눈을 계속 비빌 정도로 참혹한 내용을 발견했다. 인류가 어떤 노력을 하던 – 즉, 지금 당장 전지구가 힘을 모아 극도로 온실가스 감축을 도 (다른 말로 인류가 코로나 최고단계 5단계 수준으로 문명 활동을 하더라도) - 향후 20여년 안팎으로(대략 2040년 추정)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길거란 예측이다. IPCC는 인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 정도에 따라 기후변화 정도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5개의 SSP (공통사회경제경로) 모델 시나리오를 준비했는데 인류가 아무리 잘해도 2040년 전후하여 1.5도 상승을 맞이한다는 것을 최신 과학 데이터를 통해 보여준 셈이다.

원래 2100년까지 2도 상승 억제를 마지노선으로, 나아가 1.5도 상승 억제까지도 시도해보자는 것과 이를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 달성하자는 것이 전 세계가 동의한 2015년 유엔 기후변화 파리협약의 주요 골자다. 수백만년간 일정한 주기로 간빙기, 해빙기를 반복해온 지구 생태계에서 고작 100여년이란 한 세기만에 전례없는 속도로 2도 상승할 시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비가역적(irreversable) 파국이 예상된다는 게 학계 의견이다. 물론 각국 정책결정자들이 유엔 기후변화협상장에서 이를 한 귀로 흘러들은 것은 불편한 진실이고.

그래서 3년 전인 2018년에 IPCC는 기후변화 1.5도 보고서(Special Report Global Warming of 1.5ºC)를 발간해가며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 핵심은 2도 상승폭으로 제한하는 것조차 지구에 상당위험하기에 2100년까지 1.5도 상승폭으로 필히 억제해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대기에 누적된 온실가스가 있는 탓에 - 늦으면 2052년쯤(2030~2052) 지구 온도 상승폭이 1.5도를 찍을 것 같다는 암울한 전망이었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그 짧은 시간동안 과학은 인류 편이 아니었다. 기후위기 시계(1.5도 상승까지)가 2040년 시점으로 앞당겨졌다. 과거 전망보다 10여년이나 빨라졌다. 내 기분은 마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였다.

상승폭 1.5도를 넘어갈 경우 지구가 맞이할 운명에 대해선 이미 대한민국 기상청을 비롯해 여러 기관이 소개해왔다. 그 중 올해도 어김없이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폭염 (Hot temperature extremes over land)만 놓고 보면 전 인류가 전례 없는 찜통, 아니 지옥열화 같은 폭염사태를 더 빈번히 겪게 될 것이다. 많은 주민들, 특히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도시의 취약계층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생존 문제가 걸린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에 있어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낭만적 구호는 치솟는 불쾌지수에 덮일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떨지 그간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 상상해보시면 된다. 물론 현실은 영화보다 더 참혹하고 잔인하다는 사례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이번 6차 IPCC 보고서에선 당장 온실가스 감축에 전력투구를 해도 단기간 내(2021-2040) WHO 기준에 부합할 정도의 대기오염 개선에는 충분치 않다는 내용도 있었다. (매우 높은 확률/high confidence) 물론 대기 오염물질 제거만을 목표로 하면 대기 질 회복은 더 빨라질 순 있겠으나 미세먼지로 전국민이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많은 세계의 도시민들 입장에선 "앞으로 노력해도?"라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두 손을 아예 놔버린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탄력성을 키워 새 기후변화 환경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수 있는, 그간 인류가 보여준 가능성을 무시하는 꼴이 된다.

현재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자초한 진실앞에서의 처절한 자기반성과 현실자각이다. 그간 UN IPCC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행동을 당장 해야 한다고 외쳐왔다. 과학하는 점잖은 양반들이 대놓고 정재계 심지어 일반대중에까지 유감을 표명한 적도 있다. 본인들이 아무리 최신화된 증거에 기초한 자료를 제공해도 우리 대부분은 “아, 나몰랑~” 자세로 탁상공론만 일삼았다.

1980년대에 설립된 UN IPCC는 195개국의 수천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기후변화 분야의 최정점에 있는 조직이다. 지난 30여년간 1차보고서부터 올해 6차보고서를 발표하며 최신 과학자료를 정밀히 검토하여 향후 기후변화 위기 및 영향까지 전망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무려 230명 이상의 저자(authors)들이 참여하여 과학계 내 합의사항을 적시했다. 현 IPCC 수장은 한국인 경제학자 이회성 의장이고 보고서 저자 중에는 한국인 연구자가 두 명이나 있다.

평소라면 국뽕에 차오를텐데 어째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지구 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어가는 시점이 2040년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과학자들이 보낸 RED CODE(적신호). 다음 세대 문제가 아니고 당장 30대 후반인 내 미래가 걱정된다. 시간은 우리 인류의 편이 아니기에 이제부터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다 같이 죽자" 말고 어떻게든 "다 같이 살아남아보자" 해야지 않겠나.

 

[Note] 이회성 현 IPCC 의장: 전 대통령 후보(신한국당) 이회창 전 총재 친동생으로 알려진 분으로 고려대 석좌교수.

[참고자료]

U.N. releases blistering assessment on the state of climate change: The sobering report found it "unequivocal that human influence has warmed the atmosphere, ocean and land."

https://www.nbcnews.com/science/environment/un-releases-blistering-assessment-state-climate-change-rcna1622

 

IPCC 6차보고서

https://www.ipcc.ch/report/ar6/wg1/#SPM

 

SSP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공통사회경제경로란?

- IPCC가 발간예정인(2021년) 6차 평가보고서 작성을 위해 각 국의 기후변화 예측모델로 온실가스 감축 수준 및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행 여부 등에 따라 미래 상회경제 구조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고려한 시나리오이다.

- 2100년 기준 복사강제력 강도(기존 RCP 개념=온실효과 수준)와 함께 미래 사회경제변화를 기준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미래의 완화와 적응 노력에 따라 5개의 시나리오로 구별(O’Neil et al. 2014)되며 인구통계, 경제발달, 복지, 생태계 요소, 자원, 제도, 기술발달, 사회적 인자, 정책을 고려한다.

IPCC 5개 시나리오
IPCC 5개 시나리오

공통 사회경제 경로 (SSP)

SSP1 : 지속성장 경로 (친환경 성장 발전):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

SSP2 : 중도성장 경로 (완화-적응노력의 조화). 사회경제 경로의 중간 단계 정도로 발전하면서 감축도 하는 경우.

SSP3 : 불균형성장 경로 (기후변화 취약성장). 사회경제적 성장은 더디지만 온실가스 감축은 잘 하는 경우.

SSP4 : 양극화성장 경로 (완화-적응노력의 불균형). 두 갈래로 나뉜 경로로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소극적이며 기술개발이 늦어 기후변화에 취약한 사회구조를 가정하는 경우.

SSP5 : 고속성장 경로(화석연료 기반 발전).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

 

참고자료

기상청 <기후변화 시나리오>

http://www.climate.go.kr/home/10_wiki/index.php/%EA%B8%B0%ED%9B%84%EB%B3%80%ED%99%94_%EC%8B%9C%EB%82%98%EB%A6%AC%EC%98%A4%EB%9E%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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