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직접 참여했던 ‘촛불 혁명’이 결국 국민주권주의 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켜냈듯, 국민들의 정치 참여가 필요한 시기

박주민 의원 (사진 : 정민구 기자)
박주민 의원 (사진 : 정민구 기자)

코로나19는 ‘거리두기’와 ‘비대면’을 필요로 합니다. 마음은 아닐지라도 자연스레 서로에게서 멀어진 정적인 나날의 연속입니다.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노라면 지난 2016년의 대한민국이 떠오릅니다. 

한 명의 국민으로서 기억하는 2016년 대한민국 사회는 역동의 끝이었습니다.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했던 대통령과 정부에게 저항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거리에 넘실대던 시간이었습니다. 촛불 혁명은 대한민국의 국민주권주의가 실로 살아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나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자신들의 ‘참여’가 이 사회를,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직접 보았습니다. 촛불혁명 이후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줄 알게 되었고,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현행 헌법 제1조 제2항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헌법 전문에도 헌법의 제·개정의 주체가 국민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선거로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의회를 구성해 입법을 이루는 과정은 사실 모두 국민주권주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간접적 수단입니다. 대의제는 국민에 의해 능동적으로 다뤄질 때 가장 빛을 발합니다. 본질은 간접, 직접 수단의 차원이 아닌 국민주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해 내는 일입니다. 

국회의원의 가장 대표적인 권한인 ‘입법권’ 역시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합니다. 촛불을 들고 헌법적 가치를 바로 세웠던 국민들은 촛불정신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을 부여했습니다. 그렇게 출범한 제21대 국회의 일원으로서 국민의 염원과 목소리를 담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여러 달 고민해왔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아마 국회 자체 내에서도 여러 해에 걸쳐 해온 모양입니다. 

입법 과정에서의 국민주권주의 실현을 위해 2020년 1월에 도입된 ‘국회 국민청원’ 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1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면, 국회 국민청원 제도는 헌법에 명시된 권리인 ‘청원권’을 보장하기 위해 30일 동안 국민 1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온라인에서 청원안을 제출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제20대 국회에서 국민청원 제도를 통해 처리한 청원 내용은 모두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해결책을 위한 것으로, 이는 지난 2020년 1, 2월 동안 밝혀진 끔찍한 n번방 사건에 분노한 국민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제21대 국회에 이르러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과 세월호 참사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국민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안이 제출되었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물 공개를 요구한 국민청원의 경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적 열망이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느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국민이 직접 발의안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청원 제도 중에는 ‘의원소개 청원’ 제도 또한 존재합니다. 의원소개 청원은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제출양식을 작성하여 국회사무처 국회민원지원센터에 직접 방문하여 제출하거나 소개 의원실을 경유하여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저의 경우 제21대 국회에서 참여연대와 함께 ‘판결문 공개제도 확대를 위한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분명 국회 국민청원 제도와 의원소개 청원 제도는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국민주권주의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제 마음 속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한 구석이 남아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청원 혹은 각 의원실 별로 이뤄지는 의원소개 청원은 국민들의 열망에 걸맞게 움직이는 국회의 역동성을 보여주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회의원은 결국 국민들의 열망과 목소리를 대신해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더 생생히 보여줄 수는 없을까?’로 시작한 고민은 결국 <국회의원 시키신 분> 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기획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국회의원 시키신 분>은 제목 그대로 배달음식을 주문하듯 어렵지 않게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거 법으로 만들어 달라’라고 시키는 국민 입법 제안 공모입니다. 저를 비롯해 김용민, 이소영, 이재정, 장경태, 최혜영, 홍정민 의원님이 국민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제 실험에 흔쾌히 함께해주셨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과 국회의원이 만날 기회가 많이 줄어든 요즘 시기, 인터넷으로 입법 아이디어 등 요구 사항을 주문 받고, 의원들이 이를 직접 나눠서 발의까지 진행하는 과정은 모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송출할 예정입니다. 공모 받은 입법 사연 중 선정된 사연의 주인공들은 의원들이 직접 찾아가 인터뷰도 하려고 합니다. 집에서 누워 편안한 자세로 예능을 보듯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저거 정말 필요했던 건데’라는 입소문을 타고 국민들께 찾아가고 싶습니다. 

주의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사실 법안이 발의되는 것은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 비해 쉬운 걸지도 모릅니다. 한 달 내에도 300명의 국회의원을 통해 수많은 법들이 발의되지만, 소관 위원회 회의에조차 상정되지 못하는 발의안들이 대부분입니다. <국회의원 시키신 분>을 비롯해 국민과 함께하는 모든 입법 과정은 법안이 만들어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회를 거쳐 세상에 직접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 때 가장 본질적인 국민주권주의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21대 국회의원으로 임하는 동안 항상 기억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국회의원 시키신 분>을 통해 입법안을 공모받기 시작한 지 3일 만에 1,000여 개가 넘는 입법 아이디어가 쏟아졌습니다.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간절한 외침과 어둠을 밝혔던 촛불은 현재로선 볼 수 없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은 여전히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멀어지긴 했지만 국민들과 국회의원은 서로와 가까워지려 노력 중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훗날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상황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더욱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대응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힘든 시기에조차 함께 더 나은 사회를 살아갈 꿈을 꾸며 손을 잡는 이들이 아닐지, 코로나 이후 이어진 쓸쓸했던 고민을 마쳐봅니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