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노동실태 공유와 노동정책 생산을 위한 토론회' 방송 유튜브 화면 캡쳐
'은평구 노동실태 공유와 노동정책 생산을 위한 토론회' 방송 유튜브 화면 캡쳐

안녕하시냐는 인사말을 건네며 반갑게 악수를 하던 그 때가 멀게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1년 전, 많은 사람이 모여 행사를 했던 때를 떠올리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렇듯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은평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올해 2020년 1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센터의 주요 사업 방향을 가늠할 첫 정책연구사업이 지난 6월부터 12월까지 3개 업종에 대한 실태조사로 진행되었습니다.  

은평에서 첫 노동정책연구사업의 단초인 ‘지역 노동자의 노동-생활 실태조사’는 은평노동인권센터의 전신인 우리동네노동자인권찾기모임에서 지난 2010년과 2011년도에 민간 기금을 조성하여 시행했습니다. 당시 은평구 주민 1,000명을 표본으로 1차 설문조사와 2차 업종별 심층면접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노동 시장이 급변화 하면서 다양한 업종에 대한 노동실태조사 요구가 있지만 민간단체의 물리적 어려움으로 긴 시간 미루다 드디어 센터 설립 이후 그동안 묵혀 오던 과제를 해내게 되었습니다.     

급변한 고용의 변화로 실시해야 할 노동정책연구 대상 업종들이 많아 어느 업종을 우선 정해야 할지, 연구자와 센터 활동가들은 많은 시간을 논의하였습니다.  4차 산업으로의 빠른 변화로 노동법 보호 사각지대인 플랫폼 노동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인식, 그 중 코로나 감염 시대를 맞아 대폭 증가한 배달노동을 우선 선정하였습니다. 

경비노동자권익사업단 활동
경비노동자권익사업단 활동

그리고 고령화 시대에 생계형 일자리를 찾는 60대 이상 고령노동자들 대다수가 최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로 경비와 청소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주택 경비노동자와 청소노동자를 실태조사 업종에 추가했습니다. 향후 공동주택 입주민과 노동자 이웃이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계기를 갖고자 하는 계획도 선정 기준이 되었습니다.

은평구 조례를 코로나로 인해 병의원노동자들의 노동 상황이 급박한 위험 수위임에도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정책연구사업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이 아쉽습니다. 향후 전국 차원에서 협력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노력이 이루어질 것 이라 생각합니다. 

설문지와 면접으로 이루어진 이번 조사에서 공통의 화두는 노동자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극히 일부 주민의 무시와 폭언은 자괴감을 들게 한다고 합니다. 2014년 강남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사건, 올해에도 아파트 입주민의 폭행으로 경비노동자와 관리소장이 유명을 달리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비업무외에 분리수거, 주차 관리 업무도 병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장 힘든 일이 분리수거라고 답한 분들이 많았는데, 코로나로 일회용 쓰레기가 넘쳐 업무량은 폭주함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근로계약기간 1년, 이마저도 3개월 단위 심지어 1개월 단위로 기간을 정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용안정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배달노동은 배달노동자를 구하는 배달앱 회사들이 여러 방편으로 채용 광고를 상시 낼 정도로 코로나 19로 인해 양적으로 급증한 직업군입니다. 그런데 배달노동시장에서는 공급수요 법칙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차도가 아닌 인도로 배달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지나다니는 것을 흔히 보게 됩니다.

이유는 건당 배달료가 대체로 3~4천원 내외(배달앱에 내는 수수료별도)이니 교통법을 어기고 속도를 내야 생계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재보험을 가입할 수 있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이기에 전액 자신들이 보험료를 부담해야 해서 거의 대부분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큰 사고가 한번 나는 날에는 고생해서 번 돈이 사고비 충당하는데 쓰입니다. 

김용균님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지 2주년입니다. 지난 9일에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또 다시 60대 하청노동자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력은 OECD 회원국이 될 정도로 성장했지만 OECD 회원국 중 산재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세계노총 조사에서 매년 노동권 향상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나라 노동권 5등급의 평점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 생명보다는 이윤 추구가 최우선인 우리 사회의 단면은 언제쯤 변화의 속도를 낼지 암담합니다.  

이번 정책연구사업이 ‘노동 존중 은평’으로 나아가는 주춧돌이 되길 소망하며,은평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늘 일하는 주민의 곁에서 연대와 협력의 길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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