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주민들의 휴식처 및 산책로로 많이 찾는 불광천 길을 걷다 보면 꽤 많은 야생식물을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쉽게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갈대와 억새다. 그런데 갈대와 억새는 그놈이 저놈 같고 저놈이 그놈 같아 생김새가 비슷해서 보다 상세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가기 마련이다. 

이놈들이 서로 비슷하고 헷갈리니 어떤 사람들은 서로가 억새를 갈대라고 우기기도 하고 혹은 억새를 갈대라고 우기는 경우를 보는데, 어떻게 다르냐고 물으면 대부분 확실히 설명을 못 한다.

필자도 70 평생 이상을 살아오면서 갈대와 억새 사이의 구분을 못 하고 살아왔으니 대부분의 사람이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이 굳이 이 두 종류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필자가 불광천의 야생식물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불광천의 생태를 보존하고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서 응암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생태방의 일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이는 바로 필자로 하여금 불광천의 생태에 대해서 좀 더 확실히 알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후 필자는 불광천에 흔히 서식하는 야생식물이나 큰금계국 같은 아름다운 야생화 등을 부지런히 휴대폰으로 사진에 담은 다음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그 이름들과 생태를 하나씩 알아가게 되었고 갈대와 억새처럼 비슷한 식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도 살펴보게도 되었는데 그것은 필자에게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되었다.

갈대와 억새의 분별

두 종류 풀의 여러 가지 차이점 중 여기서 쉽게 분별이 가능한 세 가지만 살펴본다면, 첫째, 갈대라는 이름은 대나무와 유사한 풀이라 해서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 이름의 유래처럼 갈대는 대나무를 연상시키며 잎사귀의 끝이 날카롭게 위나 옆을 향해 찌르듯이 뻗는 모양새다. 억새의 잎은 갈댓잎보다 가늘고 길며 줄기 아래쪽으로부터 더욱 길게 자란 잎은 활처럼 휘어진 모양을 보인다.

둘째, 갈대와 억새는 잎사귀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잎맥의 모양이 확연히 다른데, 갈대의 잎맥은 잎 표면과 같은 색깔로 잎 표면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가늘게 중심을 지나지만, 억새는 그 잎맥이 분명하게 굵은 흰색으로 잎사귀 중심을 가로지른다.

셋째, 갈대는 꽃 색이 적갈색이나 갈색을 띠지만 억새는 은빛이나 흰빛을 띠고 있다. 꽃이 피어 있는 모양새가 특히 다른데, 갈대가 불규칙한 모양인 데 비해 억새는 다듬어 놓은 듯 가지런한 모양새이다.

이 밖에도 갈대와 억새 사이에 더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우선 이 두세 가지만 잘 관찰해서 살펴도 갈대와 억새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이 두 종류의 풀이 선뜻 주는 느낌으로 살펴본다면 갈대는 대체로 거칠고 날카롭다고 느끼게 하지만, 억새는 그 발음이 주는 느낌(억세다)과는 다르게 곡선 모양으로 휘어진 잎들은 가지런한 곡선미를 보여 준다.

인간이 갈대에 비유된 명언

프랑스의 위대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Blaise Pascal)은 인간을 갈대에 비유하면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인간은 갈대처럼 약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위대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우주 가운데 티끌보다도 더 작은 점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을 통해서 거대한 우주를 마음속에 품을 수 있는 존재이다.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이 땅 위에서 인간이 아닌 모든 것들을 복종시키고 다스리며 사는 것이다.

인간은 갈대처럼 연약하지만 생각할 줄 아는 존재로서 누구나 다 귀한 가치를 가진다. 천변 길을 걸으며 갈대를 보며 파스칼이 남긴 명언을 다시 생각하면서 연약한 갈대가 무리를 지어 서로를 세워주고 지탱하듯이, 연약한 인간인 우리는 서로서로 귀하게 생각하고 세워주며 다 함께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자랑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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