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거주 시설에서 생활할 때에 가끔 여행을 갔습니다. 주로 단체 여행이었지요. 

그 때는 직원 분들이 계획한 대로 여행을 다니니 편안히 다녀서 좋았지만, 단체 여행이 그렇듯 개인 시간이 없어 아쉬울 때가 많았습니다. 시설에서 독립한 후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이 많지만, 특히 여행을 단체가 아닌,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 비록 더 고생스럽고 불편해도 늘 즐겁고 행복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긴 여행을 가기 전에는 겁이 납니다. 이번에 또 어떤 고생이 하게 될지 사실 걱정이 많습니다. 탈 시설 후 낯선 동네, 처음 보는 이웃들과 살아가는 것이 제게는 긴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시설에서 나올 때도 오랜 준비와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IL센터)의 도움으로 주택을 지원받았습니다. 이렇게 6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시설에서 자립 후 7년(현재는 4년으로 변경됨)이 되면 이제는 정말 진정한 자립을 해야 합니다. 살 집도 스스로 마련해야 하고, 지금까지 먹고, 씻고, 자고... 혼자 살기를 해야 합니다. 타인의 도움이 없으면 먹고, 씻고, 자는 것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인데 말입니다. 

기초생활수급비 80만원과 원고를 기고하고 받는 약간의 수익으로 생활하는 장애인이 7년 이내에 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특히 이런 환경에서 구한 집과 동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은 바랄 수도 없습니다.

저는 긴 여행을 이제 시작하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장애인은 비용 등으로 원래 살던 곳에서 살지 못하고 먼 동네로 이사를 갑니다. 가까이에 아는 사람도 없고, 장애인 편의시설도 부족한 새 동네에서 시작하는 삶. 

장애인에게는 극한 여행과 같습니다. 저는 다행히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은평구에 집을 얻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떠나는 긴 여행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세요. 그리고 저처럼 다른 장애인들도 자신들이 살던 동네에서 살 수 있길 바라봅니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