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 앞서 발달장애인 상황 이해해야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됨에 따라 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이 지속되고 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함께한다는 공존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순간이어서 ‘우리, 여기, 함께 SNS 릴레이 장애인 응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도 지난 7월 3일 서울시 장애인 인식개선 릴레이 캠페인, ‘우리, 여기, 함께, 힘내자’라는 수어 메시지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코로나19로 모두 힘들지만, 특히 어려움을 겪고 계실 장애인 여러분께 힘을 드리고 싶다”라며 “은평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장애인 수가 2만 명이 넘는 곳으로 다양한 형태의 장애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맞춤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을 위한 은평평생교육센터와 주간보호시설을 현재 6개에서, 올해 1개를 더 추가하여 운영할 예정”이라 밝히며 “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대기인력을 해소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인력을 3명에서 4명으로 늘리게 되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외에도 “은평구가 펼치는 장애인 지원정책은 다양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미경 구청장 말대로 은평구는 2020년 6월 현재 등록장애인 수가 21,679명이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맞춤 지원정책은 과연 어떤 정책을 말하는가? 구청장의 말을 듣다 보면 절대 새로울 게 없는 지원정책을 마치 특별한 것처럼 포장해서 말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은평구는 현재 장애인 지원의 중심이 될 구립 우리장애인복지관을 짓고 있다. 구립 우리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들의 다양한 복지욕구에 부응하고 재활과 지역사회 거점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우리복지재단에서 은평구에 기부체납하기로 한 복지관이다. 구립 우리장애인복지관 건립 추진 과정에서 주변 지역주민들의 장애인 혐오와 반대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구청 장애인복지과에서 주민설명회도 하고 주민 의견수렴도 하면서 주민들과 꾸준하게 대화를 진행하며 올 하반기 개관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구청장이 강조한 ‘은평구만의 장애인이 살기 좋은 특색 있고 특별한 지원정책’은 무엇일까? 2020년 7월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2개 자치구에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운영 중이며 은평구에도 은평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운영 중이다. 또한 기원, 바오로, 사랑의 집, 위드, 정겨우리, 한마음주간보호센터 등 6개의 주간보호센터와 꿈친 주간보호시설의 대안으로 하나를 운영할 계획까지 포함하면 총7개의 주간보호시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요구하는 구립 주간보호센터는 은평구에 없다. 무엇보다 현재 주간보호시설 7개소가 운영된다 하더라도 1개 소당 수용인원이 최대 15명이고 이를 합쳐도 최대 인원이 105명 수준이다. 하지만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기 위해 현재 수용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대기자가 있다는 것을 은평구는 알아야 할 것이다. 바로 구립 주간보호센터가 필요한 이유다. 

발달장애인 중에서도 최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리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돌봄을 더 이상 가족의 희생과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은평구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 대한 지원 계획을 수립하여 돌봄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가족들에게도 새로운 대안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은평구에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2,096명이 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가족에 대한 지원체계도 구축되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을 생애주기별로 돌보는 책임을 그 가족에게만 떠넘긴다면 가족해체 등 그 가족의 상황이 어찌 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올해 들어 벌써 광주와 제주에서 발달장애인의 어머니에 의해서 2명의 발달장애인이 죽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지원체계는 발달장애인 개인의 서비스 필요도와 욕구가 반영되어야 하고 생애주기별 장애특성과 가구환경이 고려되어야 한다.

김미경 구청장은 ‘진정 우리, 여기, 함께하자’ 캠페인을 하기 앞서 구청장으로서 어느 장애유형보다 차별받고 가족에 의지해서 살 수밖에 없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촘촘한 지원정책을 우선으로 맞춤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장애인도 은평구에서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과 함께 좀 더 장애인의 생애주기 개인별지원과 가족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우리 발달장애인과 가족은 이제까지 할 말을 가슴에 묻고 힘겨움을 스스로 이기기 위해서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삭히며 죄인처럼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내 자식보다 하루 더 늦게 죽기를 기도하며 살고 있다. 이게 지금의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이고 현실이다. 이제 발달장애인에 대해 돌봄을 가족에게 강요하지 말고 은평구가 나서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맞춤지원 정책을 마련해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다음으로 미루지 마라! 바로 지금이다. 우리, 여기, 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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