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으로 집단으로 복잡하게 연결된 사회 관계망, 여러 형식의 대중 언론 매체 등이 수집하고 가공하고 쏟아내는 정보들이 넘쳐나는 우리 사회는 정보 권하는 사회요 정보만능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누구나 공공연히 현대는 정보혁명 시대이며, 이런 문명의 흐름을 4차 산업혁명으로 부르고 있을까.  

정보는 이렇게 우리들의 일상적 삶에 깊이 개입해 있는 필요불가결의 생활용구이며 나아가 사회 공공재인 셈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정보는 그 생성의 주체가 되며 그것이 객체에 전달되고 평가되고 그에 따른 행동이 선택되면서 그 정보의 효용이 이웃에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순환 반복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서로 함께 더불어 공유하는 순기능의 효용을 누릴 수 있는 사회는 이웃에 세상에 열려있는 사회라 하겠다. 

우리 사회도 과거 억압과 통제와 불균형에서 점차 진화하며 열린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정보의 순기능에 반하는 역기능의 사회악이 번지며 시민 사회 공동체의 소통을 방해하는 바이러스 같은 악성 정보가 판을 치고 있어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부추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민사회의 공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집단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앞세워 거머쥔 정보를 조작하거나 악용해 역작용의 효용을 극대화시켜 시민 한 개인이나 집단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반인륜적인 반인권적 행태를 버젓이 자행하고 있음은 심히 우려가 된다.

정보는 맑은 공기의 순풍처럼 흐르며 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는 집단이 언론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언론은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지 뉴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는 명제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네 언론이 이를 제대로 의식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우리나라 언론의 자유는 미국보다 앞서는 세계적 수준인데 반해 신뢰도에 있어서는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조사 결과가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정보 소통의 환경 안에서 우리는 지금 반 년 가까이 그동안 누려왔던 일상의 삶을 잃고 친구와 이웃과 사회와 거리를 두며 청정한 정보에 매달려 생판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고통의 시간을 깊이 간섭하는 여러 요인들 가운데 정보가 지닌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니 언론을 비롯한 정보 소통 수단의 주체들이 이 시대를 잘 극복하는 데에 주요한 몫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얼마 전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힘든 ‘코로나 시간’에 우리 국민들이 언론 매체와 사회관계망을 통해 표현했던 언어들을 모은 빅 데이터를 AI가 분석한 결과를 보니 동선이란 단어가 크게 눈에 띄었고 이는 곧 정보공유와 밀접한 연관을 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이미 치유된 확진자들은 자신이 확진자라는 사실보다 이로 인한 개인의 일상이 드러나는 동선의 정보 공개가 더 무섭다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개인적 고통과 더불어 확진자가 이동하면서 머문 일상의 장소들도 당장 문을 걸어 잠가야 하니 그로 인한 고통을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사회관계망이나 포털 사이트를 통해 낱낱이 공개되고 있는데, 이는 감염 치유와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조치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생각을 확장해볼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그나마 우리 정부가 비교적 주도면밀한 대응으로 좋은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 데에는 의료진들의 희생적 노력과 더불어 현장의 실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온 것도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의 심리적 불안이 개인의 인권 침해의 여지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숙고할 일이다.

이런 여론이 확산되자 관계 당국은 완치 2주 후 정보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고, 정보가 무분별하게 전파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언론에도 협조를 요청하는 보완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니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공공을 위한 도구가 오히려 시민사회는 물론 그 안의 개개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인 시민들 역시 개인 개인이 곧 공동체라는 포용과 연대 의식이 절실한 시기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공동체 안의 포용적 자세로 동등하게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성의 가치를 깊이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인권의 가치 또한 함께 공유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창궐을 겪으면서 우리의 일상을 좌우하는 정보의 중요성과 시민 개개의 삶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큰 배움을 익혀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시민 대중 개개의 존엄과 개인과 공동체, 공동체 안의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생적으로 돈독해 지고 더욱 열린 공동선의 가치를 증진해 나가기 위한 보편적 규범, 즉 인권의 신장, 시민성의 신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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