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모든 노동자들을 상시 고용해야 합니다

저는 학교 안에 얼마나 많은 직종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다른 처우를 받고 있는 이들이 이렇게 많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한 학교 안에 100여 개의 다른 직종의 교육노동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위기 상황을 맞아 불안정 노동의 취약성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전염병으로 휴업을 하게 되면 월급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몇 달을 견디기는 어렵습니다. 일 년 중 몇 달은 쉬어도 되는 노동은 없습니다. 정부가 불안정 노동을 양산해놓고 모른 척하며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온 것입니다. 잘못이 드러난 이때 잘못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것이 교육노동자들이 함께하는 학교를 위한 첫걸음일 것입니다.

학교 내 다양한 직종의 구성원들이 서로 알아야 합니다.

학교의 노동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어려움을 공유해야 합니다. 교사들은 수도 없이 많은 공문을 처리해야 하며 학교 밖에서 일어난 폭력사건에서부터 방과 후 수업과 돌봄의 행정 업무를 떠맡아야 하고 이제는 방역까지 해야 합니다. 다양한 학생들의 생활과 학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교사가 이와 같은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학교의 다른 노동자들도 많은 업무와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어려움을 알게 되면 서로 양보하고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이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SNS 상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부정확하고 의도가 불순한 말들로 인해 갈등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제가 만난 교사들 중 갈등을 구체적으로 느낀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갈등을 느끼는 이들은 학교 업무의 최전선에 있는 업무팀이나 보건, 영양, 특수, 행정직들로 이미 업무가 너무 많아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다른 이들도 업무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정해진 메뉴얼 없이 학교별로 상황별로 일을 맡아 하다 보니 조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업무 메뉴얼을 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조정을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에 부과되는 업무의 총량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교육활동에 필수적이지 않은 업무를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꼭 해야 할 일인데 그 일이 너무 많다면, 더 많은 인력이 충원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직종이나 직군을 만들지 않고,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소통을 위해서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와 자료를 만들고 알리는 일을 함께 해야 합니다. 또 교육부와 교육청에 업무를 줄이고 조정하고 인력을 충원하도록 함께 요구하면서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서로 잘 모르고 남 탓만 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그 자리에 있게 됩니다. 함께 연대하여 말 그대로의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돌봄을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의 돌봄 업무가 많은 논란이 되었습니다. 사회에서 보육을 위한 돌봄 체계에 공백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주목적이 교육인지 보육인지 알 수 없게 된 학교가 멈추고 학습을 빙자한 돌봄의 역할을 메워오고 있던 사교육이 멈추자 돌봄을 맡을 곳이 사라졌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보호자가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어야하며  공적 체계를 통해 학생도, 돌봄 노동자도 안전하게 책임져야 합니다.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으로 지켜져야 하는 덕목임에도 정부와 학교 행정 책임자, 학부모들이 학습이 멈추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어떻게든 학습이 유지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위급상황에서는 안전과 건강이 우선입니다. 형식적인 학습은 멈춰도 되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옛날에는 가정에서 책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을 나누면서 생활능력을 기르는 기초기본 교육으로도 충분했었습니다. 공장처럼 생긴 학교에 모여서 하는 교육이 기본에 충실한 가정교육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래교육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교육부에서는 온라인 학습을 미래교육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 온라인 학습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짧은 시기임에도 모두 느끼고 있습니다. 내용은 그대로 두고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다고 미래교육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더 이상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국가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직종의 교육노동자와 학부모, 마을, 지역,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부터 함께해야 합니다.  

저출생과 사회의 변화, 교육의 변화로 지금의 대규모 학교는 적합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소규모 학교의 형태로 가게 된다면 교육노동자들도 큰 변화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학을 목표로 한 교육이 아니라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으로 재편되기 위해서 어떤 내용과 형식이 필요한지 교사와 여러 교육 주체들과 함께 고민해서 아래로부터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안에서의 공동체에 머물지 말고 마을이 교육으로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갈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먼저 손 내밀 준비를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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