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대덕 생태공원 인근에서 난지공원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 갈대와 억새가 키만큼 자라고 오른편으로는 지천을 넘나들며 한강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흙길이 이어진다.

제주도 항공편이 광역버스 승차비보다 조금 비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바이러스에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사이 ‘사람’이 끼어 있다. 누구는 과장된 언론을 문제 삼기도 하고 누구는 정부의 방역 대처를 문제 삼기도 한다. 이유야 어쨌든 여행은커녕 외출도 달갑지 않는 요 며칠이다.

큰 추위나 제대로 눈발 구경도 못한 채 겨울이 끝나고 있다. 이상 기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이 불안할 뿐. 그래도 봄은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낸다. 입춘도 지났고 우수와 경칩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성큼 다가올 태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어느 정도 세가 꺾이고 있다. 마스크 쓰고 방안에만 있기에 날도 너무 좋고.

이번엔 한강이다. 지대가 높은 북한산보다 한강에 봄이 먼저 온다. 벌써 눈썰미 좋은 노인네들은 한강 주변에서 냉이를 캐고 있다. 우선 창릉천을 따라 행주산성 아래까지 걸어가 보자. 삼송역에서 출발하면 왕복 20km라 부담이 된다. 도래울 1단지 창릉교 부근에 주차를 하고 창릉천을 따라 걸으면 왕복 12km. 자전거 길과 합해지기도 한다. 창릉천을 찾은 청둥오리, 왜가리와 가끔은 두루미도 물 위에 쉬고 있다. 간혹 보이는 모래톱에 내려가 물수제비도 가능하겠다. 계절과 상관없이 아직도 키만큼 자란 갈대와 억새가 반긴다. 한강과 만나는 행주산성 아래에 있는 긴 의자에서 강물을 내려다보는 것도 운치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멀리 북한산을 조망하며 걷는 맛도 좋다. 강매 배수지 부근에는 창릉천 둔치를 넓게 다져 가을에 코스모스밭을 만드니 기억했다 꼭 찾아보시길! 더불어 이 길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이것도 꼭 기억하시길!

응암역에서 불광천을 따라 한강을 만나는 방법도 있다. 불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까지는 왕복 약 8km. 이 길 역시 돌아올 때는 독바위와 의상봉을 바라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자전거 길이 좁고 사람이 많아 번잡한 것은 흠이다. 봄에는 흐드러진 개나리가 반기는 길이다. 한강과 만나는 곳에서 왼편으로 마포대교까지 편도 4km, 중간에 ‘서울함 공원’에서 색다른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으니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한강을 따라 걷는 길이다. 주차장은 모두 세 군데. 첫 번째는 성산대교 밑, 두 번째는 가양대교 밑, 세 번째는 난지 하수 처리장 인근. 세 곳 모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어디서 시작하든 불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까지 가서 창릉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까지 왕복하면 12km 정도다.

성산대교 부근은 한강 너머 관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강변 잔디나 계단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거나 넓은 잔디밭을 마음껏 뛰노는 게 가능하다. 연이라도 가지고 나온다면 강바람에 두둥실 실어 나를 수 있다. 한강 가까이 포장이 안 된 흙길이 군데군데 이어진다. 억새와 갈대가 숲을 이룬 길 사이로 쨍한 햇볕이 그렇게 따사로울 수가 없다. 난지 생태공원이 서울 쪽에 있고, 대덕 생태공원은 고양시 쪽에 있다. 특별히 뭘 꾸며놓은 것은 아니나 자연 하천 지류를 따라 흙길을 걷거나 목제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난지천 주변은 ‘뱀 출몰 지역’이라는 팻말이 붙었으나 지금은 겨울,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삶은 고구마나 계란 몇 개 까먹으면서 봄이 오는 햇살 받으며 한강을 즐기고 싶지 않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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