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식상한 표현이지만 누구에게나 골고루 따뜻하고 모든 아이들이 작공에 발을 들이면서 선생님부터 찾을 정도로 든든하고 한결같으니 괜히 화려하거나 새로운 단어로 바꾸지 않고 불러봅니다.

가끔은 한 사람을 낳아 기르는 엄마라는 사실을 잊고 살기도 하고 종종 철없이 내 몸만 챙기며 살고 싶은 마음이 출렁이는 요즘입니다. 9개월에 들어선 아이와 조금씩 합이 맞아가긴 하지만, 잠과 밥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던 저는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통잠을 자본적이 단 하루도 없고, 밥을 제때 못 먹어 생전 먹지도 않았던 콘플레이크를 먹으면서도 어딘가 하소연할 수도 없는 삶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글을 써달란 제의를 받고 고민했던 건 글재주가 없거나 글을 잘 쓰지 못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상담 공부를 했지만 이과생의 피가 흐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잘 쓰고 싶은 욕심도 없어요.) 아이가 깨어있을 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아이가 자면 밀린 집안일 끝에 후다닥 잠자기 바쁜데 글을 언제 쓰지 하는 고민 때문이었어요.

선생님의 글을 읽고 제가 작공을 그만두면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서 더 쏟을 게 없다고 했던 말을 떠올려보니 그땐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육아에 비하면 징징거린 수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년 출산율이 1명에도 못 미치지만, 생활환경이나 배움의 정도, 인성 등등 부모의 자격과 상관없이 아직 주변에는 아이가 있는 집이 많아 그저 조금 더 고생하면 되는 건가, 그만큼 행복에 겨워 키우나 보다 했는데, 하루하루 행복이 뭔지 느껴볼 시간조차 없이 그저 소통을 울음으로밖에 할 줄 모르는 한 인간의 의식주를 책임진다는 것은 어디에 비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에 나가면 정말 못할 게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결혼하고도 공부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제 삶을 참 많이 즐기며 살았는데, 2세 계획을 하면서부터 처음으로 세상에 두 발을 딛고 인내하며 주변 환경에 나를 맞춰가며(예전에는 귀찮고 안 맞으면 피해 갔을 텐데) 살다 보니, 그 삶이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 생활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색해지고, 공부하고 현장에 있던 시간은 경력단절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면서, 옹알이하는 아기와 단둘이 있다 문득 생각해보면, 내가 나중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자신감이 뚝 떨어져 있었어요.

작공에서 한 10년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3년도 안 되는 시간이었고, 그거 일 해놓고 평생 책임질 것처럼 굴었던 제가 참 어리고 무책임했던 게 아닐까 싶어 반성도 되고, 내가 만났던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긴 했을까, 나에게 상처받은 아이들도 있을 텐데 정작 나는 기억나는 게 없으니 나도 참 무심하다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왔다 갔다 합니다.

그 와중에 선생님의 글을 보고는 제일 먼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공과 아이들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었고 또 최선을 다한 건 맞는데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생님의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들이 저라는 사람을 너무 과대평가할 만큼 좋은 기억들뿐이어서 그러지 못했던 날들이 부끄러웠을까요? 어쨌든 저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제 아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나부터 더 나은 엄마가 되어야겠고, 제가 임신했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봉사활동을 하루빨리 시작해야겠다 싶었고, 더 많은 사람들을 소중히 대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소중하고 마음에 들어오는 건 힘든 육아 중 얻은 소중한 자산인 것 같네요. 참, 아이를 키우는 건 하루하루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적이고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힘든 일이지만 그 아이에게서 받은 무조건적인 사랑이 제 마음을 종종 찡하게 만듭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주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저 하나만 바라보고 좋아해 주는 아이를 통해, 이것이 주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함을 실감하고, 이러한 무조건적 사랑이 작공 같은 현장에 가장 필요한 동력이겠구나, 다시 한 번 저의 초심이 생각났습니다.

중간 중간 아기가 깨서 글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육아 현장에 있는 엄마스러운 글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매일 매일이라고 하기엔 여유가 없으니 거짓말이고, 종종 작공과 거기서 스쳤던 인연들을 생각하고 궁금해 합니다. 다행히 작공에서 일하는 친구 덕분에 작공 친구들의 소식은 꾸준히 전해 듣고 있습니다. 가끔은 답답하고, 가끔은 뿌듯하고, 가끔은 속상하고, 가끔은 씁쓸하지만, (유독 긍정적인 소식보다 안타까운 소식이 많은 공간이기에) 그곳은 작공이니까요. 그래서 모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겠지만, 그러다 가끔은 빠진 밑에 자갈이 굴러 들어와 물이 조금씩 차오를 때가 있고, 고맙게도 선생님께서 표현해주신 것처럼 찰랑거리는 물을 발견해 독을 통째로 던져 넣어 물이 차는 경우도 있음을 경험한다면, 누구든 작공을 그리워하게 될 겁니다. 그런 인생의 독특하지만 진한 여운이 남는 경험이 필요한 사람들과 작공이라는 늘 찰랑거리는 맑고 순수한 물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조금만 더 든든하게 건강히 계셔주세요.

 

조만간 은평으로 날아갈게요!

보고 싶어요.

 

<청소년도서관 작공은 밥과 어른 친구가 있는 인생배움터다. 학교밖청소년들의 징검다리 거점공간이기도 한 작공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날마다 사랑과 우정을 경험하며 함께 성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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