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자체 계도지예산 없애고 홍보비 집행기준마련, 은평구는 해마다 예산증액

 

본지는 지난호(1월15일자 1면)에서 은평구청이 집행하는 ‘구정홍보용신문구독예산’ 집행근거가 미비하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구체적인 기준 없이 특정언론에 집중된 신문구독 관행은 결국 지역 언론이 보도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게 만들고 구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가로막는 현실을 들춰냈다. 또한 지방에서는 대부분 사라진 구정홍보용신문구독예산 일명 계도지 예산이 폐지되기는커녕 오히려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하지만 은평구청은 이에 대해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은평구청은 1월 23일 ‘구독기준안을 만들었으며 통반장에게 신문을 제공할 수 있고 특정언론사와의 유착관계는 없다’는 내용을 은평시민신문에 전하며 보도된 내용을 삭제하거나 정정하길 요청해 왔다. 

행정입맛에 맞게 언론사 통제가능

행정에서 주민들에게 신문을 구독해 주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로 군사정권이 주민을 계도한다는 취지로 관보였던 서울신문을 보게 한 관행에서 시작됐으며 유독 서울에만 뿌리 깊게 남아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매년 이어지는 신문구독은 점차 그 대상 신문과 예산이 해마다 확대돼 2020년 은평구에서만 6억 2800만원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본지가 수차례에 걸쳐 제기한 문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주민을 계도한다는 취지의 계도지 예산이 현재는 ‘구정홍보용신문구독’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바뀌어 집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에게 정보 전달, 구정 홍보 명목으로 집행되고 있는 이 예산의 집행근거가 미비한 상황인데다 행정에서 임의적으로 신문사별 구독부수를 나눠 집행하는 일은 결국 언론사를 행정 입맛에 맞게 통제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계도지 예산 늘어나는 은평구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집행되던 계도지 예산은 2001년 경남에서 완전 사라진데 이어 전국적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으며 2012년 서대문구, 도봉구, 광진구 등에서도 자치구의 신문구독실태를 바로 잡기 위한 주민감사가 청구됐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계도지 예산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자치구는 큰 폭으로 예산을 줄여나가고 있는 반면 은평구는 오히려 해마다 예산을 증액시키고 있다. 

2010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계도지 예산을 줄어든 곳은 강남구로 2010년 12억원대의 계도예산이 2018년에는 5억 원대로 줄었고 관악구와 광진구도 2억 원 이상을 줄었다. 반면 은평구는 지난 2010년 4억8342만원이었던 계도지 예산이 2018년에는 5억8176만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2020년에는 6억28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매번 어려움을 호소하는 행정이 낭비예산은 오히려 늘려나간 셈이다. <자료출처 :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행정 광고비도 문제 

집행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건 행정광고비 집행도 마찬가지다. 최근 용인시는 ‘용인시 광고시행 등에 관한 조례’를 시행하고 ‘발행부수, 자체생성기사, 포털협약’ 등을 기준으로 광고집행기준을 마련했다. 반면 은평구청은 아직 관련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광고비 집행이 허술하게 이루어지는 건 최근 은평구청이 한 인터넷 언론사에 광고를 의뢰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최근 은평구청은 주민참여예산 관련 광고를 A 인터넷 언론사에 의뢰했다. 광고일자는 1월15일부터 23일까지였으며 인터넷 배너광고였다. 문제는 A 인터넷 언론사는 은평구 내에 사무실이 있을 뿐 은평구 소식을 주로 다루는 지역 언론도 아닌데다 심지어 구청이 광고 의뢰를 한 날짜에 해당 언론사 어디에도 광고가 실려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평시민신문이 해당사항에 대해 은평구청 홍보담당관에 문제를 제기하자 홍보담당관은 “(광고가 노출돼 있는지) 못보고 있었다. (배너광고가) 걸리게 하겠다”고 밝혔다. 

홍보비 집행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은 지난해 10월 은평구의회에서도 나왔다. 당시 “은평구 자체에 홍보비 집행근거나 데이터가 있느냐”는 의원 질문에 은평구 홍보담당관 A과장은 “현행상 홍보비 집행규정은 법령에 어떠한 규정도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이 없다”며 “지방단체나 중앙정부에서 방침으로 홍보비를 대부분 집행하고 있는데 일부 지자체에서 홍보비 집행기준을 마련하려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즉 기준이 없다는 말이었다. 

A과장은 홍보비 집행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 “홍보비 집행기준을 마련할 때 좀 조심스러운 것들이 일부 지자체는 집행기준을 마련했는데 오히려 언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활용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의회도 구독기준 미비 

신문구독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건 은평구의회도 마찬가지다. 은평구의회는 의정활동과 구정소식을 적극 홍보하겠다며 전직 구의원을 대상으로 지역신문을 보급하고 있다. 은평구의회 의정홍보용 지역신문 보급계획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6,552천원의 예산을 들여 91명의 전직의원들에게 지역신문 4종을 보급하고 있다. 은평구의회는 이를 통해 전직 구의원들에 대한 예우와 의정활동에 관한 관심을 유발하고 의정활동의 고견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은평구의회 의정홍보용 지역신문 보급계획에 지역신문 5종 중 은평시민신문만 빠져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은평구의회 관계자는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채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은평구의회 내 신문구독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하는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2019년 12월 기준으로 은평구의회에서 구독하는 신문은 총 21종으로 금액은 1,685천원이다. 의장실에만 16종의 신문이 구독되고 있고 부의장실 13종 그 외 각 위원회별로 수십 부의 신문이 구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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