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미디어를 공적인 사회시스템으로 인식하고 필요한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야

지난 9월 2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예정 되었던 국회 인사청문회가 증인채택문제로 무산되자 조국 후보자의 제안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청문회였다. 조국 후보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정국이어서 큰 관심을 끌었다. 기자간담회엔 70여명의 기자가 몰렸고, 오후 3시에 시작해 자정을 넘겼으니 장장 11시간이 넘게 진행되면서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실시간으로 중계가 된 이 청문회는 신선하기까지 했다. 간결한 질의와 제지 없는 응답으로 진행되어 지켜보기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 호통과 일방적인 주장만이 난무하는 국회청문회 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질문과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추측성 질문이 거듭 튀어나왔다. 1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우리나라 기자들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돌이켜보니 촛불혁명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언론은 그 모양이었다. ‘기레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달고 있는 그 언론이었다는 것이 새삼 떠올랐다. 일제 강점기 때 친일이라는 유산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바로 그 언론이었다. 해방 이후 독재와 군부정권에 길들여지면서 거기에 동조하며 성장해온 언론이었다. 이제는 선정적인 보도와 편가르식 보도를 일삼고 있는 그 언론이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새삼스레 '우리 언론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는 말이 되살아났다. 우리 사회의 언론은 이제 ‘사회의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은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고비마다 언론은 전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커녕 사실을 확인하려는 태도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는 게으름을 넘어 직무유기에 가깝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오랜 세월동안 언론을 바로 세우고 지키기 위한 활동을 언론 스스로도, 밖에서도 해왔는데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언론의 힘은 시민이 위임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알 권리에 기반 한다. 시민 한 사람이 이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없으니 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언론에게 그 권리를 잠시 양도한 것이지 언론 스스로부터 나오는 권리가 아니다. 잠시 양도한 이 권리를 이제 회수할 시기가 된 것 같다. 권리 위에서 잠자는 것을 넘어 권리를 남용하는 자에게 권리를 위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시민이 직접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알 권리를 실천하는 길로 나서야 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생활 현장에서 그 역할을 직접 수행하는 수밖에 없다. 주민이 직접 만들고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은평시민신문 같은 마을미디어나 마포fm과 같은 공동체라디오, 그 밖의 다양한 개인미디어에 직접 참여해 직접 목소리를 내야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막혀있는 우리 사회의 소통의 통로를 뚫어야 한다. 기존 언론이 독점하며 막아놓은 지역의 소리를, 생활 속의 이슈를 공론의 공간으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 기존 언론이 대신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소통의 역할을 이제는 직접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역주민이 그걸 할 수 있어?’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전문가의 영역이라며 언감생심 떠올리지도 못했기에 ‘그게 가능해?’하는 의문이 우선 떠오를 것이다. 물론 가능하다. 은평시민신문이, 공동체라디오인 마포fm이 15년 전부터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서울 곳곳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마을공동체미디어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시민들의 미디어활동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시민들의 미디어 활동은 단지 ‘취미활동’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알권리는 국민들의 기본권이다. 국민들이 이 기본권을 아무 어려움 없이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지 취미활동을 넘어 정부의 정책사업으로 격상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역사회는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운영하는 마을공동체미디어에 대해 공적인 사회시스템으로 인식하고 거기에 맞게 제도나 환경을 만들어 가야한다. 그래서 언론에 맡겼던 권리와 목소리를 시민이 직접 자유롭게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작은 지역단위의 시민의 목소리를 키우고, 시민들의 직접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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