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지쳐가는 8월 9일 우리는 또 하나의 비보를 접했다.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1평 남짓한 휴게실에서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것이다. 새벽청소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어온 휴게실. 그날 바깥 온도는 35도에 육박하고 있었고 창문도 없이 선풍기 하나에 의존한 채 잠시 눈을 붙였는데 깨어나지 못했다. 

신문기사를 통해 알려진 휴게실의 상황은 기가 막혔다. 1평밖에 안 되는 비좁은 휴게실은 건물 지하 1층 계단 밑에 가건물로 지어진 것으로 환기가 되지 않아 퀴퀴한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다. 창문도 에어컨도 없었고 주먹만 한 환풍기, 그것도 청소노동자의 자비로 설치된 환풍기가 전부였다. 기가 막힌 휴게실의 모습에 2018년 7월에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휴게시설 설치·운영가이드 라인의 내용이 무색하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을 서울대 측은 알고나 있었을까. 

2017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사업장 휴게시설 실태조사의 보고에 따르면 사업장 내 휴게시설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답변이 64.6%이고, 그나마 있는 곳도 남녀 성별이 구별되지 않거나(55.9%), 설치 비품이 미비하거나, 소음이 많고, 면적이 불충분하거나 환기실태가 가장 문제라고 하였다. 가장 필요한 비품은 에어컨이 64.3%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의자 (63.6%), 정수기(59.7%)였다. 

고용노동부의 휴게시설 설치와 관련된 규정은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법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다. 동법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2.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에 따른 휴게시설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첫째 휴게시설의 위치는 작업장이 있는 건물 내 설치하되 불가피한 경우 작업공간에서 100m 이내, 걸어서 3분~5분 이내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여야 한다. 이 때 지하실, 기계실, 화장실 등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은 지양한다. 

둘째 1인당 면적은 1m2 이어야 하며 휴게실 전체 면적은 6m2를 확보하여야 한다. 셋째 휴게실은 적정온도를 유지(여름 20~28∘C, 겨울은 18~22∘C)하여야 한다. 넷째 휴게시설 내 소음 허용기준은 50dB 이하를 권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규정은 매우 일반적인 사업장에 설치되어야 할 휴게시설의 기본환경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살펴보면 제79조와 제79조의 2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요구되는 환경미화 업무, 음식물 쓰레기, 분뇨 등 오물의 수거 처리 업무, 폐기물, 재활용품의 선별, 처리업무, 미생물로 인하여 신체 또는 피복이 오염될 우려가 있는 업무의 경우에는 휴게시설 뿐 만 아니라 세척시설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건설업 등 옥외작업을 하는 경우에 추가적인 조건이 별도로 있다. 서울시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에서는 아예 휴게시설에 4대 필수비품(환풍기·냉장고 등과 같은 가전제품, 신발장·사물함과 같은 수납가구, 침구류 등)을 비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은 이러한 규정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었다. 규모도 가구를 빼면 거의 1평을 겨우 넘었다고 하고 현재는 3명이 쓰지만 그 전에는 5명이 쓰는 공간이었다. 장소도 지하 1층의 계단 밑 공간이었으며 냉난방 시설은커녕 청소노동자의 자비로 설치된 환풍기가 전부였다. 서울대 측은 공간이 없었다고 말한다. 원래는 청소도구 창고였단다. 수년 째 휴게실을 옮겨 달라, 아니면 에어컨이라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미루어 왔고, 결국 이런 일까지 일어났다. 

대부분의 대학에는 교수 휴게실이 있다. 학생휴게실도 많이 있다. 교수휴게실이나 학생휴게실을 당연히 건물 내에 일정 공간을 차지하고, 그에 따른 가구와 집기, 냉난방시설은 물론 음료수를 편안하게 먹고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학미화를 담당하고 있는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은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되기 일쑤다. 비단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마땅히 쉴 곳 없어 쓰레기 더미에 걸터 앉아있거나 화장실 청소도구함 한 쪽 구석에 있는 청소노동자를 쉽게 만난다.  

관련법이나 가이드라인은 모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있지 않을까. 인권감수성은 거창하게 법률이나 인권선언을 알아야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의 노동이 이 사회에서 필요하고 귀중한 만큼 청소노동도 이 사회에서 필요하고 귀하다는 생각, 내가 소중한 만큼 청소노동자도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만 해도 보이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청소노동자도 같은 노동자로서,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대접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사회 구석구석에 박혀있는 차별의식에, 무딘 인권감수성에 몸서리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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